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한 세월호의 메시지
‘나’를 향한 세월호의 메시지
  • 미래한국
  • 승인 2014.06.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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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어느 백화점에 갔다가 아주 신기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폭탄세일 중인 한 여성의류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옷을 고르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의 모습이 우연찮게 눈에 들어왔다. 이 여성은 자신이 고른 옷을 앞뒤로 살펴보더니 갑자기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서 검은 비닐봉투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물끄러미 그 여성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게 웬일인가? 느닷없이 검은 비닐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더니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난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매장 한복판에서 옷을 갈아입다니! 검은 비닐 봉투가 그처럼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고 자기 눈을 가리면 남의 눈에도 가려질 것이라고 믿는 그 여성의 순수함(?)에 두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속담의 의미를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자기 눈에 안보이면 남의 눈에도 안 보이는 줄 안다. 아무도 모르게 하면 아무도 모르는 줄 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착각이다. 사실 사람들의 크고 작은 죄는 이와 같은 착각에서부터 비롯된다. 한번쯤 죄를 지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착각이 죄를 지을 수 있는 담대함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죄는 마음으로 짓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게(?) 죄를 지을 수 있는 나만의 비밀장소는 어디일까? 금수원과 같은 비밀 아지트? 비밀 열쇠가 없이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사무실? 아니다. 바로 나의 ‘마음’이다. 나의 ‘마음’은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가장 비밀스러운 나만의 장소다. 그래서 사람의 모든 죄는 사람의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예수님께서는 “여자를 음란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미 마음으로 간음죄를 지은 것이다” (마5:28)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네 오른쪽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 눈을 뽑아 내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몸의 한 부분을 잃는 것이 더 낫다.”(마5:29)

그렇다면, 내 두 눈을 몽땅 다 뽑아 버린다면 죄짓기를 멈출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예수님께서는 아마도 갈릴리 해변을 거니시며 죄인들의 눈을 뽑고 다니셨을 것이다. 예수님 말씀의 참 의미는 그것이 아니다. 두 눈을 뽑아내는 심정으로 우리의 마음을 지키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죄는 마음으로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눈이 우리의 마음으로 죄를 짓게 만들기 때문에 차라리 두 눈을 뽑아내라는 것이다.

솔로몬은 잠언에서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4:23)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우리의 마음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 생명을 경험하기도 하고 죽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천국을 경험하기도 하고 지옥을 경험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의 삶,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운명은 우리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게 저지른 내 마음의 죄가 어떻게 나의 삶을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를 지옥 같은 상황으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도 있는 것처럼 죄는 유기체와 같다. 죄는 자란다. 죄는 결코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더 깊고, 더 큰 죄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음란한 생각’이 자라 ‘강간’에 이르고, ‘강간’이 자라 ‘살인’에까지 이른 다윗의 죄처럼 말이다. 아이가 성장하면 어른이 되는 것처럼 죄가 장성하면 결국 무엇이 되는지 아는가? 사망이 된다. 심판이 된다.

세월호 참사는 부도덕에서 나왔다

우리 개개인의 마음속에 잉태됐던 부도덕, 탐욕, 거짓, 음란이 자라고 자라 결국 세월호 참사와 같은 지옥 같은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내 마음 속에서, 내 사무실에서 범했던 죄악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만천하에 드러나고 만 것이다. 꽃다운 아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거짓과 탐욕으로 얼룩진 우리에 대한 사망 선고요 심판이다. ‘죄’가 장성하여 ‘사망’이 된 것이다(약1:15).

세월호 참사는 마치 예수님께서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치신 것과 같이 사망 선고를 받은 대한민국 사회, 그리고 우리 개개인을 향해 “회개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네 탓이오!”를 외치고 있는 우리 모습 속에서, 자신을 향한 메시지인 줄도 모르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던 바리새인들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가? 세월호 참사가 담고 있는 ‘나’를 향한 메시지를 놓친다면 또 다른 제2의 참사는 예정돼 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민적 회개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세월호의 운명이 곧 대한민국의 운명이 되고 말 것이다. 국가는 시스템으로 개조되지 않는다. 사람이 개조돼야 국가도 개조된다.

내 마음의 탐욕, 거짓, 음란을 버리고 나의 마음을 정직하고 깨끗하게 지키는 것에서부터 국가 개조는 시작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진정한 국민적 회개운동이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태희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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