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싱크탱크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한 남자
美 보수 싱크탱크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한 남자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3.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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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EI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한 다니엘로 칼라일 그룹 공동회장

다니엘 다니엘로(Daniel A. D'Aniello)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투자 회사인 칼라일(Carlyle) 그룹의 공동회장으로 순자산 26억 달러를 갖고 있는 억만장자다. 그가 25일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인 미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에 2000만 달러(약 213억원)를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AEI의 2013년 전체 수입(4400만 달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큰 액수다.

AEI의 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한 다니엘로

AEI는 다니엘로의 기부금으로 워싱턴 DC 내 싱크탱크들이 모여 있는 매사추세츠 거리에 있는 한 건물을 매입하고 그 건물의 이름을 다니엘로로 지을 예정이다. 그 안에는 라디오와 TV 스튜디오, 교실과 미팅 장소 등을 설치하고 직원도 현재 140명에서 206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설립 7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AEI는 그동안 국내외 현안에 대한 보수적 정책과 아이디어를 제안해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AEI의 연구원들이 행정부에 관리로 들어가 활동했고 지금은 공화당에 빈곤, 부채, 국가지출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빈곤층에 세금 혜택을 줘서 일하게 하고 어린이들이 공립학교 대신 전세(charter) 학교나 사립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AEI 정책들은 성공적인 제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니엘로 회장이 AEI에 2000만 달러라는 거금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그는 AEI의 철학이 자신의 철학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EI의 정신은 자유(freedom), 기회(opportunity), 기업(enterprise)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내 삶을 정의하는 필수 개념이다.”

그는 “AEI의 성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고를 통해 얻는 성공에 대한 가치”라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얻는 행복과 성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대변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필요를 돌보도록 하는 것은 전혀 격려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펜실베니아의 한 탄광촌에서 태어난 다니엘로 회장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집안이 가난해 9살 때부터 과일시장에서 일을 했다. 어머니는 보험 외판원이었다. 이처럼 어려운 유년 시절이었지만 그는 자유, 기회, 기업 덕분에 자기가 시라큐스 대학,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펩시와 메리어트 등 큰 기업에서 중역이 됐으며 자신의 회사인 칼라일 그룹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 중 한명이 됐다고 말했다.

다니엘로 회장은 “자유 기업과 기회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은 내게는 매우 개인적인 것으로 이를 통해 내 회사가 크게 번성하게 됐다”며 “개인의 자유, 동등한 기회, 자유 기업을 증진하는 AEI의 사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 때문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데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나는 자유 기업에 대해 투명하고 용기 있게 일을 해나가는 AEI를 후원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억만장자들의 싱크탱크 기부, 익숙한 일

다니엘로 회장과 같이 억만장자들이 싱크탱크에 기부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미국 내 유력한 싱크탱크들 이사들 가운데는 억만장자들이 많다. AEI와 함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에는 코크 회사의 찰스 코크, 피츠버그 트리뷴 소유주이자 멜론 은행 상속자인 리처드 멜론 등이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고 있다.

진보 싱크탱크를 후원하는 대표적인 억만장자는 조지 소로스다. 그는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경제정책연구센터(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 등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중도 성향의 싱크탱크인 외교관계협회(CFR)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헨리 크라비스, 브루킹스연구소에는 커크 케르코리안, 하임 사반 등의 억만장자가 재정 후원을 하고 있다. 이들이 큰돈으로 정치를 바꾸려고도 하지만 이처럼 싱크탱크에 큰돈을 기부하는 이유는 다니엘로 회장의 말처럼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이 싱크탱크들이 미국정책에 실제로 반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싱크탱크의 영향력은 크다. 미 행정부나 의회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주로 싱크탱크 연구원으로 활동하는데 미국의 국내외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이들의 제안과 구상이 그 방향과 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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