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에 대한 단상
6·4 선거에 대한 단상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4.06.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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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노트]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보면 오너를 중심으로 한 두터운 회사조직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 지성이나 공동체 의식,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의사 결정은 어렵고 - 조금 과장하면 - 오너의 오너를 위한 오너에 의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 후보 스스로가 대선 경험까지 있는 최다 7선 의원으로서 선거 전문가로 자처할 만하고 스스로가 자금줄이고 고용인이며 지킬 것이 많은 사람으로서 주변에선 그에게 뭔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도 그런 생각을 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참모들은 생각할 필요 없이 열심히 바쁘게 뛰어 다니면 되고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나 조직을 갖다 쓰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고문 등 선대위 감투들은 어차피 ‘외부인’으로서 캠프내 영향이 미미하다. 한마디로 오너와 직원들만 있는데 오너가 없어지면 모래알처럼 흩어지기 쉬운 구조다.

반면 진보진영은 개인이 아니라 세력이 움직인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좌파진영의 숨은 실력자요 실질적 오너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그는 철저하게 세력을 기반으로 조직을 통해 움직였고 지난 선거에서 '무명'에서 일약 서울시장으로, 그리고 이젠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것도 그러한 단단한 세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이들은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그 조직을 인적으로 철저하게 장악하며 든든한 진지를 구축하게 된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누가 ‘진보 단일후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의 이름을 들어보기라도 했던가. 하지만 그 역시 진보좌파진영의 실권자였다. 아무리 인지도가 낮고 무명이라도 박원순의 경우처럼 일단 선거가 시작되고 뭉치기 시작하면 30% 이상의 진보진영 표는 따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인지도나 경륜이 훨씬 높은 DJ 교육부 장관 출신인 윤덕홍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가 일찌감치 물러난 배경에도 이들 ‘세력’으로부터의 온갖 등쌀과 협박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수진영에는 문용린 현 교육감이 뛰고 있고 연예인급 이미지의 고승덕 후보가 보수 코스프레를 하며 앞서가고 있는데 고 후보는 자칫 인기투표가 되고 있는 선거에서 자신의 높은 인지도를 믿고 단일화 논의에 불참했다.

물론 이를 탓할 수만 없다. ‘개인’이야말로 보수와 자유주의의 기본이며 중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종국에 가면 집단지성, 집단양심은 믿을 수 없다. 무명의 군중 속에서 우린 너무 쉽게 개인의 책임과 양심을 내던지고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지성, 개인의 양심이 있을 뿐이다.

개인은 내려놓음의 자기 희생,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개인 간의 연합과 공동체 형성을 통해 일정한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정하면서도 서로 밀고 당겨주는 끈끈한 동지애, 서로에 대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어려워 보이지만 그것이 실제 실행되고 있는 게 또한 우리 세상이다. 지금까지 이를 가장 잘 실천해온 공동체가 교회인데 근래 그러한 전통이 약화되고 있어 근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놓음의 십자가 道의 힘은 이성을 뛰어넘는 강력함이 있다.)

발행인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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