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본류를 바로 세울 때”
“보수의 본류를 바로 세울 때”
  • 정용승
  • 승인 2014.06.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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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난형난제(難兄難弟). 어느 사물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 쓰는 사자성어다.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도 여야 어느 세력이 우세하다고 딱히 말할 수 없다. 광역단체장은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이 9곳을 가져갔다. 특히 서울시장직을 박원순 새정연 후보가 가져가면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새정연이 앞섰다. 그러나 기초단체장은 226석 중 117석을 새누리당이 가져가면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문제는 교육감 선거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17곳 중 13곳에서 당선됨으로써 ‘보수의 패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좌파의 숨은 거물’ 조희연 교수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면서 일각에서는 다시 한 번 反대한민국적인 좌파사상에 아이들이 물들 것을 우려한다.

이미 물은 쏟아졌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보수세력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가. 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본지는 지난 5일 광화문에 위치한 조갑제닷컴 사무실에서 조갑제 대표와 만났다.

- 이번 6·4 지방선거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셨나요?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선방했죠. 한국사람들은 견제심리가 있기 때문에 총선과 대선을 이긴 여당이 지방선거까지 이기는 것은 어려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중심으로 보면 이번 선거는 사실상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있죠. 광역단체장은 8대9로 뒤지지만 내용으로 보면 기초단체장은 226석 중 117석으로 새누리당이 압도적으로 이겼어요. 정당별 비례대표제 투표에서도 새누리당이 이겼고요.

문제는 교육감인데 새누리당은 선방했지만 보수 후보는 졌어요. 보수층이 진 것은 아닙니다. 난립하는 보수 후보들이 진 것이죠.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좌파는 자충수로 망한다고 하는데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좌파는 자충수를 두지 않아 성공했고 보수는 분열해서 졌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좌파교육감 당선이 국가정체성의 위기로 연결될 것이라고 봅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요. 이런 시기에 애국심과 준법정신을 심어야 될 책임자 상당수가 反정부적, 계급투쟁론으로 무장한 사람이 됐어요. 또 전교조라는 좌파세력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가정체성의 위기 또는 국체 변경을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이념적, 정신적 위기상황에서 갈등이 계속 될 것이라고 봅니다.

6·4 지방선거, 선방한 새누리당

- 새누리당이 이겼다고 평가하셨는데요,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서울에서 여당이 이기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여당이 지는 것은 거의 상수라고 봐야 해요. 그러나 경기도에서 이긴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죠. 저는 진짜 승부처는 경기도지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서울의 많은 젊은이들이 경기도로 넘어가면서 경기도 인구가 서울보다 많아졌죠. 세월호 침몰도 경기도에 위치한 학교였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새누리당에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긴 것을 높게 평가합니다.

- 그러나 여당이 부산에서는 가까스로 이기고 대구에서도 김부겸 후보에게 40%를 내줬습니다. 민심이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부산에서 오거돈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만큼 얻은 것이에요. 오거돈 후보가 새정연으로 나왔으면 큰 차이로 졌을 겁니다. 김부겸 후보는 대구 출신이고 좌파성향이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대구 사람들이 평가했기 때문에 40% 득표율을 얻은 것이죠. 지방선거는 이념구도보다 인물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많아요. 예를 들어 충청도도 기초단체장은 새누리당이 이겼지만 광역단체장은 모두 졌어요. 인물중심으로 선거가 이뤄졌기 때문이죠.

- 좌파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앞으로의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일단 좌파 교육감이 당선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보수세력의 분열, 대동단결의 실패이고 두 번째는 언론입니다. 아직도 언론은 전교조를 진보라고 지칭하죠. 좌파라고 불러야 할 것에 대해 진보라고 부르면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전교조의 이념 정체성을 훑어보면 통합진보당과 흡사해요. 이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에요. 지금까지 전교조를 진보라고 부르는 주류언론이 전교조 교육감 시대를 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봅니다.

보수세력의 분열이 문제

- 보수세력의 분열을 이야기하셨는데 광우병 사태에 이어 세월호 침몰에 관한 거짓 선동까지 일어나면서 대한민국의 한계를 봤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선동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세월호 침몰의 주범은 첫 번째로 청해진해운이에요. 두 번째는 선장이고요. 청해진해운은 전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불안정한 선박을 띄웠죠. 선장은 그런 선박을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고 전복시키고 심지어 도망까지 갔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선장과 선원이 도망갔기 때문에 사고 당시 지휘체계가 무너져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죠.

사고 같은 기습적 상황이 벌어졌을 때 지휘체계가 무너지면 수습이 안 됩니다. 그럼에도 해경이 최선을 다했어요. 신고를 받은 후 사고 30분만에 헬기가 도착했고 35분만에 1,2,3정이 도착해 배로써, 헬기로써 입체적인 구조 활동을 벌였죠. 또 배가 60도로 기울어져가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용감하게 배안으로 들어가 172명을 구했어요. 해경은 가지고 있는 장비와 열악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죠.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선사, 선장을 비판하다가 느닷없이 해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해경비판으로 보도가 변하면서 한겨레와 조·중·동, 종편방송국의 보도에 차이가 없어졌어요. 해경을 완전히 동네북으로 만들어 버렸죠. 보도 자체가 과장됐고 때로는 거짓말을 보도했습니다. 해경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는 편향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했죠. 영웅적인 행동으로 훈장을 받아야 할 사람을 역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런 보도가 한 달가량 지속됐죠.

