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의지와 예산이 문제다
국방개혁, 의지와 예산이 문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3.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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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옥 前 국방차관
 

지난 3월 5일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이 확정됐다. 국방부는 6일 이 계획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 재가(裁可)됐음을 밝히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라는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우리 군(軍)의 작전수행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국방부는 어느 한 해도 국방개혁과제에서 손 놓은 적이 없었다. 김영삼 정부 하에서의 ‘중장기 국방발전방향’ 구상, 김대중 정부의 ‘국방정책 기본방향’, 2005년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2009~2020’,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1~ 2030(307) 등으로 계속 수정, 보완돼 왔다.

물론 그간 국방개혁 기본계획이 계속 수정되면서, 여러 부문에서 개혁이 부분적으로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국방개혁 방안들이 계획대로 이뤄질 것인가이다. 여의치 않으면 다시 계획을 수정, 보완해 나가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주변 안보정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국방의지를 다짐해야 할 시점에 있다.

이번에 발표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병력 감축, 부대 구조 등의 조치와 함께 새로 도입한 ‘능동적 억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전면전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매우 공세적인 개념이다.

북핵 위협과 전작권 전환이 새 변수

한 쪽의 선제적 조치는 다시 상대방의 대응조치를 불러 올 수 있고 전면전 상황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따라서 우리의 선제적 조치는 북한의 군사적 대응조치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적·비군사적 억제력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위협-사용임박-사용’의 세 단계로 구분, 단계별로 억제하기 위한 ‘킬 체인’ 3단계 억제계획, 즉 ‘맞춤형 확장억제’ 계획에 합의했다. 이 합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한미연합 억제력이 되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또 하나의 억제력이 필요하다. 우리 자신의 대북 억제력이다.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도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이 기본계획에 우리의 대북억제력 확보계획이 필요시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반영됐는가? 반영돼 있다면 예산상의 뒷받침은 보장되는가? 둘째, 미국이 제공하게 될 ‘맞춤형 확장억제’의 실효성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보장될 것인가? 우리 정부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의 몫’을 다 할 각오가 돼 있는가?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병력 및 부대 감축이나 작전지휘 중심축을 군사령부 급에서 군단 급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는 언제든지 별 문제 없이 추진될 수 있다. 이는 국방개혁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1990년대에 구상된 국방개혁 추진계획에서도 육군병력 감축, 해·공군 병력 증가,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군단 중심 작전수행, 대북억제전력 강화 등이 포함됐다. 당시에는 북한의 핵위협도, 전작권전환 문제도 없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확고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울타리로 해서 한반도 차원에서는 북한의 국지·전면전 도발에 대비하면서, 지역 차원에서는 장기적으로 미래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의 안보 상황은 당시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이 위협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안보·통일·외교 정책은 모두 무의미하게 된다. 또한 앞으로 불시에 닥칠 수도 있는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강력한 국방력과 동맹 있어야

우리 자신의 대북 핵억제 역량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치 말아야 함은 물론 핵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발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또 발사한 경우라도 우리 땅에 떨어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춰야 북한의 핵위협 하에서도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우리 몫’을 다 할 수 있을 때 미국의 ‘맞춤형 확장억제’의 실효성도 보장될 것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정세 변화의 특징은 각국의 대내외정책이 자국이익 중심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한층 더 짙게 풍긴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국익과 관련해서는 타협보다는 대결의 자세가 선호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한반도문제 당사국임을 자처하는 이들 주변국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것이며 서로 견제와 협상, 대결과 타협의 행태로 한반도문제를 다루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사태 등 한반도 유사시 사태수습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통일여건을 구축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강력한 국방력과 신뢰할 수 있는 동맹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 자신이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 강력한 억제 역량을 독자적으로 구비하지 못하고 ‘자기 몫’을 담당할 능력도 없다면 동맹 파트너로서도 자기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역내 강국들 간의 협상과 타협 과정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 추진은 또한 통일과정에서 북한지역 안정화에 필요한 추가적인 병력 소요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병력 감축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11만1000명의 육군병력 감축이 타당한지에 대해 계속적인 검토와 함께 유사시 병력 보충대책을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상황 하에서의 의사결정은 실시간 상황 정보 공유와 대안 선택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에 적합한 상부지휘구조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군별 이기주의도 벗어나야 한다. 국방개혁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감이다.

한 마디로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의 성공 여부는 국가통수권 차원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이의 구현을 위한 예산의 안정적인 뒷받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의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용옥 前 국방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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