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운동 끝까지 매달리면 응답 온다”
“북한인권 운동 끝까지 매달리면 응답 온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6.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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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 김태훈 변호사
올인모 김태훈 변호사

정부 전체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이유로 북한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지난 2007년. 국가기관 고위직으로서 북한인권 문제를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 있다.

당시 노무현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서 이런 주장을 인권위 안건으로 올렸던 김태훈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물론 북한인권에 소극적이었던 노무현 정부의 인권위는 11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반대해 김 변호사의 안건을 부결시켰다.

그로부터 7년 후, 김태훈 변호사는 여전히 북한인권 개선을 사명으로 알고 동분서주하며 대표적인 북한인권 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은 시민단체 연합인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과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인권·통일 위한 모임’을 주도하며 북한인권법 제정에 주력하고 있다.

한 번을 연임해 남들보다 3년이나 길었던 6년간의 임기를 보냈던 인권위 위원으로 활동할 때도 북한인권 문제에 큰 성과를 남겼다. 2010년 12월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근권 보장’ 권고안과 2011년 북한인권침해센터 개소가 대표적인 예들. 현재도 그에게는 북한인권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 등 여전히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발히 노력하고 계십니다. 최근 주력하고 계신 사업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유엔에서 COI 보고서를 통해 북한 정권에 강력한 압박을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나라는 지지부진하죠. 북한인권법만 해도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최초 발의했지만 10년째 답보상태입니다.

올해 1월 16일 70개 단체가 모인 연합체인 올인모는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북한인권법에 집중해서 꼭 성사시키자는 것입니다.

법을 만드는 주체가 국회의원이니 우선 대상을 국회의원들로 정하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청년 중심으로 방문단을 구성해 국회의원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북한인권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듣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7월 재보선 때 북한인권법 입장 물을 것

- 북한인권법 제정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전 북한인권 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게 힘들어 보이고 나아지는 게 없어 보이지만 언젠가는 응답이 올 것입니다. 지금은 모든 이슈가 세월호 참사에 흡수돼 북한인권법 문제는 소강상태입니다.

일단 6·4 지방선거가 지난 후에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7월 재보선을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재보선이 규모가 커졌는데, 출마자들에게 북한인권법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밝히라고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순회 강연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는 작업도 할 계획입니다. 북한인권법이 왜 필요한지, 올바른 북한인권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지역구를 중심으로 강연을 할 것입니다.

예컨대 최근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이른바 ‘북한인권증진법’은 인권 유린을 하는 북한 정권에 지원을 하자는 것이지 북한 주민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면서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바로 알려야죠.

- 북한인권법은 정치적인 이유로 답보상태인데, 그 전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필요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을 깨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북방송 단체들을 지원해야 하죠.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등 탈북자들의 단파 방송이나 열린북한방송 등이 그런 단체들입니다.

그리고 북한에 전단을 날리는 애국전단사업도 도와줘야 합니다. 사실 북한인권법이 이런 분들을 지원하자는 것인데, 잘 안 되고 있으니 다른 방법으로라도 지원해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변호사들도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모인 ‘한변’도 만들었습니다. 법률가들이 인권 옹호에 대해 얘기하는데, 인권에서 제일 중요한 화두는 북한인권이라는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 안건으로 인권문제 포함 못 시킨 것 아쉬워

- 북한인권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셨나요?

2006년 대법원장 지명에 의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 된 게 계기였습니다. 사실 그전에는 별로 관심도 없었고 지식도 거의 없었어요. 인권위원이 되고나서 관심을 갖고 조사해보니 국내 인권은 많이 향상된 데 반해 북한인권이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 때였는데 인권위원회 자체가 좌편향이 심해서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문제 제기를 계속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갖은 인권 유린이 행해지고 주민들 수백만명이 굶어죽는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혀 언급을 안 하는 게 말이 되냐. 북한인권을 도외시하는 인권위원회는 뭐하는 곳이냐’고 주장했는데, 거의 혼자 떠든 셈이 됐습니다. 실제로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안건으로 북한인권 문제를 포함하라는 권고를 하자고 국가인권위원회 의제로 올렸는데 부결되기도 했습니다. 그게 참 아쉬워요.

- 그런 일이 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3년 임기를 연임하고,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도 되면서 활발히 활동하셨습니다. 기억나는 성과가 있다면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인권위원이 많이 바뀌고 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에 대해 전향적이 됐어요. 기억나는 것은 2010년 북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권을 실현하도록 노력하라는 권고입니다.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방송을 활성화하라는 의미이죠. 그리고 2011년 3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일도 중요합니다. 나름대로 이런 일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국제적인 압박 두려워하고 있어

- 이번에 유엔의 COI 보고서가 나오는 과정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시 납북자 문제를 COI 보고서에 포함시키는 데 노력을 하기는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껏 전후 납북자에만 관심을 가져왔거든요. 사실 6·25 기간 중에 10만명 가까운 민간인들이 납북돼 북한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최초의 북한인권 침해입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납북자 가족과 함께 제네바에 가서 COI 고위 실무자들을 만나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그전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전시 납북자 문제로 김정은을 고발했는데 그 제소장도 COI에 제출했죠. 결국 납북자 문제가 COI 보고서에 들어갔고 최초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됐습니다.

- 지난 3월에 나온 COI 보고서는 북한인권 개선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북한 정권이 건재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정권 관계자들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라고 권고한 것이니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유엔 안보리에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의제로 올리는 것입니다. 중국을 계속 압박해야죠. 물론 지금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인권 외교를 하면 결국에는 중국도 코너에 몰릴 것입니다.

중국이 본인들은 G2라는데 언제까지 현대판 아우슈비츠, 캄보디아 학살을 허용할 것이냐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국제적인 압박을 북한 정권도 잘 알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런 징후도 있고요.

휴대폰이 150만대 이상 보급돼 있으니 이제 정보 통제가 힘들거든요. 이번에 평양 아파트 붕괴에 대해 즉각적으로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언론을 통해 알린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 유엔의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우리나라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있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인권 운동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현재 긍정적인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우리나라에 설치된다는 사실은 유엔이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한국에서 수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이 됩니다.

그리고 북한인권법 제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여론도 변화될 것이고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일부 국회의원들도 더 이상 북한인권법 제정을 방해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글·사진/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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