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와 ‘killing softly’
서울시장 선거와 ‘killing softly’
  • 미래한국
  • 승인 2014.05.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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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황장수 편집위원

서울시장 선거전이 매우 이색적으로 조용히 전개되고 있다.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에는 오차범위내에 붙어 있는 듯 보이던 서울시장 선거 구도가 5월 12일 정몽준 후보의 경선 승리 이후 1주일이 지났음에도 더 차이가 벌어져 10~15% 안팎의 차이가 나고 있다. 정몽준 후보로서는 획기적인 선거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월호 사고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이 와중에 끼인 6·4 지방선거 선거판 자체가 아예 국민의 관심을 잃고 있고, 선거운동 자체도 시끌벅적하게 벌일 수 없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방선거 전체 경쟁률이 2.3:1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선거 전체와 선거캠페인의 관심과 열기가 착 가라 앉아 있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 세월호 사고의 비극성과 그 와중에 보이는 국가기관들의 무기력함, 무능함, 책임회피와 복지부동의 자세가 국민의 지탄과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중은 보통 이런 종류의 사건을 겪게 되면 처음에는 슬픔을 느끼고 조금 더 지나면 집단적 우울성향을 띠다가 마지막에는 분노로 전환시키며 분풀이 희생 대상을 찾는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세월호 사고는 결국 박근혜 정부와 여권에 매우 불리한 소재이며 수도권 전체에서 여권표가 서서히 줄어드는 형국이 한 달간 지속되고 있다.

5월 19일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이번이 6번째이다)와 눈물, 그리고 사고 수습대책이 담화형태로 발표됐다. 이번 대통령의 사과가 향후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가 6·4 지방선거의 가장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빠지고 있는 수도권 지지율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역대 대통령의 사과성명 중 가장 강도 높고 감성적이었던 사과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인가가 관건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단순해진 박원순의 선거 전략

세월호 사고 이후 박원순 후보의 선거 전략은 비교적 단순하다. 세월호 참사의 쇼크가 한 달이 지나도 수도권을 뒤덮고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지지율을 급속히 낮추고 있으며 정몽준 후보와 오차범위를 벗어난 두 자리 수 차이를 벌이고 있는 마당에 굳이 무리한 승부수를 던져 자신에게 역풍이 되돌아오게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killing softly’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killing softly’는 얼마 전 브래드 피트가 킬러로 나오는 금융위기 이후 표독스러운 현대 미국 자본사회를 풍자하는 실험적 영화이다. 여기서 브래드 피트는 상대를 조용히 죽이는 킬러다. 박원순 후보는 이대로 시간을 죽여가며(killing time) 조용히 선거를 이대로 끝내고 싶어한다. 조금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그의 1년6개월 재임기간에 대한 평가와 사상적·이념적 정체성과 과거 사회운동 시절의 논란 그리고 노량진 수몰사고, 방화대교 상판붕괴, 서울대공원 호랑이 사육사 사망사건, 얼마 전의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건과 최근의 당인리 화력발전소 폭발사고 등의 안전사고들이 세월호 사고로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민자경전철 사업, 방대한 대변인실 운영, 외부 낙하산 인사와 이념단체 지원, 협동조합사업 등이 모두 부담스러운 소재이지만 이 또한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공세적인 형태로 재벌 vs 서민 구도로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선거를 조용히 끌고가며 시간만 죽이면 무난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5월 19일 서울시장 후보 관훈토론회는 박원순 후보의 이런 소극적 자세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정몽준 후보가 과감히 선거판을 뒤흔들 공세적 승부수를 던질 시간적 여유가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정몽준 후보

그는 박원순 후보를 이전투구의 진흙탕 바닥으로 끌어내려 그의 이념, 정체성, 경력 및 가족에 대한 검증, 서울시장 재임시 업적의 유무와 그의 실책 등에 과감히 전방위로 공세를 퍼부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만들어야 한다.

특히 2013년 7월 16일 노량진 수몰사고, 2013년 7월 30일 방화대교 상판 붕괴사고, 최근 발생한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4월 2일), 당인리 화력발전소 폭발사고(5월 19일) 및 이 과정에서 보인 박원순 후보의 태도는 최근 국민적 화두인 ‘안전’에 대한 박원순 후보의 자세와 역량의 단계를 보인 좋은 사건이다.

또한 당인리 발전소는 세계 최초로 LNG를 연료로 쓰는 지하화력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깊이 30m를 파고 1m 두께의 뚜껑을 덮어 건설하겠다는데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상습적인 침수지역, 폭발력이 더 커지는 사방이 차단된 공간인 지하, 그리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도심의 발전소는 최악의 약점이 될 것이다.

정몽준 후보로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는 이제 여권의 전체 선거 구도를 뒤바꿀 수 있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과감한 승부에 나서야 한다.

황장수 편집위원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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