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 국가 이스라엘 VS 협동조합 국가 대한민국
벤처창업 국가 이스라엘 VS 협동조합 국가 대한민국
  • 미래한국
  • 승인 2014.05.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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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면 떠오르는 것은 탈무드, 유태인, 아랍과의 전쟁, 세계 정치·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민족,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 여성군인 등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모토로 삼으면서 이스라엘은 창조경제의 교과서로 새롭게 부각됐다. 이스라엘은 강원도 크기만한 국토면적, 인구 800만 명의 소국이지만 벤처창업기업은 5000개가 있고 매년 초 벤처창업기업이라고 불리는 스타트업(Start Up)이 600개씩 설립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뜨거운 벤처 열기와 그로 인한 국가 전반의 경제활동이 창조경제의 본보기가 된 셈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항상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이스라엘과 한국은 많은 점에서 닮았다. 천연자원이 부족해 인적자원 활용도가 높으며 군 복무가 의무적이라는 사실이 그렇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2012년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5인 이상이면 단지 신고만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서울특별시가 협동조합도시를 선언하는 등 서울의 중요한 정책이 되면서 설립 붐은 광풍처럼 불고 있다.

이스라엘이 벤처창업 국가로 불리며 세계 여러 나라가 멘토로 삼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협동조합의 나라라는 별칭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원금 등 여러 가지 혜택 때문에 심지어 보수진영이라고 불리는 이들까지도 협동조합 설립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생산적인 협동조합의 광풍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을 이룬 한국과 기술 창업벤처를 통해 50배 이상 경제성장을 이룬 이스라엘은 무엇이 다른가?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술적 우위가 필수적임을 오래 전부터 간파해 창의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을 우대하고 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고 공기업에 취업하기를 바라는 한국의 어머니들과 달리 이스라엘 어머니들은 아들이 기업가로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가 아무리 경력이 짧더라도 같은 경력의 변호사보다 월급이 많다고 하니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법 체계를 이용하는 변호사보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국경 없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자를 우대한다.

결국 이스라엘이 벤처창업국가로 성공한 이유는 멘토링, 자금지원 등 창업을 위한 환경을 잘 갖춘 것보다는 어려서부터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이를 격려하고 계급이나 위계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문화가 몸 속, 뼈 속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는 후츠파(Chutzpah)라는 전통이 있다.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고 소신 있게 의사를 표현하는 정신으로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당돌하고 저돌적이다’로 해석하면 좋을 듯 싶다.

이스라엘 벤처를 만든 ‘후츠파 정신’

후츠파는 ‘형식타파’, ‘질문 존중’ ‘팀 워크’ ‘융합 강조’ ‘위험감수’ ‘끈질김’ ‘실패존중’으로 대표된다. 이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본 받을 만한 이스라엘식 기업가 정신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심지어 벤처창업하지 않는 사람, 도전정신이 부족한 사람을 낙오자로 분류해 버린다. 후츠파에서 비롯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과 도전정신이야말로 이스라엘의 창조경제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한국은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저비용 고효율의 장점을 가진 영리법인들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된 협동조합을 시장경제 보완 명목으로 다시금 설립을 부추기며 거기에서 생산된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쓰자며 공산주의 체제 실패를 초래한 ‘공유지의 비극’을 재현하려고 한다.

지난 20년간 해외에서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인 금액은 700억 달러에 달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소개되고 있는 요즈마 펀드는 기술개발을 막 끝냈거나 성장 초입단계에 있는 벤처에 자금을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펀드를 말한다. 이스라엘 벤처 활성화의 밑거름이 된 이 요즈마 펀드가 20년 만에 규모가 170배 성장했다. 요즈마 펀드는 우리나라 GDP 대비 벤처투자규모가 2011년 기준 0.12%로 이스라엘 0.66%의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대출 중심인 한국의 금융시스템과 투자 중심의 이스라엘 금융시스템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기업경영 평가기관인 CEO스코어가 지난 2009년부터 5년 동안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월 27일 기준 나스닥 상장사는 30개국 2655개 기업이었다. 이중 미국 기업이 2330개(87.8%)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93개(3.5%), 이스라엘이 61개(2.3%)로 뒤를 이었다. 심지어 산업경쟁력 수준이 낮은 대만과 아르헨티나도 나스닥 상장 기업이 각각 7개, 5개였다. 그나마 나스닥에서 분류한 12개 주요 업종에 속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이스라엘의 나스닥 상장 기업 수 세계 3위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나스닥에 상장된 한국 기업은 9개사였지만 경영 악화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부담 등으로 하나둘씩 상장 폐지되면서 현재는 2005년에 상장된 게임업체 단 한 곳뿐이다. 국내 기업 중 최근 5년간 신규 상장한 기업도 전무하다. 벤처창업기업 성공의 척도로 여겨지며 전 세계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 시장의 상장기업을 보더라도 대조적이다.

이처럼 이스라엘에서 벤처 창업이 활성화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기업과 투자자를 연계한 다양한 벤처캐피털(VC)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여기저기 투자를 끌어들인 탓이다. 이스라엘 벤처 창업 및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자금의 90%는 해외자본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벤처 생태계 활성화 비결은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 발달과 투자의 글로벌화 성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 벤처창업하면 이스라엘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벤처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져도 이스라엘에는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대기업은 거의 없다. 기업 매각 풍토가 만연한 이스라엘식 창조경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기업을 창업하고 매각하기까지 유럽은 6.8년, 미국은 6.6년 걸리지만 이스라엘은 고작 3.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위치한 글로벌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는 자랑거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재 유출의 허브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외국투자자들에게 친화적으로 설계돼 있는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의 기술벤처가 성장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었지만 동시에 국부 유출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은 글로벌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대기업이 있다.

기업은 시장경제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생산과 고용창출을 이끄는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은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공동체주의로 무장한 협동조합을 통해 저성장 경제를 해결해 가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경제 성장이 지속가능하려면 40대에 퇴직하는 중년층 재창업이 이뤄져야 한다.

경력 있는 중년층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층이 함께 창업할 수 있다면 중년층 청년층 취업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조금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체를 설립·운영하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도전하고 부딪치는 모험정신이 담긴 기업가정신이다.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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