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승리는 필연이었다
다윗의 승리는 필연이었다
  • 이원우
  • 승인 2014.02.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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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465호 신간브리핑
말콤 글래드웰 著 선대인 譯 21세기북스 2014

다윗의 승리는 필연이었다
<다윗과 골리앗>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저자 반열에 오른 말콤 글래드웰이 신작을 냈다. 제목은 ‘다윗과 골리앗(David and Goliath).’ 전 세계에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작년 10월 미국에서 발간되자마자 아마존 차트에서 맹위를 떨쳤다.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쥔 다윗의 사례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그의 승리는 정말로 ‘운명에 맞선 역전승’이었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이 약자(underdog)라는 사실은 때때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골리앗이 강자라는 판단은 고정관념의 산물일 뿐이다. 온몸을 무거운 갑옷으로 치장하고 등장한 골리앗은 애초부터 혈혈단신의 돌팔매 소년 다윗에게 이길 수 없었다는 게 글래드웰의 해석이다.

판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강점이라 믿었던 것들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기존의 약점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다윗과 골리앗’은 교육, 미술,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사한 사례들을 찾아내 독자들의 역발상을 돕는다.

한 가지 옥에 티를 지적한다면 역자 후기다. 본격적인 원고가 시작되기도 전에 삽입된 역자 후기에서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피력하고 있다. 이 책이 ‘녹조 라떼를 만든 4대강 사업’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거나 ‘코레일 파업에 대한 강압 일변도의 정부 대응 또한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첨예한 논쟁 중인 이슈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인 공간이나 본인 책에 피력하면 될 일이다. 번역가는 조용히 번역만 하는 것이 도리임을 보여주는 살신성인의 사례.

조갑제 編著 조갑제닷컴 2014

1000만 돌파 ‘변호인’에 보내는 경고장
<악마의 변호인>

영화 ‘변호인’의 관객이 결국 1000만을 돌파했다. 그러고 나니 거짓말처럼 상영 횟수는 줄어들고 열풍은 ‘겨울 왕국’으로 옮겨갔다. 마치 ‘변호인’을 둘러싼 모든 논쟁이 관객 1000만 동원이라는 국민적 이벤트를 위해 소비돼 버린 것 같은 풍경이다.

‘변호인’이 몇 명의 관객을 동원했든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부림 사건 피의자들이 공산주의 혁명을 꿈꿨던 반체제 인사들이었음을 증언해 줄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 피의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여전히 벗겨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변호인’의 감성적 접근에 홀려버린 한국 사회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이성적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갑제닷컴에서 발표한 한 권의 책이 시선을 끈다. 제목에서부터 노무현 前 대통령을 ‘악마의 변호인’으로 임명(?)하고 있는 이 책은 부림 사건으로 시작된 노무현 변호사의 변론이 결국 2007년 10월 김정일의 변호인 노릇으로 귀결됐음을 짚어낸다.

‘부림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던 서석구 판사의 후회’ ‘조지 오웰의 악령 퇴치법 : 우리는 머리를 써야 한다’ 등의 원고가 수록됐다. 월간조선 이상흔 기자, 자유연합 대표 김성욱 기자 등 후배들의 ‘변호인’ 감상문과 또 다른 선동영화인 ‘화려한 휴가’에 대한 비판도 매섭다.

임용한 著 위즈덤하우스 2014

승리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를 통해 흡입력 있는 문장을 보여준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이 신간을 냈다. 이번엔 서양전쟁사 얘기다.

저자는 역전 전술의 새 장을 열었던 에파미논다스, 이름 이외의 수식이 필요 없는 명장 알렉산드로스, 한니발과 스키피오, 벨리사리우스, 칭기즈 칸, 척계광, 로멜 등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밀을 밝혀낸다.

독특한 점은 이 책의 메시지가 단지 전쟁 무용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명장들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교훈을 기업 경영, 혹은 리더로서의 역할론으로 투사시킨다. 이를테면 알렉산드로스의 승리에서 블루 오션을 찾는 방법을 통찰하는 식이다.

“현대 사회에서 블루 오션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명멸한다는 표현이 옳을 수도 있다. (…) 이 격동의 순간을 포착하고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 알렉산드로스를 세기의 정복자로 만든 비결이며, 그 비결은 이후의 전쟁사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박제가 한 사람의 일생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던 전작에 비하면 넓은 시대와 많은 인물들을 커버하는 만큼 세심한 맛은 조금 덜하다. 그러나 전쟁사와 경영론의 중간을 영리하게 관통하는 지점은 다른 책에서 경험할 수 없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김은주 著 양현정 그림 허밍버드 2013

베스트셀러
<1cm+>

한국 책들은 과대포장돼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한 마디로 ‘지나치게 예쁘다’는 거다. 뒤집어 생각하면 e북 시대가 열리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한국 책이 특화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여기에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베스트셀러 차트에는 ‘작정하고’ 예쁘게 만든 책 한 권이 올라와 있다. ‘1cm+(일 센티 플러스)’다.

광고회사 TBWA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김은주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양현정 작가는 마치 모든 페이지가 엽서 같은 귀여운 책을 완성시켰다. 통념을 깨고 일상을 참신하게 바라보길 제안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화장실에 두고 천천히 읽다보면 어제까지 떠오르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불현듯 생각날지도 모른다.

이호 著 복의근원 2012

편집위원의 선택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 건국>

이런 책을 절판됐다고 소개하게 되는 게 매우 애통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한국 근현대사를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조망한 책이다. 저자 이호는 짐작대로 목사다.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학자적 깊이와 품격을 갖추고 있는 저서다.

다른 종교를 믿는 분, 아니 전혀 종교가 없는 분이라 해도 우리의 근현대사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경건하게 말이다. 기적은 있다!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근현대사 자체가 바로 기적이다. (이강호 편집위원)

정리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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