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통일을 말하다
한국교회, 통일을 말하다
  • 정용승
  • 승인 2014.06.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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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학술원이 지난 19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한반도 자유·정의·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입장’이라는 주제로 제45회 학술공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교회의 성경적, 신학적, 정치적, 국제적, 사회적, 군사적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장(場)이었다. 200여명의 참석자들은 2시부터 6시까지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에 앉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세미나는 오영석 전 한신대 총장의 사회와 이어 손인웅 학술원 이사의 예배 인도로 시작했다. 이광순 주안대학원대 총장의 기도가 이어졌고 림인식 노량진교회 원로목사의 설교도 있었다. 이어진 인사는 이흥순 한국기독교학술원 이사장이 맡았다. 림 원로목사의 축도로 끝으로 본격적인 세미나가 시작됐다.


성경적 입장 -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복음화된 통일조국이 비전돼야

첫 번째 발표는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이었다. 이 원장은 한반도 자유 정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성경적 입장에 대해 말했다. 복음화된 통일조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우선 자유, 정의, 평화가 무엇인지 신학적 관점으로 전제했다.

자유에 대한 신학적 개념은 인간으로 하여금 창조주를 섬기고, 그 분과 함께 기뻐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세력으로부터의 구출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즉, 자유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내리시는 선물이다.

성경이 말하는 정의는 불의의 반대개념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돕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이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평화는 새로운 피조물의 축복이자 축복받은 생명의 표다. 따라서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건설할 한반도 통일은 평화에 기반을 둔 통일이 돼야 한다. 이 원장은 한반도의 통일은 이 세 가지 가치에 입각한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비전으로 삼아야 할까?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아니면 조국통일의 길은 없기 때문이라고 이 원장은 설명한다. 이스라엘 역사의 주체가 여호와 하나님이셨듯이 우리 한(韓)민족 역사의 주체 또한 우리, 나, 세계열강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조국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적 전략과 전술 없이 남북통일의 당위성만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관념유희다.


신학적 입장 - 김영한 숭실대 명예교수
한국교회의 남북통일 주도적 역할 기대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영한 숭실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의 신학적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도 선언적으로 자유, 정의, 평화의 개념을 정리하고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김 교수가 말하는 자유는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간이 가져야 할 권리 중에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이 때문에 신앙의 자유, 주거 이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 등 자유는 인간다운 사회가 가져야 할 기본적 가치다.

정의는 하나님의 정의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창조적인 정의, 의롭게 하는 정의, 법을 산출하는 정의로서 경험된다. 이는 사랑과 긍휼이 동반되는 정의다.

평화는 소극적인 개념과 적극적인 개념으로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소극적 개념이란 전쟁의 부재, 불안과 억압의 부재다. 적극적인 개념은 사회의 정의, 민주적 갈등 해결, 모든 자의 지속적 발전에 있어서 균형의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평화 개념 없이 소극적인 평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남북의 연결고리, 화해자, 기도자가 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입장 - 류우익 前 통일부 장관
통일은 한국인들의 삶의 원형을 회복하는 일

다음은 류우익 前 통일부 장관의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정치적 입장’이었다. 류 前 장관은 우리에게 통일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고 통일준비 정치와 통일 후 정치를 나눠 발표했다. 우선 류 前 장관은 우리에게 통일은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통일은 우리 한국인들의 삶의 원형을 회복하는 일이다. 둘째, 통일은 북한의 핵무장을 해결하고 북한 주민을 참담한 민생고에서 구출하는 길이다. 셋째, 통일한국은 통일세대 한국인들을 위한 희망이고 블루오션이다. 넷째,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구도를 정착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다섯째, 통일은 한국문화가 새로운 세계문명의 창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줄 것이다.

류 前 장관은 이 다섯 가지를 근거로 들며 통일준비 정치는 실천적인 행동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이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삶의 양식을 설정해야 하는지 모두가 궁리하고 합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 입장 - 이정훈 연세대 교수
헌법에 입각한 통일돼야

네 번째 순서로 이정훈 연세대 교수가 나섰다. 이 교수는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보는 한반도 통일’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남북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설명했다. 국내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세 및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과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날로 세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 통일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북한은 현재 2012년 3차 핵실험에 이어 4차 핵실험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만 있으면 아무도 자신을 못 건드릴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하지만 이런 감싸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분명 북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억제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국익을 위해서 별 수 없이 미국과 협력할 공산이 크다. 결국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북한인권도 마찬가지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3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인권 개선을 시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2013년 3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창설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3대에 걸친 수십 년간의 조직적 인권 탄압이 ‘반인도 범죄’로 규정됐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법상의 최악의 범죄인 집단학살죄로의 적용 가능성이 시사됐다는 점이다. 이런 국제사회의 관심은 북한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해야 할까? 이 교수는 헌법에 입각한 통일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4조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 방식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다고 틀림없이 명시돼 있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즉 주권적 관할권이 한반도 전체를 포함한다고 헌법 제3조에 제정돼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입장 -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통일 후 사회 갈등 기독교가 해결에 앞장서자

이어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의 발언이 있었다. 손 교수는 ‘통일 후 사회갈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손 교수는 통일 후에 발생될 사회적 문제들을 지적한 뒤 갈등 해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했다.

손 교수가 지적하는 통일 후 문제는 다섯 가지다. 이념갈등, 경제적 갈등, 언어문제, 교육수준의 차이, 도덕수준의 차이가 그것이다. 그 외에도 교류가 없어 따로 형성된 생활습관, 가치관, 예의 등 통일을 후회할 정도로 갈등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손 교수는 이런 문제들을 기독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한 국민이 모두 나서서 노력하면 좋겠지만 그렇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이라도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교수가 제안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노력은 다음과 같다. 이념을 상대화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통일된 사회가 안정될 수 없다. 특히 그리스도인이 이념에 집착하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할 수 있다.

도덕적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한 사회의 도덕적 수준은 그 사회의 지배적인 종교가 책임져야 한다. 참 신앙만 회복하면 한국 개신교는 한국 사회의 도덕적 보루가 될 수 있다. 황금만능주의를 배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계층, 빈곤, 인종, 지역 등 차별을 극복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제도적 통일이 일어나도 진정한 통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 손 교수는 말했다.


군사적 입장 - 박용옥 前 국방 차관
비상사태 대비한 국방력 강화 필요

마지막 순서로 박용옥 前 국방 차관의 발표가 있었다. 주제는 ‘군사적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입장’이었다. 박 前 차관은 지금 대두되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정세를 살핀 뒤 통일지향 군사정책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네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우선 한반도의 핵무기지대화다. 2008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부시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제 북핵문제는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

둘째는 전작권 전환 및 한미연합사 해체다. 전작권의 한국군 이양은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달 25일 방한한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작권 전환 시기 재검토 합의를 했으나 실무협의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셋째는 꼬여가는 북핵문제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했지만,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대남 화전 양면전략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의 대남 도발에 비춰 볼 때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대남군사도발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군사정책을 준비해야 하는가. 박 前 차관은 자주국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대규모 증원군 파견 계획을 당연히 이행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국방력을 비상사태에 대비해 더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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