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폭풍 속에서 피어난 훈훈한 이야기
눈 폭풍 속에서 피어난 훈훈한 이야기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2.2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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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도로가 마비된 조지아 애틀랜타

지난 13일 조지아 애틀란타는 다시 한번 눈과 얼음으로 마비됐다. 하지만 2주 전에 있었던 눈사태와는 달리 조용히 지나갔다. 각 학교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고 직장인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인 새벽부터 눈과 얼음이 내리기 시작했다.

약 3인치(8센티)의 눈이 내린 지난 1월 29일 애틀란타 지역은 말 그대로 난리였다. 점심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에 학교, 회사,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이미 눈길이 돼 버린 도로는 주차장이 됐다. 평상시 20분이면 오는 거리를 8시간 걸려서 오는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고속도로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며 차 안에 있어야 했다. 화장실도 못가고 마실 물도 없고 차는 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은 차를 길가에 버리고 걸어서 인근 호텔이나 슈퍼마켓, 교회 등에서 임시로 잠을 잤다.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학교를 떠난 스쿨 버스는 주차장이 된 도로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잠을 자야 했다.

직장의 남편과 학교에 갔던 아들이 집에 돌아오지 못하자 집에 있던 엄마의 걱정은 컸다. 주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갔다. 하지만 이런 난리 통에도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돕는 미국인들의 훈훈한 이야기에 미국은 따뜻하다.

매튜 밀러는 이날 집에 있었다. 그러다 뉴스를 통해 많은 차량이 도로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뭔가 작은 도움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땅콩 버터 샌드위치와 물을 배낭에 넣고 나갔다. 도로 위에 길게 늘어선 차량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과 땅콩 버터 샌드위치를 무료로 건네줬다.

매튜 밀러 씨가 지난 1월 29일 눈사태로 길에 묶여 있는 차량 속의 사람들에게 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데릭 코디는 25세 대학생이다. 그는 이날 애틀란타 외곽의 작은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피할 곳을 찾아 사람들이 호텔에 몰려왔다. 사람들은 다른 호텔들은 자신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코디는 호텔 방이 완전히 다 찼지만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20명의 사람들에게 침대, 음식과 전화기 충전기를 제공했다.

그는 새벽 4시에는 약 3마일을 걸어서 근처 병원에 갔다왔다. 최근 심장수술을 받은 한 남자의 심장약을 받기 위해서다. 그 남자의 부인은 눈폭풍 직전에 약국이 문을 닫아 약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병원은 약을 배달할 수 없었고 택시는 호텔에 갈 수 없었다. 코디는 CNN과의 인터뷰에 “그저 지역사회에 환원(give back)하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기 원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다.

배관공인 조 켈러는 이날 한 초등학교에서 근처 집들까지 얼마나 많이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그가 아는 것은 모든 아이들이 집에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중형차를 끌고 6시간을 왔다갔다 했다.

차를 버리고 슈퍼마켓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100명 이상의 학생과 직원들을 집으로 운송하기 위해서다. 켈러는 학생과 직원 뿐 아니라 길거리의 낙오자들도 태워줬다. 특히 어린이와 함께 걷는 사람들은 꼭 태우려고 했다. 그는 이날 이들 모두를 집에다 데려다주고 자신의 집에는 새벽 2시에 돌아갔다.

미셀 솔리시토는 ‘Snowed Out Atlanta’라는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이번 눈폭풍 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운송팀을 조직할 목적으로 이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당시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도 집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 부모들의 마음이 걱정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오후 5시까지 이 페이지에는 5000명이 넘게 등록했다. 다양한 어려움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한 남자는 임신 8개월의 아내와 3살 된 아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이들을 찾아달라고 했다. 이 내용이 솔리시토가 만든 페이스북에 올라오자 이 소식을 접한 크레그라는 한 자원봉사자가 이들을 찾아 나섰다. 결국 찾았고 집까지 데려다줬다. 임신 8개월의 그 아내는 “우리는 16시간만에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분들의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5살 엘리자베스 닐슨은 이날 학교에서 밤을 보내야 했던 수천명의 학생들 중 한명이었다. 그녀의 아빠 마크 닐슨은 딸이 학교에서 잠을 자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서 6마일을 걸어 학교에 갔다. 그의 손에는 자기와 딸이 덮고 잘 담요가 있었다. 딸과 학교에서 같이 잠을 자야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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