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1주년] 미국은 참사를 이렇게 이겨냈다
[보스턴 테러 1주년] 미국은 참사를 이렇게 이겨냈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5.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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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TON STRONG’
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자행된 폭탄 테러의 아픔을 딛고 미국인들이 일어서고 있다.

당시 결승 지점에서 자행된 폭탄 테러로 3명이 사망하고 260여명이 부상했다. 이 사건은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 본토에서 이뤄진 첫번째 테러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보스턴에 연고를 두고 있는 메이저 야구팀인 보스턴 레드 삭스는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보스턴 주민들을 환호하게 했다. 이들의 승리를 축하하는 시가 행진이 지난해 11월 3일 보스턴 시내에서 있었다. 차행렬이 6개월 전 보스턴 테러가 발생했던 마라톤 결승지점에서 멈춰섰다.

레드 삭스 경기장에 들어온 4.15 Strong 달리기 그룹과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바우만

테러 후유증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자세

외야수인 조니 곰즈는 우승컵을 들고 차에서 내려 마라톤 결승 지점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우승컵을 결승 지점에 놓고 그 위에 ‘BOSTON STRONG’이라고 쓰인 야구복을 입혔다.

보스턴 테러의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곳을 회복과 승리의 상징으로 바꾸려는 의도였다. 이를 지켜보던 수천명의 보스턴 주민들은 환호했고 함께 ‘God Bless America’ 노래를 불렀다.

작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여자 친구의 완주를 결승점에서 기다리다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만은 곰즈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시각을 바꿨다. 이곳이 한때 폭탄이 있던 곳이 아니라 월드시리즈 우승컵이 있었던 승리의 자리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지난 4월 16일 보스턴에서는 올해로 118년째를 맞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또 폭탄 테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투입된 경찰 숫자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럼에도 참가자는 지난해보다 9000명이 늘어난 3만6000명이었다.

이 가운데는 1년 전 폭탄 테러로 다리를 잃은 사람들도 있었다. 미용사인 코르코란은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이날 딸과 함께 의족을 하고 걸어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녀는 셔츠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CORCORAN STRONG’을 쓰고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리 엔은 왼쪽 발목뼈가 부서졌다. 하지만 그녀는 올해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활했다. 직업이 재활훈련사이기도 한 그녀는 치료를 받으며 다시 달리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인내했다. 그녀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가 일어난 4월 15일을 기억하자며 당시 결승점 부근에 있다가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4·15 STRONG이라는 달리기 그룹을 결성했다. 이 4·15 STRONG 그룹은 올해 보스턴 마라톤 대회 전날인 4월 15일 메이저리그 팀인 레드 삭스의 초청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레드 삭스는 이날 경기 전 20분 동안 보스턴 테러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고 부상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을 초대해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3명의 사망자 중 한명으로 당시 보스턴대 대학원생이었던 한 중국인 학생의 가족을 멀리 중국에서 초대했고 50개 주에서 이들을 격려하는 글들을 모아 외야 펜스 왼쪽에 장식했다.

이날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당시 부상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두 다리를 잃은 바우만을 태운 휠체어가 등장했고 그 뒤를 4·15 STRONG 그룹이 ‘BOSTON STRONG’이라고 쓰인 셔츠를 입고 들어와 함께 달렸다. 다리를 잃고 의족과 목발을 짚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수천명의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이들을 환영했고 그들의 재기에 박수를 보냈다. 마티 왈시 보스턴 시장은 “테러를 자행한 그 형제(체첸과 다케스탄 출신 두 테러용의자)가 보스턴 테러를 할 때 무슨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열린 제118차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는 31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38세의 멥 케플레지가 주인공. 10살 때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그는 이날 4명의 사망자(테러 용의자들에 살해당한 MIT 경찰관 포함)의 이름을 유니폼에 쓰고 뛰었다.

테러로 한 다리를 잃은 한 여성이 재기해서 발레를 하고 있다

일상으로 복귀한 보스턴 테러 희생자들

언론들은 부상을 딛고 일어서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보스턴 테러 부상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며 ‘BOSTON STRONG’을 보여주는 증거를 이어갔다.

하버드대는 ‘왜 보스턴은 강했는가?’(Why was Boston Stron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보스턴 테러 직후 정부의 대응을 분석하고 잘한 점과 개선할 점을 소개했다. 보스턴 테러 1주년에 맞춰 발표된 이 보고서는 정부가 폭탄 테러 후 도망친 한명의 용의자를 추적한 100시간의 대응 과정을 분석한 것으로 관계자 100여명을 인터뷰하며 심층적으로 마련됐다.

이 보고서는 관계기관들의 협조 부족으로 거리에서 이뤄진 총격 때문에 경찰과 민간인들이 위험에 빠졌고 4일 동안 벌인 추격 가운데 지휘명령의 혼선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꺼번에 몰려온 경찰차로 길이 막혀 부상을 입은 경찰을 병원으로 후송하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데 방해가 됐고 고위 지도부는 전략적이고 크게 보는 데 집중해야 하지만 기술적이고 기초적인 것까지 직접 감독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을 36시간 이상 잠을 재우지 않고 추적하게 해 이해력과 판단력을 떨어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의자 생포 성공 등 전반적인 대응은 훌륭했다며 이렇게 보스턴이 강한 것은 관계기관들과 공무원들의 근면과 투자, 노력의 결과라고 이 보고서는 높게 평가했다.

데발 페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우리의 회복을 보라”며 “비극적인 사고를 딛고 우리 안에 치유가 이뤄지고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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