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정치보다 안전한 학교가 먼저다
무상급식 정치보다 안전한 학교가 먼저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5.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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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로 사회 전반적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 중이던 고등학교 학생들이어서 과연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까라는 학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시설물 자체가 노후화된 데다 예산 문제로 시설 개선이 지지부진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한 지 수십년이 지나 재난 위험시설인 안전등급 D,E 등급을 받은 초중고교가 전국 123개교, 서울에만 25개 학교에 이르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제대로 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역시 예산이 문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14년 시설개선비는 2012년의 2521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801억 원 수준.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교육, 도서관 등 직속기관을 포함해 모두 2200여개가 넘는 시설 숫자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올해 무상급식에 2630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까닭에 정작 학교의 시설을 개선하는 데 들어갈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향후 4~5년 동안 매년 4000억 원 정도가 시설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실정.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부터는 교육부에 지원 요청을 하고 자체 예산 절감을 하는 방식으로 교육환경개선특별교부금의 확보를 위해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무상급식 예산으로 학교시설 개선 어려워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후돼 위험한 학교 시설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 생명과 직결된다”며 “학교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먼저 지난 5월 1일부터 8일 간 서울의 유치원, 초중고교 등 2276개 시설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 위험 요소가 발견될 경우 예산을 우선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 상황에선 교사와 학생들의 올바른 대처가 희생자를 줄일 수 있다.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의 확립과 숙지, 그리고 실습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학교들은 제대로 된 재난 교육을 하고 있을까. 서울의 초중등학교의 경우 아동복지법시행령28조에 따라 연간 44시간의 안전교육을 받고 있고, 화재 등 학교 내 재난에 대응하는 교육 매뉴얼이 배포돼 있는 상태다. 수학여행에 대해서도 올해 2월에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길라잡이 핸드북이 제작돼 배포됐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교육법은 잘 마련돼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행동수칙이 과연 학생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교육되고 있는지 여부다. 현장의 학교 선생님들은 세월호 사건 이전에는 아무래도 안전교육을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고 말한다.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이 취소된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학여행을 대비한 매뉴얼이 올 초 만들어져 학교에 배포됐지만 시간이나 의지 부족 문제로 수학여행 직전까지도 관련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교육 당국이나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안전 의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학교가 1년에 한 번 꼴로 교실에서 자료를 통해 안전교육을 받거나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상황 대처법을 배우는 게 전부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학교도 선진국처럼 재난 대비 훈련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전 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영국에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부터 체험식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불시에 화재경보를 울려 수업 중에도 정해진 방식대로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훈련을 하거나 응급치료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지진이나 화재 등 재난 대비 실습 훈련이 일상화돼 있는데 해양 사고의 생존에 필수적인 수영 교육도 철저하게 받고 있다.

교육당국과 지자체, 소방당국이 공조해야

반면 우리의 경우 이런 실습 훈련이나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재난 체험 시스템은 교육청과 지자체, 소방당국이 공조해서 대피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모의훈련 수준에 불과하다”며 “학교는 재난에 대비한 체험과 실습시설을 구축하고 학교 외부에도 재난안전체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진구에 위치한 안전체험관의 관계자는 “센터에선 실제 지진이나 화재 등의 상황을 가정해 대피 실습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초적인 대응 요령을 숙지하고 있지 않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이와 관련 “유아시기부터 실습 중심의 안전교육을 통해 신체적 안전을 담보하는 국민안전교육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며 “특히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사회 전반적인 체제와 인식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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