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손에 퇴치되는 지역 퇴폐업소
주민들의 손에 퇴치되는 지역 퇴폐업소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2.12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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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저녁 조지아 존스크릭 시 시의회 회의실은 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은 월례 시의회 회의가 열린 날로 140석의 자리가 다 찼고 자리가 없는 사람들은 뒤에 서 있었다.

회의가 시작됐고 시장과 시의원들은 주요 안건을 토의하고 표결처리했다. 이윽고 시민들이 시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순서가 됐다. 시장은 민원을 제기할 사람들은 발언대로 나와 3분씩 말하라고 했다. 두엔 암스트롱이라는 백인 남자가 나와서 말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존스크릭 시에 늘고 있는 마사지 업소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시내 한 도로를 따라 4마일 안에 8개의 마사지 업소가 있는데 이들이 음성적으로 매춘 등 퇴폐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광고에 나온 이 마사지 업소들에 대한 유료 평가를 확인해본 결과 하나같이 매춘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뒤를 돌아보고는 오늘 이 퇴폐 마사지 업소들에 대한 시 정부의 단속을 촉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달라고 했다. 그러자 100여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퇴폐 마사지 때문에 한인 이미지 나빠져

시장과 시의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다음 사람 역시 퇴폐 마사지 업소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발언했다. 이 마사지 업소 주변에 고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위험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8명의 주민들이 마시지 업소에 대한 단속을 요청하는 발언을 연속으로 시 정부에 했다.

그 가운데 한인계 미국인도 한명 있었다. 존스크릭에서 18년째 살고 있는 경재호 씨. 그는 한인 이민자로 백인이 5천여 교인의 90% 가량 되는 페리미터(Perimeter) 교회의 유일한 한인 장로다. 경 장로가 이날 발언대에 서게 된 것은 퇴폐 마사지 업소의 심각성을 먼저 알게 된 교회 내 다른 백인 장로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 시작은 존스크릭에 살고 있는 백인 교인들이 했습니다. 그분들이 이 문제를 일찍부터 알게 됐고 자신들끼리 의논하다가 얼마 전 제게 말을 꺼냈습니다. 그분들이 알아보니 퇴폐 마사지 업소의 주인 대부분이 중국인 아니면 한인이었습니다. 제가 한인이니까 기분 나빠할까봐 쉬쉬했던 거죠.”

하지만 얼마 전 그들이 경 장로에게 퇴폐적으로 마사지하는 것이 동양의 문화냐고 물으면서 말을 꺼냈다.

“얼마나 민망했으면 같은 교회 장로인 제게 이 말을 못꺼냅니까?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퇴폐 마사지 업소들 때문에 한인을 비롯, 아시안에 대한 이미지가 얼마나 나빠지겠습니까?“

그는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며 자발적으로 구성된 지역 주민들 모임에 합류했다. 이 모임을 시작한 사람은 존스크릭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두엔 암스트롱 씨다. 그는 ”이 문제를 알게 되고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먼저 한 것은 이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들은 퇴폐 마사지 업소 문제에 대해 알아보면서 지역 경찰들이 이 문제를 알고 있지만 단속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손을 못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발이 돼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대다수 주민들은 이 퇴폐업소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시 정부와 주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취지로 월례 시의회 회의에 사람들을 대거 참석시키자는 첫 목표를 세웠다. 아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지역 언론들에게 취재를 요청했다. 경 장로는 한인 이민사회를 맡았다.

교회에 나오는 100여명의 한인들에게 안내 이메일을 보내고 10여개 한인교회 목사들을 일일이 연락했다.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나 이메일로 퇴폐 마사지 업소가 한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면서 시의원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말했다.

퇴폐업소 정책이 선거 당락 좌우

그리고 이날 100여명 이상이 주민들이 시의회 회의실을 가득 채운 것이다. 이런 주민들의 시위에 시 의회는 예외적으로 전체 회의가 끝난 후 시 매니저, 시 검사, 시 경찰서장과 함께 퇴폐 마사지 업소 단속에 대한 별도의 간담회를 밤늦게까지 가졌다.

주민들은 단속 강화로 퇴폐 마사지 업소가 많이 사라진 인근 도시들처럼 시당국이 더 강력하게 단속해달라고 촉구했고 자체적으로 퇴폐 마사지 업소 앞에서 시위를 하자는 등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존스크릭을 걱정하는 시민들’(Concerned Citizens of Johns Creek)이라는 자발적 조직을 만들어 시 정부가 단속 강화를 하도록 압박하고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는 일들을 계속해왔다.

이들은 지난 10월 20일에는 지역시장과 시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 전원을 초대해 퇴폐 마사지 업소에 대한 입장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장과 시의원을 뽑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퇴폐 마사지 업소 퇴치는 다들 동의했지만 일부 후보들은 제한된 예산을 이유로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입장을 표명한 후보들은 11월 4일 선거에서 패했고 퇴폐 마사지 업소 문제를 적극 대처하겠다는 후보들이 뽑혔다.

2014년을 맞아 존스크릭 주민들은 두가지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는 새롭게 선출된 시장 및 시의원들이 공약대로 퇴폐 마사지 퇴치를 위해 시규정을 바꾸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이들은 합법적인 마사지 업소와 공조해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사업신청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이 시규정에 포함되도록 조정하고 있다.

또 하나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퇴폐 마사지 업소에서 이뤄지는 인신매매, 미성년 여성 성매춘 등의 이슈를 소개하고 있다. 주 챔피언 프로그램(State Championship Program)이라는 활동으로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이 이슈를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지역 정부와 이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존스크릭 시에서 퇴폐마사지 업소들은 주민들의 손에 퇴치되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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