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인가, 공존통일인가
흡수통일인가, 공존통일인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2.2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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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사회 전반에 통일에 대한 논의와 담론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통일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들도 개진되는 상황이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통일부의 2014년 통일정책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은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로’라는 단계적, 점진적 통일론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통일 방법론에 대한 국민 인식 수렴과 공유, 그리고 담론의 개발과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떤 점에서는 통일부의 통일담론 개발이라는 과제가 낯설게 느껴진다. 왜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통일론이 있음에도 통일담론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통일부 보고서는 현재 한반도에 머물러 있는 통일담론을 21세기형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역사, 철학, 문화, 정치 등 각 분야에서 통일담론을 생성하는 ‘통일 지성 원탁회의’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별도의 통일 담론이 나온 배경

이러한 통일부의 ‘담론 생성’은 이미 새누리당내에서 먼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주도하고 있는 ‘한반도통일연구원’은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북 제재인 5·24 조치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 내부를 변화시키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면서 “5·24 조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혀 새누리당내 통일담론 기조가 MB 정권과는 다를 것임을 예고했다.

이 주제 발표에서 최근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된 전성훈 통일연구원장 역시 대북·통일 정책의 합리적 진화를 위해선 남북대화와 통일외교를 강화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적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지난 7년만에 재개된 것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통일부를 배제하고 청와대 고위급 인사를 접촉 상대로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그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어서 내심 환영하는 눈치다. 다만 문제는 현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에 대화와 교류 협력으로 방점이 찍히면서 보수진영의 ‘흡수통일’과 ‘북한정권 붕괴론’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 대박론에는 남한이 북한에 승리를 거두는 대결뿐만 아니라 평화공존을 통한 번영이라는 전략적 프로세스도 함께 녹아 있었다고 봐야 했다. 박 대통령은 6·15남북선언을 이행하겠다고 주장한 장본인이었다. 이러한 통일 논의가 미묘한 변화의 흐름을 타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먼저 ‘남북 공영’ 통일론을 제기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11일 당내 ‘통일교실’을 개최하면서 “무력통일-흡수통일이 아니라 경제통일을 바탕으로 공존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의 이 발언은 국민행동본부를 비롯해 보수진영 논객들로부터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았지만 김 의원은 자신의 통일론의 정당성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 좌승희 전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온라인뉴스 ‘미디어펜’의 칼럼을 통해 ‘대동강 기적’의 통일론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좌승희 전 원장의 통일론은 북한 정권 붕괴 대신에 북한 내부의 경제성장을 도와 핵을 포기하게 하자는 내적 발전론에 입각해 있다.

 

‘대동강 기적’의 통일론

좌승희 전 원장의 이러한 통일론은 기존 보수진영의 ‘북한 정권 붕괴’ 통일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주장인 셈이다. 즉 북한 정권에 불리한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보다는 차라리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고 경제성장으로 성공해 핵무기 사용으로 ‘잃을 것이 많게 만들자’는 요지로 압축된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은 북한의 경제 개발 노력을 돕는 것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당장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정치적 통일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한…. 필요 시 서로 다른 정치체제하의 경제적 번영과 통합을 지향하고 정치적 통일은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면 된다’라고 썼다. 이는 ‘2국 2체제 경제통합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번에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 이주영 의원은 2008년 국회 개헌 모임을 이끌면서 헌법 제3조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의 폐지를 주장했던 바 있다.

이주영 의원의 설명은 이미 북한이 지난 1991년 남한의 동의를 거쳐 UN에 남한과 동시 가입함으로써 실질적인 ‘국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실효성이 없는 헌법 영토 조항이 남북간의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진영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통일론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기조를 지니고 있다. 우선 경제적 협력을 중요시한다는 점과 과거 자유민주주의로의 흡수통일을 유일한 통일방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연 이러한 생각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1948년 단정으로 수립된 대한민국의 대내외 정세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소련의 공산주의가 해체됐으며 중국은 개방.개혁으로 G2의 자리에 올라섰다. 일본은 경제대국을 거쳐 군사대국화를 지향하고 있고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세력 다툼을 확대하고 있다.

 

‘평화공존’ 주장의 설득력은?

여기에 미국은 아시아축 전략을 통해 태평양 국가로서 미일동맹을 국가 이익으로 추구하며 중국과 새로운 대항 질서를 모색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1948년 우리 헌법이 천명한 통일한국의 여건과는 전혀 다른 국제질서를 보여준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현재의 대결 국면으로는 생존과 번영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흡수통일하거나 무력통일을 이룰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남북간에 평화공존의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성조 독일 자유베를린대학 교수의 ‘자유주의 통일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독일 정부로부터 학술교류로 대십자공로훈장을 수상한 박성조 교수는 1959년 독일에 유학해 73년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독일 대학의 정교수가 됐고 독일의 분단과 통일의 모든 과정을 지켜 본 지식인이다.

그는 “한국의 통일은 ‘동족(同族)주의’에서 벗어나 북한과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남북통일은 한민족이 하나 되는 그런 이념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한 국민 개인들이 서로 잘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원로 교수의 충고로부터 우리는 개인들이 잘 살고 강해야 국가도 부강해진다는 역사적 진실에 눈 뜰 필요가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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