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교양도서 유감
청소년 교양도서 유감
  • 미래한국
  • 승인 2014.02.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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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이강호 편집위원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인간이 생물학적 존재 이상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제하는 것일 수는 없다. 특별히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해도 그렇다. 만약 인간을 단지 생물학적 존재로 환원한다면 굳이 더 근본적인 데까지 환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유지와 복제를 위한 ‘생존기계’이며, 인간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다”라고 한 도킨스의 언명도 사실은 그 같은 환원의 한 경우다. 그런데 도킨스의 유전자 중심론도 더 한층 환원할 여지가 있다.

모든 생물학적 존재는 또 근본적으로는 화학적 존재이며 모든 유전자 또한 당연히 그러하다. 나아가 모든 화학적 존재는 근본적으로는 물리학적 존재이며 모든 물리학적 존재는 결국에는 단지 소립자의 집결체일 뿐이다.

인간의 인간다움을 논하는 건 그런 걸 몰라서가 아니다. 환원주의적 근본론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측면에선 따지고 보면 소립자들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 것이 어떻게 생물학적 이상의 존재로까지 나아가 있느냐는 것이다.

생물학적 이상이라는 차원에서 인간 존재의 핵심은 결국 그 정신성에 있다. 그런데 그 정신성은 인간 개체의 내부에서 그냥 우러나오는 게 아니다. 인간의 정신을 이루는 구성요소들은 외부에서 주어진다.

우리는 말을 배울 수 있는 언어능력이 있다. 그러나 언어는 주어지는 것을 습득하는 것이지 개체 자신이 아무렇게나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이렇게 주어진 내용들이 그것을 받아들인 인간의 감성적 기질과 결합하면서 개성이 형성된다. 그게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에겐 주어지는 정신적 내용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문명, 문화, 지식, 교양 등 다양한 차원의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는데 종교적인 측면에선 ‘말씀’이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내용을 전해주고 습득하는 과정을 교육이라고 한다.

바른 지식, 건강한 교양을 받아들여야 정신적으로 바르고 건강한 존재가 된다. 좋은 말씀을 담으면 선한 존재가 되고, 악한 말씀을 담으면 악령의 화신이 된다.

우리는 지금 그릇된 내용을 가르친 교육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겪고 있다.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을 계기로 드러났듯이 지금 이 나라의 불건강한 정치 의식의 상당 정도는 불순하고 비뚤어진 내용이 가르쳐지는 걸 막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 이처럼 교과서 문제도 갈 길이 먼데 또 다른 한편에서 엉뚱하게도 문화체육관광부가 해악이 다분한 일을 하고 있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가 대표적인 항일투쟁의 하나로 수록돼 있는 책을 청소년 대상 우수교양도서의 하나로 선정해 놓고 있다. 체 게바라 전기도 있다. 성인도 아닌 아이들이 보는 책이다. 문체부는 그게 우리 아이들이 갖춰야 할 좋은 교양이라 보는가?

표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민간이 책을 내는 자체를 시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그런 책을 선정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해악이 다분한 불순한 서적의 선정은 막을 수 없다면 세금 들여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차라리 사업 자체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이강호 편집위원
역사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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