국문과 출신 경제기자의 인문학 산책
국문과 출신 경제기자의 인문학 산책
  • 이원우
  • 승인 2014.01.2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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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464호 신간브리핑
오형규 著 한국문학사 2014

인문학의 열풍은 식을 줄을 모른다. 사실은 의미의 소통기호에 지나지 않는 인문학에 ‘위기’라는 수식어가 붙자 별안간 시대의 유행이 됐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은 더 협소해졌다. 공기업 EBS가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만을 편향적으로 부각하는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를 제작해도 그것이 마치 정의로운 것인 양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기묘한 분위기 또한 인문학 과잉의 어두운 뒷면이다.

인문학과 정통 경제학의 간극은 메워질 수 없는 것일까.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메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새로운 관점의 책이 출간됐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대학원을 나와 26년째 경제신문 기자로 재직 중인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신간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바로 그 책이다.

오 위원은 어렵고 복잡한 경제 원리를 특유의 부드럽고 문학적인 문체로 엮어내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필자다. 그런 그의 장점이 전면에 드러난 이 책은 역사, 소설, 사회과학, 과학, 영화 등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소재 속에서 경제 원리를 발견해 내려는 시도로 가득 차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박제가가 탄식했던 이유, 톰 소여가 친구들을 부려먹은 비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콩코드 여객기의 공통점 등을 경제 원리로 유려하게 풀어낸다. 문장의 과잉일 뿐 내용이 빈약하기 십상인 세간의 수많은 인문학 책들과 달리 탄탄한 상식과 일관된 세계관이 돋보인다. 누구에게나 어렵게 마련인 경제학에 대한 거리감을 이 책으로 좁혀보는 건 어떨까.

공병호 著 21세기북스 2014

자유주의자 공병호, 성경을 읽다

대한민국의 지식 지형에서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이 이룩해낸 업적은 크다. 1990년대 중반 자유기업센터를 설립해 당시까지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미제스, 하이에크, 밀튼 프리드먼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대표작을 번역함으로써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유주의 키드’들을 대량 육성했기 때문이다.

공병호경영연구소로 독립한 뒤에도 공병호 소장은 ‘10년 후 한국’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 ‘명품 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내며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 멘토로 활약해 왔다. 자유주의 성향의 저자 중에서 본인의 이름 세 글자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는 몇 안 되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완전히 새로운 화제를 들고 야심차게 돌아왔다. 다름 아닌 ‘성경’이다. 2014년 1월 출간된 ‘공병호의 성경공부’는 100여 권의 자기계발서를 저술하면서도 얻지 못했던 ‘온전한 행복과 만족감’을 성경에서 발견했다는 공병호 소장이 담담하게 전하는 간증과 통찰의 기록이다.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였을 때에는 자신의 능력과 힘에 기대지 않고 조용히 하나님의 말씀에 묵상하며 답을 구해보라”고 제안하는 그가 성경으로 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기계발서’인 성경을 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어떻게 재조명했을지 주목된다.

앨런 소칼, 장 브리크몽 著 이희재 譯 한국경제신문사 2014

현대 철학자들의 허위를 폭로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신간이 아니다. 1999년 11월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지적 허위를 폭로하며 지성계를 뒤흔들었던 책 ‘지적 사기(Fashionable Nonsense)’의 재(再)발간 버전이기 때문이다. 14년 전 민음사에서 발간됐던 책을 올해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재발간했다.

일련의 과정에는 정규재TV가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진행하는 이 방송에서 ‘지적 사기’의 내용들이 자주 언급되면서 재발간 요청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이미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정 실장의 1998년작 ‘이 사람들 정말 큰일내겠군’이 재발간된 사례도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이며 뉴욕대학교 교수인 앨런 소칼과 벨기에의 물리학자이며 루벵대학교 교수인 장 브리크몽이 의기투합한 이 책은 라캉, 보드리야르, 들뢰즈 등 인용만 하면 글에 무게감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 철학자들의 지적 허위를 폭로한다. 사실은 정규재TV가 하고 있는 역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의 재발간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 지식 구도의 어떤 변화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케이트 디카밀로 著 김경미 譯 비룡소 2009

베스트셀러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방송을 타는 것’이다. 일본의 동화 ‘폭풍우 치는 밤에’는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언급됐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판매량을 올린 바 있다. 그리고 해를 바꿔 다시 한 번 SBS 드라마가 베스트셀러 도서차트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동화작가 케이트 디카밀로가 지은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전지현·김수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읽는 책’으로 등장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의 내용과 감성이 드라마의 결말을 암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또한 인기 비결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편집위원의 선택

 

철학책은 그야말로 장식으로만 전락하기 딱 알맞다. 철학이라는 게 아무 책이나 붙잡고 읽는다고 바로 이해되는 그런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사에만 한정한다면 윌 듀런트의 ‘철학이야기’가 좋다. 철학입문서의 고전으로 꼽힌다. 애초부터 대중화를 겨냥해 집필한 책이라 매우 읽기 좋다. 고등학생도 열의가 있으면 읽어낼 수 있다.

만약 조금 교과서적인 책을 원한다면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세계철학사’를 권한다. 한글 번역판으로 12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내용이 매우 상세하다. 그러면서도 애초에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과서 용도로 집필된 것이라 해설이 간결하고 자상하다.(이강호 편집위원)

정리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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