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에 제소된 희대의 범죄자들
ICC에 제소된 희대의 범죄자들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4.03.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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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반인도적 범죄를 일삼는 북한 정권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25일 ‘북한의 잔혹성’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내용을 인용,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배층이 자행하고 있는 각종 범죄에 대해 지적했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주의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자를 처벌하기 위해 지난 2003년에 신설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관한 로마 규정’ 비준서를 2002년 11월에 유엔사무국에 기탁함으로써 ICC의 83번째 가입당사국이 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ICC 회부 위기

김정은 정권의 악행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상황에서 이제 관건은 과연 북한 정권이 ICC에 실제로 회부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학살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독재자들이 ICC에 회부되거나 회부될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반정부 시위로 인해 실각 후 도피 중인 우크라이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ICC에 설 위기에 놓였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2월 25일(현지시간)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헤이그 ICC에 제소하는 결의안을 제1차 독회(심의)에서 통과시켰다. 앞으로 2·3차 독회를 거치면 채택된다.

의원들은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전(前)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지난 2월 22일까지 벌어진 우크라이나 야권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를 무력 진압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며 이들을 대량 학살 혐의로 국제 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누코비치 정권과 싸워온 주요 야당인 자유당의 올렉 탸그니복 대표는 이날 의회 회의에서 “야누코비치 ICC 제소를 위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CC 제소를 위해선 우크라이나 의회가 1998년 채택된 ICC 관할권 인정에 관한 로마 규정을 서둘러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로마 규정에 서명했지만 아직 의회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아프리카 독재자들, 연일 ICC 회부

지난 2월 10일에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의 반군 지도자였던 보스코 은타간다의 심리가 ICC에서 열렸다. 일명 ‘터미네이터’라고 불렸던 은타간다는 2012년 반군단체 M23을 설립하고 DRC 정부군과의 교전을 주도했다. 그는 살인, 강간, 소년병 징집 등 13건의 전쟁범죄 혐의와 5건의 인권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르완다에서 태어난 은타간다는 2002년 9월부터 1년에 걸쳐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이투리주에서 벌어진 여러 건의 잔혹행위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2002년 11월에는 광산 지대인 몽브왈루에서 주민 200명을 학살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은타간다와 함께 기소된 콩고자유애국군(FPLC)의 토마스 루방가 전 사령관은 유사 혐의들로 2012년 14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전쟁 범죄에 대해서도 ICC는 예비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파투 벤수다 ICC 수석검사는 최근 “다양한 집단에 의한 극도의 잔혹함이 보고됐다”며 “수백 건의 살인, 성폭행, 약탈, 고문, 강제이주 어린이가 동원된 적대행위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2013년 3월 이슬람 계열인 셀레카 반군그룹이 기독교 정권을 축출한 이후 인구의 80퍼센트를 이루는 기독교인들을 탄압하자 기독교인들도 민병대를 결성해 보복하면서 종파 간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자국 국민들을 대거 학살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도 ICC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리아 최대 반정부 연합체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아흐마드 자르바 대표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서방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프랑스 일간 르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가 지난 21일 화학무기로 우리 국민들을 학살했다”면서 “그는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 전쟁범죄 조사관을 지낸 데스몬드 데 실바 변호사가 이끄는 조사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고문과 살인’을 자행했다는 증거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산업적 규모라 할 만한 대규모 학살(industrial-scale killing)이 시리아 정부가 관여된 상태에서 자행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 발발 초기인 지난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소 1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시리아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고문과 살인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도 회부 대상

‘21세기 최대 인종학살’이라고 불리는 수단 다르푸르 사태도 ICC의 본격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ICC는 지난 2005년 7월 “전쟁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 초점을 맞춰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르푸르 사태는 수단 서부의 다르푸르에서 정부의 지역·부족 차별에 항의하는 반군과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내전을 벌여 18만명이 숨지고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사건을 말한다. 특히 정부의 지원을 받은 아랍 민병대 ‘잔자위드’는 이 지역의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마을 전체를 약탈·방화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이어 2010년 10월에는 ICC가 수단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해서 전쟁 범죄 혐의로 지난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집단학살 혐의를 추가한 바 있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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