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의 이유 있는 탄생
어린이날의 이유 있는 탄생
  • 정용승
  • 승인 2014.05.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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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레고프렌즈, 2위 PSP, 3위 MP3…. 포털사이트 네이버 사용자들이 추천하는 어린이날 선물 순위다. 어느덧 어린이날은 1년에 한 번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는 날로 굳어졌다. 하지만 선물을 하는 부모도 선물을 받는 아이들도 어린이날의 유래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어린이들이 언제부터 어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날’이라는 이름을 걸고 기념하기 시작한 최초의 해는 1923년이다. 어린이날의 본래 목적은 어린이들의 민족정신 고취였다. 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은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어린이들이 계승하기를 바랐다.

어린이날의 유래

어린이에 대한 방정환의 관심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어린이에 대한 연구가 선행됐고 그 과정에서 ‘어린이’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방정환은 1920년 일본 도요대학 철학과에 입학해 아동예술과 아동심리학을 연구했다. 1921년에는 김기전, 이정호 등과 함께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해 소년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1922년 5월 1일 처음으로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고 1923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같은 해 5월 1일 ‘어린이날’ 기념식을 거행하고 ‘어린이날의 약속’이라는 전단 12만장을 배포했다. 5월 5일 발표된 어린이날 선언문에는, “어린이를 종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허용하고”,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연소노동을 금지하며”, “어린이가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가정과 사회시설을 보장할 것”과 같은 아동존중사상이 드러나 있다.

그러나 어린이날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어린이날 행사와 소년운동은 무산아동의 해방론과 같은 계급적, 항일적 성격의 운동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행사가 금지되는 등 탄압을 받기도 했다. 또한 운동단체의 내분이 겹쳐 1920년대 말에 어린이운동이 약화되고 1931년부터 일본 측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일본은 본래 취지와 다르게 어린이의 권리보다 육체적 건강을 강조했다. 1945년 해방 이후 다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했고 1957년에는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선포됐다. 그리고 1961년 제정된 아동복지법에 어린이날을 5월 5일로 명시했고 1970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됐다.

어린이를 위한 기념일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일본은 ‘유아 애호주간’이라는 이름으로 1921년 11월 오사카에서 기념하기 시작했으며 1926년 12월 전국적 행사로 커졌다. 다음 해부터 5월 5일 단오절을 ‘유아 애호데이’로 정해 실시했다. 일본의 유아 애호데이는 유아 사망률 저하와 어린이의 건강 증진 등 건강한 신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만든 어린이날과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러시아의 경우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규정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어린이 보호의 날’이다. 러시아의 어린이 보호의 날은 1949년 국제민주여성연합회가 중심이 돼 제정한 ‘국제 어린이 날’에서 시작됐다. 소련 시절에는 큰 기념일이었지만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 의미가 축소됐다가 최근 다시 행사가 많아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도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지정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아동절’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고 있다.

어린이날이 없는 나라도 있다. 미국이다. 노근호 새싹회 이사장은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린이를 위한 날이 특별히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이사장은 “미국은 경제발전이 일찍부터 이뤄져 아이들만을 위한 날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며 “반면 한국은 역사적으로 가난했던 시절이 길었기 때문에 가난 속에서 아이들만이라도 잘 먹게 해주자는 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차이가 어린이날 유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새싹회는 1956년 아동문학의 창작과 보급, 그리고 어린이 문화운동을 펼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설립자 윤석중 선생은 일생 동안 1200여 편의 동요와 동시를 지어 어린이 문화운동에 기여했다. 새싹회는 2005년부터 윤석중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고, 매년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를 연다. 올해는 10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24년 제네바의 국제연맹에서 채택된 ‘국제아동인권선언’보다 1년 앞서 어린이 인권을 외쳤기 때문이다. 국제아동인권선언은 아동의 기본적 인권, 무차별 평등, 기회균등, 사회보장, 우선적 보호, 학대 방지, 모든 착취에서의 보호, 위난(危難)에서의 우선 구조, 고아 및 기아의 수용 구호, 혹사 금지, 세계평화에 기여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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