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왜 중국과 친하게 됐나
파키스탄은 왜 중국과 친하게 됐나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4.03.07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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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드 마무드 파키스탄 전략연구원(ISS) 이사장
칼리드 마무드 파키스탄 전략연구원(ISS) 이사장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파키스탄은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 대테러전의 전초기지로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은 과연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파키스탄 외교계의 거물로 손꼽히는 칼리드 마무드(Khalid Mahmood) 전 파키스탄 주중대사 이슬라마바드 현지에서 만나 파키스탄의 외교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 파키스탄은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압니다. 파키스탄-중국의 관계와 역사를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거 중국이 비공산권 국가들로부터 고립돼 있었을 때 중국을 지지하고 도움을 준 국가가 바로 파키스탄이었습니다. 중국이 비(非)공산권 국가와 동맹을 맺게 된 계기가 바로 우리였죠. 뿐만 아니라 중국이 이슬람권 국가들과 교류를 하는 데 있어서도 파키스탄이 기여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제치고 유엔에 가입하는 과정에서도 파키스탄의 도움이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고위 관리들은 우리에게 중국 격언을 자주 인용합니다. “우리는 건너온 다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내용이죠. 동시에 파키스탄은 중국이 항상 조건과 제한 없이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크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 중국이 파키스탄에 많은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데는 전략적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양국 관계의 핵심적 부분은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시작됐습니다. 파키스탄에 있는 각종 군사장비 및 시설들은 대부분 중국 군수회사들과의 협력 하에 건설됐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에너지 분야, 특히 원자력에서도 도움을 줬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가 원자력 분야에서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결국은 철회했습니다.

중국과 파키스탄이 이토록 가까워진 건 인도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인도가 최대 변수는 아닙니다. 중국과 인도는 경제적으로 협력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연간 수천억 달러에 해당하는 교역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경제교류도 늘릴 것

파키스탄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결여된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경제적 교류는 아직도 미약한 수준입니다. 중국의 전체 무역량을 감안하면 우리와의 교역 규모는 매우 적습니다. 그런데 인접국인데도 불구하고 양국 간 정치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중국이 이뤄낸 경제적 번영은 대부분 동부 해안가에 집중돼 있습니다. 중부와 서부는 그다지 경제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서부 대개발을 준비 중입니다. 다음주에 우리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서부 대개발과 관련된 경제적 협력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 미국인들 중에는 파키스탄이 핵무기나 테러 때문에 위험한 게 아니라 중국과 가깝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파키스탄의 항구가 중국이 인도양을 통해 중동으로 나가는 중국의 해군기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키스탄과 중국 관계에 있어서 최대 쟁점은 경제입니다.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입니다. 만약 미국 해군이 인도양에 있다면 중국 해군이라고 거기 있으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인도양이 생명선과도 같을 수 있으니까요. 미국이 전세계에 해군기지를 만든다면 중국도 역시 자위권 차원에서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많은 파키스탄인들이 반미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압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신지요. 미국도 현재 파키스탄에 군사적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미국의 정책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책에서 일관성이 없습니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 입장이 너무 자주 바뀝니다. 언제는 친구고 동맹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경제제재를 가하기도 하니까요. 미국이 그간 실시했던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였습니다. 또한 미국이 인도의 핵개발을 용인하면서도 우리의 핵개발은 반대했을 때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외교노선은 전반적으로 反이슬람 성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라크, 아프간 모두 무참하게 파괴하지 않았습니까?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책을 봐도 그렇구요. 이게 파키스탄인들이 미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계속 가져가고 싶은 입장입니다.

- 파키스탄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당위성과 구체적으로 협력 가능한 분야가 있을까요.

파키스탄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안정과 경제성장입니다. 물론 안정을 이루는 데는 국내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모두 존재합니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서 우리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번영한 국가라는 걸 알고 협력할 분야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이 가능합니다. 기술, 교육, 핵안보 등의 이슈에서요.


이슬라마바드=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사진/조희문 편집위원 cine69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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