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오는 미세먼지 황사와는‘격’이 다르다
몰려오는 미세먼지 황사와는‘격’이 다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3.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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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완연한 봄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봄이 그리 달갑지 않다. 우리나라를 뒤덮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이전부터 불어왔던 황사(黃砂)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2005년, 2006년 무렵부터 우리나라를 휩쓸기 시작한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게 99% 이상이다. 이것은 바람을 타고 美서부지역까지 날아간다. 그런데 이 미세먼지는 모래가루인 황사와는 달리 온갖 독성물질과 중금속을 품고 있다.

국제적으로 미세먼지는 입자크기에 따라 50㎛ 보다 작은 먼지를 총칭하는 TSP(Total suspended Particles), 입자크기가 10㎛ 미만인 PM10과 2.5㎛인 PM2.5로 나눈다. 이 가운데 TSP의 경우에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등으로 걸러낼 수 있지만 PM10 부터는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가 아니면 인체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다.

미세먼지가 자연 그대로의 탄소나 황 입자라면 인체에 들어온다고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중국은 에너지원의 75%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장치나 난방시설이 잘 개발돼 이산화탄소나 황 화합물을 배출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중국의 에너지 사용 효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30%대에 불과하다.

‘황산 안개’에서 미세먼지로

즉 석탄의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 탄소 화합물부터 이산화황 등 각종 오염물질과 제조업체들이 대기오염 방지시설 없이 뿜어내는 연기에 섞인 온갖 중금속 화합물이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미세먼지의 실체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요소는 황 화합물이다. 중국의 후진적인 발전시설과 난방시설에서 연소된 석탄은 황 성분을 분출하는데 이것이 햇빛을 받아 삼산화황이 되고, 삼산화황은 대기 중에 있는 물 분자와 결합해 ‘황산 안개’로 바뀐다. 이것이 우리나라로 날아와 ‘산성비’가 되거나 ‘미세먼지 바람’이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날아오면 우리 국민들의 건강이 크게 악화된다. 일본의 원전보다 훨씬 ‘실질적인’ 위협이다.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물질 가운데는 납, 비소, 아연과 같은 중금속이 많다. 이것이 사람 몸 속에 들어가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기침, 두통, 호흡곤란 등을 겪게 된다. 피부가 약한 사람이 이런 미세먼지에 계속 노출되면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리기도 한다.

미세먼지 중 PM2.5와 같은 초미세먼지는 보통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데 여기에는 황산이온, 질산이온과 같은 독극물이 포함돼 있다.

이 독극물은 곧바로 폐로 들어가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을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혈관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고 동맥경화, 뇌경색,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노인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임산부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인하대 연구팀은 미세먼지와 서울시 사망률 간의 연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PM10 농도가 ㎥당 10㎍ 증가하면 65세 이상의 노인 사망률이 0.4%씩 증가한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라 부르는 PM2.5의 경우에는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1.1%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2011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에서는 미세먼지 증가가 노인 사망률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부와 태아에게 치명적

이화여대 의대 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 증가와 임산부-태아 문제를 연구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가면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5.2%에서 7.4%로 높아지고 임신 4~9개월 사이 임산부의 사산(死産) 위험은 8.0~13.8%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2009년 부산대 양산병원의 산업의학 전문의, 대기과학 및 지리정보시스템 전문가들은 PM10의 농도가 저체중아 출산, 사산, 기형아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 밖에도 미세먼지가 ‘사람을 죽인다’는 연구 결과는 숱하게 많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90년대부터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1948년 미국 펜실베니아州 도노라에서는 초미세먼지로 인해 20명이 사망했고 1952년 영국 런던에서는 스모그에 섞인 미세먼지 때문에 결국 4000명이 사망했다.

선진국들은 2000년 이후에는 중국발 미세먼지 농도에 대해 계속 경고를 하고 있다. 그중 중국 주재 미국대사관은 베이징 시내의 미세먼지 농도 경보를 공개했다가 중국 공산당 정부의 반발로 중단했다. 일설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치사경보’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시행되는 미세먼지 경보제 또한 연평균 25㎍/㎥, 24시간 평균 50㎍/㎥의 기준은 PM2.5는 기준에 넣지 않은데다 농도 기준도 미국보다 40% 이상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서울시와 환경부가 발령한 미세먼지(PM10) 농도 예비 주의보의 경우에도 미국일 경우 ‘경보’가 발령됐을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의’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국민들, 특히 서울 등 수도권과 서해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미세먼지 농도를 항상 확인한 뒤 실외활동을 하고 마스크를 구입할 때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자칭 황사용 마스크’가 아닌, 약국이나 공업용품 판매점에서 파는 ‘초미세먼지용 마스크’를 구입해 놓고 사용하는 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전경웅 객원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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