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바얀 후투그"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바얀 후투그"를 검색했다
  • 정용승
  • 승인 2014.03.18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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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8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7위 -

 

- 픽션(fiction)과 팩션(faction)의 차이는 사실(fact)의 유무다. 픽션의 경우 완전한 허구다. 보통 소설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팩션은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의 요소를 넣는 방식이다. 영화 ‘300’, ‘폼페이’ 등이 팩션 영화로 꼽힌다.

- 현재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기황후’는 어느 쪽에 속할까? 제작진은 방영 전 ‘픽션 사극’을 표방했다. 드라마 방영 시 ‘일부 가상의 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으니 실제역사와 다름을 밝힌다’는 문구도 제작진의 의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39회 방영을 앞두고 또 다시 실존 인물이 등장할 예정이다. ‘바얀 후투그’다.

- 이미 ‘타나실리’, ‘타환’이라는 실존인물이 등장해 논란이 있었다. 픽션 사극에 허구가 아닌 역사적 인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타나실리의 경우 극 중 역할처럼 질투와 시기가 심했던 성격이었다. 즉 제작진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기황후를 픽션 사극이 아닌 팩션 사극으로 비틀었다.

- 문제는 팩션 사극이 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 드라마를 픽션 사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존의 시청자는 실존 인물이었던 타나실리, 타환, 바얀 후투그를 허구의 인물이라고 여길 것이다. 반대로 실존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실제로 있었던 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난다. 제작진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픽션으로 갈 것인지 팩션으로 갈 것인지를 말이다.

- 만약 드라마에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는 일이 지속해서 연출된다면 픽션 인물로 시작한 ‘기황후’까지 왜곡될 소지가 있다. 기황후는 실존 인물이긴 하지만 극 중 역할처럼 강인한 여성은 아니었다. 오히려 개인의 권력을 위해 중상모략하고 경쟁자를 없앤 잔인한 여성에 가깝다.

- 특히 황후 자리에 오른 후 고려를 대했던 태도를 본다면 잔혹하기 까지 하다. 기황후는 자신의 친족들이 왕을 농락하는 모습을 방관했고 고려를 멸망시키기 위해 군대까지 보냈다. 픽션 사극에서 실존 인물의 등장은 이런 기황후까지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 ‘기황후’ 39회에 등장할 바얀 후투그는 겉과 속이 다른 인물로 그려질 전망이다. 실제로는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실존 인물이 허구의 인물로 여겨진다면 당사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팩션과 픽션 사이의 오묘한 줄타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MBC ‘기황후’의 시청률은 27.7%로 월화드라마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바얀 후투그’를 검색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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