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아랍-지중해가 공존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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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4.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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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대사와 함께하는 세계여행⑲ 호씬 사흐라우이 주한 알제리 대사
호씬 사흐라우이 주한 알제리 대사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알제리는 지중해, 아랍, 유럽, 아프리카 문화의 요소들 모두 지니고 있는 나라다.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하고 있으며 작년 한해 우리 기업들이 알제리에서 거둔 매출액은 10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면적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고 작년 국방예산도 아프리카 최대를 기록했다.

알제리 하면 흔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까뮈. 하지만 알제리인들은 프랑스 식민지 문화의 일부인 까뮈 보다는 기독교 사상가인 성 어거스틴이나 세계적 역사학자 이븐 할둔 등을 대표적 알제리 인물로 꼽는다.

미래한국은 지난 3월말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주한 알제리 대사관을 찾아 호씬 사흐라우이(Hocine Sahraoui) 알제리 대사를 만났다. 아프리카의 관문, 지중해 알제리로의 지면 여행을 떠나보자.

- 알제리는 아프리카 국가인 동시에 지중해 문화권에 있는 나라죠. 찬란한 고대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고요. 먼저 알제리의 문화와 역사를 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알제리의 기원이 되는 민족은 베르베르인(Berber)입니다. 아프리카의 오랜 원주민이지요. 이 민족에서 위대한 인물이 많이 나왔습니다. 성 어거스틴도 베르베르인 출신이고 세계적인 역사학자 이븐 할둔도 그렇습니다. 로마 황제와 이집트 파라오 중에서도 베르베르인이 다수가 있었습니다.

알제리는 역사적으로 여러 문명의 영향을 받아왔는데 처음으로 영향을 준 것이 페니키아 문명이고 여기서 카르타고가 만들어졌습니다. 다음으로 로마문명의 영향을 받았고 그래서 지금도 알제리에는 로마 유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로마 도시 전체를 볼 수 있는 유적지도 있고요. 이후 7세기에 들어 아랍의 문명이 들어옵니다. 또한 터키 문명이 들어와서 300년간 터키의 영향을 받았고 19세기에는 프랑스가 와서 150여년간 지배했습니다. 알제리는 지중해 중심에 위치하면서 이와 같은 영향을 받아 문화적으로 풍부해졌습니다.

페니키아, 로마, 아랍, 프랑스 영향 받아 문화 풍성

- 현재는 아랍문화가 국가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종교적으로도 이슬람이 지배적일 테고요.

우리 헌법은 알제리 민족을 ‘아랍-베르베르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알제리의 정체성이죠. 우리의 공식 언어는 아랍어이지만 헌법은 베르베르 언어를 민족어(national language)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알제리는 공식적으로 아랍 국가이지만 동시에 베르베르 전통을 포함해서 앞서 언급한 여러 문화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 알제리와 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이 1990년이죠. 곧 25주년을 맞게 될 텐데요, 양국정상회담을 2번이나 한 사실이 주목됩니다. 양국관계의 현안과 교류관계에 대한 소개를 바랍니다.

알제리-대한민국 양국관계의 중요성은 단적으로 양국 협정을 통해 드러납니다. 양국 대통령은 2006년 서명를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습니다. 한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서명국은 아프리카국으로서는 알제리가 유일합니다. 한국도 그러한 성격의 합의서를 자주 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알제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협정은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일대 사건입니다. 알제리가 한국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요소는 첫 번째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둘째가 그 지식을 이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세 번째는 투자 의지가 있고 우리를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을 진정한 윈윈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 것이죠.

-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이전할 만한 ‘지식’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한국이 알제리에게 다른 나라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러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을 전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은행업무나 금융인프라 부분이 그렇고 과학분야에서는 KDI가 그러한 과학기술 전수 프로그램의 수행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알제리에서는 한국과의 프로젝트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는데 그 이유가 과거 유럽은 알제리를 식민화 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고 우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전 식민주체인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와 지식 공유를 원치 않는다는 점도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알제리 현지 기업과 합작에 관심이 있습니다. 단순히 단기적으로 돈을 버는 것을 넘어서서 투자쪽으로 관심을 갖고 있어서 고무적입니다. 작년 한해만 가스와 전기분야에서 3건의 투자합작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또한 현재 논의 중인 IT 분야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첨단기술아프리카센터(CATICT)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한국 교수가 강단에 서고 한국과의 투자와 자금도 협력을 해서 설립을 할 계획입니다.

한국-알제리 전략적 동반자 관계 체결, 이유는?

- 그렇다면 한국에서 볼때 알제리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한국이 볼 때 알제리가 전략적 나라인 이유는 우선 알제리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면적이 큰 나라이고 두 번째로 경제성장을 빠르게 하고 있는 나라로서 시장으로서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한해 한국 기업들이 알제리에서 거둔 매출은 100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알제리가 지리적으로 전략적인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관문인 동시에 지중해를 끼고 유럽을 바라보고 있고 아랍과도 관련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알제리와 관계를 맺으면 아랍, 유럽,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세 곳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이해하는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기관등 26개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입니다.

