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짧았던 서울시교육감 1년
너무도 짧았던 서울시교육감 1년
  • 이원우
  • 승인 2014.01.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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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前 교육부 장관이자 <미래한국> 편집위원이었다. 다시 만나 인터뷰한 2012년 가을, 그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였다. 당선 이후 1년하고도 1개월의 시간이 지나 그를 다시 만났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교육계는 혁신학교 문제, 학생인권조례문제, 교과서 문제 등 치열한 이슈들로 몸살을 앓았다. ‘교육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직선 문용린 교육감은 어떤 1년을 보냈을까. 그리고 지방선거가 있는 2014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서울시 교육청사에서 문용린 교육감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 재선거 이후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는데요. 어떠셨습니까.

좀 아쉽다는 느낌이 많아요. 좀 더 부지런히 학교도 다니고 교육 현장 곳곳을 살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에 초·중·고등학교만 1300여개가 돼요. 1년이 52주니까 2개씩만 다녀도 100개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나름대로 부지런히 1주일에 2군데씩 다녔는데도 130개교 정도밖에 못 봤는데 그게 좀 아쉬움으로 남아요.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자부심을 갖게 된 건 있습니다. 학자 시절부터 제가 교육문제에 있어서 공을 들인 부분은 너무 어른들이 “공부 공부”하는 문화를 바꾸는 거였거든요.

교육감으로서도 그 철학을 이어가서 학교 현장에서 ‘행복’ ‘꿈’ ‘끼’ 같은 단어들이 ‘공부’라는 단어보다 먼저 나오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공부를 잘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행복하면 공부를 잘한다는 거죠.

1년이 지나서 ‘꿈’이나 ‘끼’가 어느 학교에서나 흔하게 들리는 단어가 됐다는 게 저에겐 가장 뿌듯한 일입니다. 적어도 1년 동안 학교 현장에 새로운 관점의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 문 교육감님은 교육학자,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을 모두 체험해 보신 독특한 이력을 갖고 계신데요. 장관과 교육감을 모두 경험해 보신 입장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셨는지요.

일단 장관은 뭐든지 ‘법’으로 다 얘길 하죠. 전국에서 올라오는 문제들을 법으로 어떻게 해결할까 법전을 뒤지면서 고민합니다. 교육감을 하고 있는 지금은 어느 학교에 문제가 생겼다 하면 문제 현장을 향해 쫓아가는 게 우선이에요. 훨씬 다이내믹하고 박진감도 넘치죠. 야전사령관 같은 느낌으로, 여기가 한국교육의 ‘프론트’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30년 동안 교육학 교수로 있으면서 책과 이론으로 교육을 이해하다가 짧게나마 장관을 하면서는 국가경영 차원에서 교육문제를 바라봤고, 이젠 직선 교육감으로서 선거도 경험하고 당선 이후에는 생기 넘치는 교육 현장을 보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기구한 교육인생이에요. (웃음)

장관이 ‘법전’ 볼 때 교육감은 ‘현장’으로 간다

- ‘야전사령관’으로서 전장을 지휘하려면 전략과 전술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텐데요.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신 정책 현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요.

세 가지 정도를 크게 내세울 수 있겠습니다.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 ‘거점학교’ ‘독서교육’이죠.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는 중학교에 입학해서 진로 탐색을 하는 중1 과정에서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을 주도적으로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거점학교’는 일반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인데요. 배우고 싶은 과목이 있는데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선생님이 안 계실 경우 타 학교로 가서 그 과목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013년 시범운영 시에는 167개교 정도가 참여했는데, 올해에는 191개교에서 1841명의 학생이 31개 거점학교에 참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만족도는 평균 90% 이상에 몇몇 학교에서는 100%가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독서교육’은 그야말로 책 읽는 습관을 기르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헬렌 켈러 위인전, 에디슨 위인전 하나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고 저는 보거든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롤모델’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서 독서문화센터를 개원했고요.

작년 10월부터 행복독서버스 4대를 확보해 올 5월까지 200회 파주 출판문화도시로 학생들을 실어 나를 예정입니다. 각 학교에서 ‘많이 읽기 경쟁’이 붙도록 만든 것도 큰 보람으로 남았습니다.

- 그런 한편 지난 한 해 교육계에서는 이념적인 이슈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2년 가을 인터뷰 때 당시 문 후보님은 “교육계에 비(非)본질적 가치가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셨는데요. 가까이에서 보시니 어떠시던가요.

이념 이슈 정말 많았습니다. 혁신학교 문제, 인권조례 문제, 급식문제 등등이죠. 일단, 제가 교육감 직무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체제가 굳어진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제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무시하거나 없애지는 않았어요. 이미 시작돼 버린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수도 서울교육의 발전 토대로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혁신학교, 없앨 순 없지만 문제점 보완해야”

대표적인 예가 혁신학교인데요. 3년의 시간 동안 혁신학교가 운영되면서 약 240억 원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투입됐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완전히 없던 일로 할 순 없죠.

