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양아들 돌보는 푸른눈의 부모들
한국 입양아들 돌보는 푸른눈의 부모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2.27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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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살 된 제이는 아버지 크리스 랭스팅거의 품에 안겨 자신이 2009년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보았다.

당시 태어난 지 9개월이었던 제이는 인천공항에서 그동안 자신을 키워왔던 한국인 보모의 품을 떠나 미국인 양부모 리사와 크리스 랭스팅거의 품으로 들어왔다. 한국에서 생모에게 버려진 후 9개월만에 미국인 양부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잔잔한 음악 배경 가운데 소개된 사진들에는 제이가 가족이 된 것을 기뻐하는 양부모의 모습이 잘 나타났다. 새 엄마 리사의 품에 처음으로 안기는 장면, 제이가 새 아빠 크리스와 눈을 마주치는 장면, 자기보다 먼저 중국에서 입양된 두 누나들이 제이를 보며 기뻐하는 장면.

지난 1일 미국 조지아의 한 교회에서는 제이의 입양 사진들을 함께 보며 감동을 나눈 한국아이 입양 가정 모임이 있었다. 설날을 맞아 한국 음식을 먹고 한복을 입고 세배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서로 교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3명의 아이들을 입양한 부부

리사, 크리스 랭스팅거 부부는 불임으로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입양을 생각했다. 미 국내 입양보다는 해외 입양을 하기로 선택한 후 2007년 중국에서 여자 아이(애비)를 첫번째로 입양했다. 1년 뒤 역시 중국에서 둘째 여자 아이(해나)를 입양했고 2년 뒤 한국에서 제이를 자신의 아들로 데려왔다.

리사는 “제이를 데려가려고 할 때 그동안 제이를 키워온 한국인 보모가 많이 울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에 미안했고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랭스팅거 부부는 제이에게 한국의 뿌리를 가르쳐 왔다며 오늘 모임에 참석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아버지 크리스는 제이에게 김치를 덜어주며 맛을 보라고 했고 제이가 한복을 입고 세배하자 준비한 세뱃돈을 줬다.

 

백인 여성인 카렌 림은 남편이 한인이다. 림 부부는 딸을 낳은 후 몇 년 뒤인 2010년 한국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그녀는 “가족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듣고 우리는 집과 가족,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그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입양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남자아이는 한국인 여성과 백인 남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였기에 림 부부는 자신들이 이 아이를 입양할 적임자라고 더 믿었다. 올해 4살이 된 그녀의 아들 아이작은 이날 행사 진행으로 바쁜 엄마를 뒤따라 다니느라 바빴다.

잭과 태미는 2년 전 당시 1살이었던 남자아이 엘리를 한국에서 입양했다. 이날 행사에 온 잭은 밥을 같이 먹으며 한국말로 엘리에게 말했다. “안 돼”, “하지마”, “잡채”, “먹자”

한국어를 배워서 일부러 엘리에게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엘리가 자신의 뿌리를 알도록 하려는 것이죠.”

잭은 “이런 아이들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며 엘리를 입양한 동기를 밝혔다.

미국 가정에 새로운 가족으로 입양돼 오는 한국 아이들은 2012년의 경우 출신국별로 4번째로 많다.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그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온 아이들은 26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에티오피아로 1568명, 러시아 748명, 한국 627명 순이다. 한국에서 입양된 627명의 아이들은 60%가 남자아이로 1~2세가 대부분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고아 입양국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해외입양아는 8668명으로 나머지 전세계 국가들의 해외입양아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전쟁 계기로 입양 본격화

아시아 고아들이 미국에 입양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전쟁고아들이 입양되면서부터다. 당시 미국인들은 홀트인터내셔널 등 민간입양조직을 구성해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미국에 입양시켰는데 1948년부터 2000년 사이 미 국무부가 승인한 고아 비자 즉, 입양된 외국 아이들 중 34.8%가 한국 아이들이었다.

1975년 베트남전쟁 때 남베트남 정부가 북베트남 공산정권에 붕괴되자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고아들의 입양을 신속히 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발동, 당시 2700여명의 베트남 고아들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기도 했다.

 

미국에 입양된 해외 고아들은 대부분 양부모 슬하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입양 전국 보고서에 따르면 입양된 아이들 중 85%가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6세 이상 입양아 중 88%가 긍정적인 태도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 입양아 중 지난 1년 간 건강보험에 들어 있는 아이는 91%였고 학교 수업 후 과외활동에 참여하는 입양아는 85%였다.

양부모들의 관심도 커 입양아들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68%로 입양하지 않은 다른 부모들(48%)보다 높았고 매일 입양아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는 73%였다.

양부모들 중 입양한 그 아이를 다시 입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87%가 그렇다고 답했다.

양부모들은 입양된 아이의 출신국 문화를 아이에게 가르치는데도 열심이다. 이날 설날 행사에서 양부모들이 참석한 주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윷놀이를 해보게 하는 등 아이들이 한국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입양돼 미국에 왔다는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고 한다.

제이 아버지 크리스 래스팅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입양돼 우리 가족이 됐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떻게 왔는지 다 알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아이들은 기저귀를 갈아주며 키워온 내가 아빠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해외 입양은 비용이 2만달러에서 4만달러까지 소요되고 수십장의 서류를 준비하는 등 과정도 복잡하며 또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해외 입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가족과 가정을 주고 싶어서다. 미국 입양 전국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해외 입양을 하는 대표적 이유는 아이를 가족 구성원에 넣어 가족을 확대하기 위해(92%), 아이에게 영원한 가정을 주기 위해(90%)서다.

하지만 양부모들은 이 아이가 자신들의 기쁨이자 축복이라고 하나같이 말했다. 한국 남자아이 2명을 입양한 제프리 씨는 “이들의 부모가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에게 기쁨이고 영예”라고 말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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