- 최근 역사문제로 인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갈등을 듣고 계실 줄 압니다. 마찬가지로 알제리는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로서 프랑스와 다소 불편한 관계인 것으로 아는데요. 알제리는 과거사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모든 식민주의는 인류에 대한 범죄입니다. 왜냐하면 식민주의의 목적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 상대국가의 정체성을 말살하자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 식민제국주의 국가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과 외교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치, 경제, 문화적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로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알제리 국민들을 위해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 말이 있지요. 역사의 장(page)을 넘기긴 했지만 그 장을 뜯어버리지는 않는다. 역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렇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프랑스와의 독립전쟁 때 죽었습니다. 수도 알제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죠. 그는 군인이고 영웅이셨습니다.

알제리 시장의 모습

4월 대선, 부테플리카 대통령 4선 도전 당선 유력

- 알제리는 1962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죠. ‘알제리전쟁’ 중에 프랑스군에 부역한 알제리인들, 이른바 하르키인(Harki)에 대한 차별문제가 이슈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하르키는 프랑스 제국의 조력자였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1962년 알제리 독립 이후 프랑스로 갔죠. 그들은 국가의 배신자들이었습니다. 전쟁 중 프랑스 편에 서서 많은 알제리인들 죽였죠.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합법적인 것입니다. 그들은 프랑스인이지, 더 이상 알제리인들이 아닙니다. 프랑스는 그들에게 시민권을 줬고 지금은 알제리와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 그들의 자녀들은 법적으로 아무 차별을 받지 않습니다.

- 알제리의 국방예산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압니다.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숫자적으로 국방예산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아진 것은 불과 작년의 일이죠. 주변국들의 불안정성을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안보적으로 보면 알제리는 마치 섬과도 같습니다. 말리,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 주변국들은 현재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켜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죠. 우리 경제를 지키고 정치체제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 혹시 알제리에 대한 오늘자 한국 일간지 보도를 보셨습니까.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을 북한의 독재가 김정은에 비유한 한 알제리 신문기사를 소개한 보도였습니다.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 기사를 보진 못했지만(웃음) 그 문제에 대해 분명히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아랍의 봄’ 이라는 말이 있죠. 대단히 오해가 많은 용어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알제리의 경우 88년에 봄을 이미 맞았습니다.

당시 유럽에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있었는데 알제리도 그러한 움직임에 발맞췄던 거죠. 우리는 88년 혁명을 이뤄냈고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졌습니다. 단일 정당이 사라지고 복수 정당제도가 나오고 여성 차별이 철폐됐죠. 그리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알제리에서는 자유로운 비판이 허용돼 왔습니다.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을 마음껏 합니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사례는 알제리의 언론의 자유를 말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일부 언론의 목소리가 아니라 선거를 통해 드러나는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알제리는 4월 1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죠.

아름다운 북부 지중해 해안과 광활한 사하라 사막

- 대부분 한국인들이 생각할 때 알제리는 여전히 대단히 먼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번쯤 방문해보고 싶은 나라이죠. 알제리에 가면 어떤 것들을 기대할 수 있는지 소개를 바랍니다.

알제리는 넓은 나라입니다. 면적이 한국의 27배로 모든 것이 다 있죠. 눈도 있고 산도 있고 사막도 있습니다. 북부에는 1200km에 달하는 지중해 해안이 있는데 특히 동부해안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비치라는 평가도 있죠.

남쪽에는 사하라 사막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입니다. 사막 주민들은 알제리아 사막에서 ‘침묵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아마도 대다수 관광객들에게 사하라 사막은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역시 많은 역사 유적이 있습니다. 알제리에도 2개의 피라미드가 있죠. 고대 베르베르 왕국의 것입니다. 남부 사하라 사막을 구분 짓는 것이 아틀라스 산맥입니다. 아시다시피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죠. 세상을 등에 지고 지탱하는 신이죠.

- 대사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직업 외교관이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일을 해오셨습니다. 한국생활에는 만족하시는지요.

40년간 알제리 외교부에서 일했습니다. 뉴욕에서 유엔 대표를 했고 스위스 제네바, 터키 이스탄불, 튀니지 등에도 있었습니다. 변호사이기도 한데 본국에서 근무할 때는 법무쪽을 담당했습니다.

한국에는 올해가 5년째입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있고 ‘한국인’이 되고 있죠. 이것이 외교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기회입니다. 저는 사막에서 물을 마시듯이 한국문화를 흡수하고 있습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과 알제리가 함께 16강에 가면 좋겠습니다. 한조에 속해 있는 벨기에와 러시아에게는 조금 미안하겠지만 말입니다(웃음).

인터뷰 / 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사진 / 주동식 객원기자 dschiew119@daum.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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