다만 이 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노출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일부 혁신학교의 경우 너무 교사들 중심으로 구도가 짜여서 교장·교감선생님이나 부장선생님들을 무시한 채로 아마추어식 운영이 되더라는 거죠.

- 운영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문제도 제기됐는데요.

혁신학교가 워낙 지원을 많이 받다보니 이른바 체험학습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들이 도입됐는데 그게 결국 기초학력을 떨어지게 만들었죠. 저도 창의성을 중시하고 진로 체험 역시 학교가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까 말씀드린 정책들을 시행했지만 그건 기초학력이 확보됐다는 전제 하에서의 일입니다. 국영수 기본은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혁신학교의 경우 기초학력을 놓친 부분이 있었고, 지원되는 돈도 학교의 교육 역량으로 쌓이기보다는 외부강사 초빙 비용으로 사용하는 등 학교 자체의 역량과 직결된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이런저런 논란이 반복되면서 학교 현장이 너무 소란스러워진 부분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 결국 예산 부분은 어느 정도 조정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혁신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누가 봐도 너무 많은 것으로 판단돼요. 다른 곳은 다 지원분을 줄이고 있기도 하고요. 그동안 지원받은 학교당 평균 연간 1억5000만원을 6000만원 수준으로 조정해도 저는 충분하다고 봤어요.

제가 혁신학교를 탄압한다고 하지만 전국 평균이 6000만 원 수준인데다 혁신학교는 서울시에서 특별지원 1000만원을 추가로 하기 때문에 결국 전국 평균보다는 더 받는 거예요. 혁신학교 문제는 그런 식으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 학생인권조례 문제도 여전히 뜨거웠는데요.

이건 관점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젠데요. 저는 학교에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의 정확한 명칭은 학생인권조례가 아니라 ‘학교인권조례’라고 봅니다. 학교에서의 인권 침해는 학생에 의해서 다른 학생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현재의 학생인권조례는 교사들이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학생에게 위협받는 또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서의 소지품 검사조차 선생님이 할 수 없는 기조로 돼 있어요. 이건 문제라고 봅니다. 인권 침해 받는 학생을 학교에서 선생님이 보호해야지 누가 보호합니까?

선생님의 기분에 따라 일괄 소지품 검사를 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막아야겠지만 개별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할 수 있게 해야죠. 중학생이 담배 피우는 거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이런 건 막을 수 있게 해야죠.

저는 교육감으로서 선생님을 비겁한 사람들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생인권조례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발언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3월말에 출마 여부 결단할 것 … 직선제는 유지해야”

- 이슈는 많은데 시간은 너무 짧아서 어느덧 올해 6월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교육감님이 다시 출마하실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는데요.

출마 여부 문제는 아직은 호기심 수준에 불과한 것이겠고요. 3월말 정도가 되면 제가 어차피 불가피하게 결정을 내려야 해요. 그때까지 저는 주변을 둘러보고, 또 내가 나가면 이길 수 있는가 그 생각도 해야겠죠.

1년 동안 했는데 주변에서 저더러 좀 더 하라는 분위기가 있는지도 예민하게 살펴봐야 하겠죠.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3월말 정도에는 결정을 내릴 겁니다. 지금도 제가 해온 것에 얼마나 아쉬움이 남았는지, 더 한다면 무엇을 더 할 것인지 이리저리 가계부를 살펴보고 있어요.

- 교육감 선거의 제도에 대해서도 현행 체제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선거를 경험하신 입장에선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일단 직선제냐 임명제냐 논쟁이 있는데요. 제가 학자로서 그 분야의 연구를 많이 해 본 입장에서, 한국의 문화는 일본이나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서울시장으로는 정치가가 당선됐는데 교육감은 정치가 아닌 교육전문가가 임명된다면 파워게임에서 교육자는 밀리게 돼 있어요. 아무래도 정치가가 갑(甲)인 분위기가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진화된 대안으로서 나온 것이고, 불가피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해 같은 경우 영훈국제중학교 입시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정치권에서 폐지론이 어마어마하게 일었는데요. 직선제 교육감이 아니었다면 얼마 못 버티고 폐지됐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직선제 교육감이었기 때문에 조기유학생을 혁신적으로 줄여주고 있는 국제중학교 나름의 순기능을 설명하고 폐지는 안 된다는 논리를 관철할 수 있었던 거예요. 버스 기사가 잘못했다고 노선 자체를 폐지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교육감 직선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얘기가 나왔던 것이고, 그나마 가장 진화된 모습으로 현재 유지되고 있는 것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물론 직선제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현 제도의 문제를 보완할 순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정치인이 아닌 교육감 후보가 30억~40억에 가까운 선거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문제는 전국의 교육감들을 전부 빚쟁이로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어요. 국가가 선거에 드는 비용을 직접 관리하는 완전 선거공영제가 유효하리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번호표 싸움이 돼서 이른바 ‘로또 선거’가 되는 문제도 대안이 나와야 하겠고요. 제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논의가 지금부터 필요합니다.

인터뷰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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