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기념박물관 건립한 이유
美, 9·11 기념박물관 건립한 이유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6.09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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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개관식을 한 9.11 기념박물관

“우리는 여기서 그들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이 날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욕 맨하탄 9·11 기념박물관 건립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 박물관의 목적을 밝혔다.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WTC)에서 자행돼 3000여명이 죽은 참사를 절대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박물관이 존재한다는 취지다.

9·11 기념박물관은 역사박물관으로 과거의 역사를 잘 보존해 현재와 후세의 사람들을 교육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다. 9·11 테러 현장인 구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세워진 9·11 기념박물관은 9·11 테러에 대한 엄숙한 증인으로 2001년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에서 자행된 테러 참사를 생생히 담고 있다.

지하 7층 높이로 땅 아래 건립

박물관에는 시간별로 9·11 테러가 있기까지의 오랜 역사적 배경과 테러 전후 상황을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소개하는 역사전시홀, 9·11 테러로 사망한 3000여명의 얼굴 사진이 벽에 가득한 추모전시홀, 세계무역센터 지하 벽과 실종된 사람을 찾는 포스터, 사람들의 기억 문구 등이 써 있는 36피트 높이의 기둥, 당시 사용됐던 뉴욕시 소방차 2대, 앰뷸런스, 개인물품 등이 있는 기초홀로 구성돼 있다.

9·11 기념박물관은 지하 7층 높이로 땅 아래 건립됐는데 주된 이유는 붕괴되는 세계무역센터를 지하에서 끝까지 버텨준 벽을 기억하며 미국의 힘과 인내를 배우자는 취지다. 당시 이 벽이 무너졌으면 맨하탄 하부 지역과 그 일대 지하철에는 허드슨강의 물이 유입해 홍수가 났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박물관에 전시된 큰 벽과 기반은 당시 세계무역센터를 지탱한 것으로 이처럼 어떤 것도 우리를 붕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9·11 기념박물관의 목적 중 하나는 교육용이다. 박물관 웹사이트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생에 맞춰 교사들이 어떻게 9·11 참사 역사를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학년별로 정리돼 있다.

가령 초등학교 2, 3학년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사는 먼저 학생들에게 9·11 기념박물관은 9·11 참사를 기억하고 그 가운데 희생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한 곳임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존재 자체로 교육 자료

또 왜 기념관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토의하게 하고 기념관 사진을 통해 박물관에 대한 사전 이해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지도하고 있다.

박물관 주변의 나무들은 9·11 테러가 발생한 3개 지역(뉴욕, 버지니아 알링턴, 펜실베니아 샹스빌)에서 온 나무들로 재탄생의 의미이고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타워가 있던 자리에 있는 인공폭포는 타워 위를 쳐다보는 대신 남겨진 것을 보자는 의도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인공폭포 주변의 동판에 써 있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소개하며 이렇게 이름을 쓰는 것이 좋은지, 그 의도가 잘 전달됐다고 보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지 않은지 토론해 보도록 소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또 학생들이 스스로 9·11 참사를 기억할 만한 본인만의 기념물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한다.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교육 가이드라인은 학년마다 다른데 고학년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해 생각하고 배우고 토론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9·11 기념박물관은 미국 전역에 있는 1만7500여개 박물관 중 하나다. 미국에는 역대 대통령 박물관을 비롯 위인들을 기념하는 박물관, 지역의 역사를 소개하는 역사박물관, 예술 및 과학 박물관, 군대 박물관, 청소년 박물관 등 다양하다. 미국박물관동맹(AAM)에 따르면 매년 미 전역 박물관을 관람하는 미국인은 평균 8억5000만명으로 4개 메이저리그 스포츠 경기와 공원에 방문하는 사람(2011년 4억8300만명)보다 많다.

미국 전체 인구를 3억명으로 볼 때 모든 미국인이 1년에 3번 가량 박물관을 방문하는 셈이다.

단체로 박물관에 가는 학생들은 연 5500만명인데 이렇게 단체로 방문하는 초중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 목적으로 박물관은 예산의 4분의3을 사용하고 있다고 미국박물관동맹은 밝혔다.

미국 전체 박물관 중 37%는 무료로 입장하지만 대부분은 유료다. 이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데 운영자금은 주로 정부와 개인 및 재단의 지원을 통해 조달되고 있다. 미 전역의 박물관은 40만명을 고용하고 매년 210억 달러의 규모로 미국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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