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빅데이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는 빅데이터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4.02.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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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직후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가 공화당을 멸종시키려고 한다”(Obama is aiming to annihilate the Republican Party)는 발언으로 위기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앞서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재선은 공화당에 더 충격적인 패배였다. 오바마는 선거인단 숫자에서 예상을 뒤엎고 압승했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에서 332명을 얻어 206명에 그친 롬니를 압도한 것. 그 비결은 경합주(swing state)에서의 압승이었다.

오바마는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버지니아(13명), 위스콘신(10명), 콜로라도(9명), 아이오와(6명), 뉴햄프셔(4명)에서 승리하며 선거인단을 독식, 안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오바마가 6190만7639표를 얻어 50.5%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총 5864만8640표로 48%를 얻어 격차는 크지 않았다.

유권자 개인정보 적극 활용

미국 대선은 전체 유권자의 표를 합산해서 당선자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별 선거인단의 숫자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공화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텍사스나 알래스카 등의 주에서는 아무리 많은 득표를 하더라도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이상을 확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표심이 엇갈리는 경합지역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게 승리로 가는 길이다.

공화당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과 오바마 캠프는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했다. 오바마는 대선 2년 전 빅데이터 분석팀을 설치하고 구매 가능한 모든 상업용 데이터 등 수집한 정보를 취합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뒤 정확한 분석을 통해 대선 로드맵을 도출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치헌금 기부명단, 각종 면허, 신용카드 정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 다양한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유권자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해 개인별 맞춤형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일례로 할리우드에서 정치헌금 디너파티에 참가해 돈을 지불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그룹은 40대 여성인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배우가 조지 클루니라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조지 클루니를 초대하는 등 분석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유권자들의 소유차량, 구독신문, 선호 브랜드까지 파악해 맞춤형 선거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오바마 캠프는 선거가 박빙일 것을 예측하고 경합주의 유권자 가구에서 개인의 성향까지 조사해 누가 자신들에게 투표할지까지 파악했으며 경합주에서 부동층 유권자를 흡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의 데이터 분석팀은 그날그날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일밤 수많은 모의선거를 했고 수집한 인구집단 정보를 목표 유권자들에 대한 마이크로 타게팅 TV광고를 구매하는 데 활용했다. 또 모의선거 실시 후 결과에 근거해 선거 경합지역에 오바마 지지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SNS 메시지를 보내 지지를 호소했다.

경합지역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오바마 캠프의 전략은 더 치밀했다. 우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선거운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오바마 캠프는 판단했다. 추가로 미국 시민권 획득과 경제적 혜택을 바라는 히스패닉, 독신 여성들과 싱글맘 및 극단적인 페미니스트, 노동조합에 속한 근로자 및 이제 막 투표권을 얻게 되는 젊은층 역시 민주당의 ‘집토끼’이다.

미국 선거제도 활용한 ‘집중화’ 전략

그렇기에 오바마는 경합주에 거주하는 집토끼와 기존 공화당 지지층을 제외한 부동층을 공략하는 데 모든 선거자금과 인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약 40만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민주당은 각각의 개인적 신상정보에 기반한 맞춤형 선거전략을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선거운동 방식은 주별 선거인단을 합산하는 미국 선거제도 때문에 가능했다. 부동층 유권자라고 하더라도 경합주가 아닌 기존 우세, 열세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에 대해서는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표심이 바뀌며 이념적 성향이 극단적이지 않은 유권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취향을 파악할 수만 있다면 한국 정치에서도 활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공화당으로서도 경합주에 거주하는 부동층 유권자를 체계적으로 공략하지 못한다면 오는 2016년 대선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 빅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미국 정치의 흐름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연구돼 온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확산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의 뇌와 마음 및 행동을 다른 일반 자연 현상처럼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게 인지과학자들의 입장인데, 인지(cognition)의 과정 및 내용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정보흐름도, 자료구조도와 같은 형식화되고 계량화된 개념적 도구를 통해 분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빅데이터 활용은 선거 전략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빅데이터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2억 달러를 들여 ‘빅데이터 연구소’ 건립에 나선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오바마 행정부는 총 85개 사례에 대한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국방에도 적극 활용

과학기술정책실(OSTP) 주도로 개설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국립과학재단(NSF) △국립보건원(NIH) △국방부(DoD)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 △에너지부(DoE) △지질조사원(USGS) 등 6개 주요 정부기관이 함께 한다. 의료·유전자·국방·교육·지구과학·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새로운 정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국방 분야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와 별개로 빅데이터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DoD는 매년 2억5000만 달러를 빅데이터에 투자해 국방전술에 있어서 인지·지각·결정을 제공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현 군사 상황을 인식해 각각의 정황별로 그에 맞는 군사작전까지 도출한다. 일선 병사들의 움직임까지 모두 체계화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미군의 최신 무기와 시스템을 더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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