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을 넘고 종교를 넘어 북한인권으로”
“이념을 넘고 종교를 넘어 북한인권으로”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4.02.17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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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신이 보낸 사람’ 김진무 감독
김진무 감독

북한 지하교회의 실상을 다룬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이 2월 13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전국 각지에서 시사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2월 5일 서울 시사회에는 국내 유명 연예인들 뿐 아니라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신이 보낸 사람’은 자유, 희망, 믿음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실화를 재구성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1급 정치범으로 아내와 함께 수용소에 끌려갔던 철호(김인권 분)다.

철호는 수용소에서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의식을 떨쳐 내지 못한 채 2년 만에 풀려나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탈북을 준비한다.

개봉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이슈

그러나 철호는 이 과정에서 다시 1급 정치범으로 고발당했고, 마을 사람들 역시 위태로운 신세가 된다. 자연스럽게 탈북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영화는 계속된다.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라는 사실 때문에 개봉 이전부터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다. 여기에 신흥 종교 단체인 ‘신천지’의 투자를 받았다는 유언비어까지 유포되면서 논란은 더 가열된 바 있다. 실제로 모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제작사인 태풍코리아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는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특정 종교집단은 물론 특정 정치 집단과도 전혀 관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어 “영화는 북한에 실제 존재하는 지하교회 실태를 생생하게 그린 작품으로 최소한의 종교의 자유도 보장받지 못한 북한 주민들의 심각한 비인권적인 실상을 알리고자 제작됐다”고 강조했다.

<미래한국>은 ‘신이 보낸 사람’의 김진무 감독과 개봉 당일인 2월 13일 오전 인터뷰를 갖고 제작 과정과 현재 심경에 대해 들어봤다.

- 영화가 오늘 드디어 개봉하는데요, 현재 심정은 어떠신지요.

일반적으로 감독들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심정이 됩니다. 이번에 이 영화의 시사회를 전국적으로 진행하면서 관객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봤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와 책임의식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저도 약간 복잡한 심정입니다. 다른 영화였으면 ‘기대감이 많이 생긴다’고 했겠지만 지금은 저도 묵묵하게 기다리고 있는 입장입니다.

“제작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 영화가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재능 기부와 제작비 모금 등으로 만들어졌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영화가 북한인권 문제와 기독교적 시각을 반영하다 보니까 지하교회 이야기를 충무로 현장에 끌고 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지금 멀티플렉스 극장들에 올라온 영화들을 봐도 그렇고, 순수하게 상업적인 논리에 의하면 북한 관련 내용들도 그저 영화의 재미를 위한 소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진지한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설 자리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당연히 제작 과정이 험난했죠. 그러다가 투자자가 갑자기 나타났고 영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클라우드 펀딩에도 성공했고 목표로 삼았던 제작비를 조기에 모을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감독님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개인적으로 북한 지하교회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공개처형 장면과 지하교회들의 실상을 담은 사진자료들을 선교단체를 통해 보게 된 이후였습니다. 그걸 접하고 나서 저는 충격을 받아서 감정적으로 제어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결국 이걸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리고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고 집중적으로 파고들수록 열정도 더 커졌습니다.

 

예상보다 더 열정적인 연기에 놀라

-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영화를 찍다 보면 감독으로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뭔가 순간을 포착해낼 때가 있습니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마법 같은 순간’이라고 합니다.(웃음)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특정한 프레임 내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어떤 방향으로 하고 장면을 완성시켜야겠다는 저만의 계획이 있는데 예상했던 범주나 제 통제권을 벗어나 영화가 연기나 모든 것들이 훨씬 더 잘 나올 때가 간혹 있습니다.

- 어떤 장면이었나요? 오늘 개봉하는데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봐야겠군요.

주인공이 정치범수용소 화장실에서 신앙적 딜레마를 겪으면서 대치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촬영 전에는 그 장면에서 분노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 김인권 씨와 의논을 했습니다. 물론 감정적 조절 수위에 대해서도 논의했죠.

그런데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연기 컨트롤 하는 데 대단히 심취한 나머지 대사도 달라졌고 완전히 몰입해서 더 파워풀한 연기가 나오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죠. 그 장면을 다시 찍어도 그런 명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 북한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라는 이유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네이버 영화 리뷰 코너에 평점 테러를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저희가 북한인권 문제와 지하교회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시각을 다르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기본 입장은 어느 한쪽 진영만을 대변하는 편향된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촬영 전 단계에서 배우 두 분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낮에 만난 분은 386세대로서 운동권 출신의 진보성향이었고, 저녁 때 만난 분은 보수성향의 어르신이었습니다. 이 두 분이 영화의 취지에 모두 동의하고 출연 의사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北인권 관심 계기 됐으면”

- 배우들 중에도 크리스천들이 있죠?

크리스천인 분들도 있구요,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북한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 주로 참여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 민족으로서 인권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제 취지였으니까요.

또한 종교를 뛰어넘어 북한 지하교회 문제를 한반도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저희의 기본적인 균형감각이었고 배우들도 동의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진영 논리에 의해 일방적인 비난을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게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지기도 했구요.

하지만 저희는 영화를 절대로 프로파간다(propaganda)처럼 찍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정도가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정치적·이념적인 색안경을 끼고 이걸 보는 일부 네티즌들의 시선이 더 선동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영화 개봉 이후에는 그런 논란이 잠잠해질 거라고 보시는지요?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 영화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겁니다.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개개인의 감성으로 흩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봉된 그 순간부터 감독만의 것은 아니게 되겠죠.

저희 영화에 대해 다양한 시선과 주장이 제기되기를 바랍니다. 관객들이 공감하든 비판하든 다양한 이야기의 충돌 속에서 담론이 형성된다면 북한인권과 지하교회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개봉 전부터 ‘신천지 연계설’이 유포되면서 마음 고생이 크셨을 것 같습니다.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시기도 했는데요.

신천지 유언비어가 왜 갑자기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처음은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로 포털사이트 블로그 등에 올라와 있더군요. 영화를 소개하는 듯하면서요. 그런데 강경 대응 방침을 하겠다는 기사가 나간 이후부터는 관련 블로그 글들이 다 삭제됐습니다.

대단히 재밌었던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면 신천지와 연관이 전혀 없구요. 한가지 재미 있는 에피소드도 전해드리죠. 저희 제작사 대표님이 신천지 얘기를 듣고 처음 한 얘기가 ‘신천지가 뭐야’ 였습니다.(웃음) 마찬가지로 영화가 개봉된 후엔 이런 루머도 완전히 소멸할 거라고 봅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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