한국의 비극은 주류언론까지 가세해 저널리즘의 원칙을 포기한 反사실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들을 오도한 것이에요.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줘 박 대통령이 오판하게 만들었죠. 박 대통령은 해경이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에 실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해경은 적극적으로, 즉각적으로 구조 활동을 했어요. 이런 오판에 근거해 박 대통령은 해경 해체라는 또 다른 과격한 처방을 내놓았죠. 국가적 진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해경의 잘잘못은 국가의 조사가 가려야 합니다. 그후에 잘했다 잘못했다를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죠. 천암함 폭침도 북한이 한 것을 알면서도 이명박 前 대통령이 국제적 조사를 통해 북한이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단정한 것처럼 말이죠.

보수는 보수의 의무를 다해야

- 그렇다면 보수세력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점을 보완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요?

일단 보수는 누구인가가 문제죠. 대한민국은 정부, 대통령, 국군, 기업이 보수예요. 이들이 보수의 본류죠. 이들은 헌법을 지켜야 할 1차적 의무를 가지고 있고 그 의무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가예산과 법 집행 권한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헌법과 사실에 기초해서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하죠. 법을 위반하는 자는 처벌하고 국가예산을 적절히 편성해 이적단체를 돕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애국세력을 도와주며 법을 집행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또 보수 본류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도록 촉구하는 보수운동이 있어야 합니다. 즉 보수운동의 1차적인 비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목표는 좌파가 아니고 보수본류입니다. 이들은 정부, 기업이 움직이도록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반드시 가려야 합니다. 기준은 헌법이 되겠죠.

- 이제 남은 걱정은 여권의 다음 대권에 나설 인물이 뚜렷이 없다는 것인데요.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있을까요?

다음 대선까지 3년 이상 남았으니까 만들어 내겠죠. 그렇다고 좌파진영에서도 마땅한 인물이 없어요. 박원순 시장이 다음 대선 유력 인물로 거론되는데 이번 선거에서 상처를 받았고 기본적으로 문제가 많아요. 또 박 시장이 다음 대선에 나오면 좌우 구도로 갈리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로서는 싸우기 쉬운 상대죠.

- 좌우로 나뉘기에는 박원순 시장의 좌파 이미지가 그렇게 부각되지 않는데요?

그동안 언론이 박 시장의 문제를 덮어줬죠. 언론이 편파적으로 박 시장을 감싸지만 오래 못 가요. 항상 덮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 박근혜 정부와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크게 짚어 주시죠.

우선 박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성격이 바뀌는 것은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간다면 본인도 외롭고 한국의 보수세력도 확장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박 대통령부터 헌법과 진실을 기준으로 反대한민국 세력과 싸워야 해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파면해야 해요. 反대한민국적 사관으로 써진 5종의 한국사 교과서를 고등학교의 90%에서 가르치도록 한 교육부 장관을 파면하지 않고 오히려 종북세력과 싸운 남재준 국정원장은 경질했어요.

이런 것이 한국 보수세력의 힘을 빠지게 하는 인사예요. 철저하게 자유민주주의 이념,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 사실에 따라 나아가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은 인기영합적인 성향이 있어요. 그리고 혼자서 결정하는 이른바 ‘밀실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에 대해 이야기한 것 중 명백하게 잘못된 사실들이 많아요. 특히 해경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그렇죠. 그런 발언들은 정보를 정확히 아는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돼요. 저는 아마 정상적인 정보 루트를 통해 올라온 정보가 아니고 비선조직에서 올린 정보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청와대라는 조직이 기능을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또 여·야당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요. 당 관계자들과 자주 만나고 기자회견도 자주하고 해야죠. 권위주의적 정치가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나쁜 것은 아닌데 정보판단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죠. 정보판단을 그르친 권위주의는 큰 사고를 냅니다. 그래서 권위주의적으로 갈수록 정보판단을 정확히 해야 해요. 박 대통령은 정보 관리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있죠.

박 대통령은 원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통령의 원점은 대한민국 헌법, 국가 정체성, 헌법, 진실이에요. 우리가 지금 이념투쟁을 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념적 무장이 돼야 합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해야 하죠. 반공자유민주주의로 무장한 코어 그룹을 만들어 이념적 동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없습니다만 아직 늦지 않았어요.

- 지금 7·30 재보선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부여하고 레임덕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재보선은 지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미 경상도, 전라도 지역은 인물이 거의 정해졌죠. 서울지역에서의 자리를 가지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두 달 내 이뤄지는 선거가 중간평가일 수는 없어요. 그래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에게 필요한 건 분진합격

- 좌파는 사회적 이슈의 불씨를 살려 선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보수는 이런 사회적 이슈 활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보수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서일까요?

한국 보수세력은 젊은 보수를 양성하는 데 실패했어요. 투쟁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행사 중심으로 가고 있죠. 그리고 수평적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요. 개인이면 개인, 단체면 단체별로 각개약진(各個躍進)을 하다가 사회·정치적 사안에서는 서로 모여야 하는데 분진합격(分進合擊)이 돼야 해요. 그런데 잘 안 되고 있죠.

보수세력이 가지고 있어야 할 행동 윤리는 세 가지 있어요. 첫째는 대동단결(大同團結), 둘째는 백의종군(白衣從軍), 셋째는 분진합격(分進合擊)이에요. 이번 교육감 선거는 분진합격이 아닌 분진분격(分進分擊)을 하다 각자 사살된 경우죠.

- 일각에서는 각 지방이 재정독립돼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면 주민들이 선거를 할 때 좌우개념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중앙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지방자치단체 통제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념문제 있어서까지 국가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점이에요.

그러나 만약 미국처럼 예산까지 따로 독립시킨다면 일단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민주주의는 연습이 필요한데 서구에서 영국 기준으로 800년 만에 한 것을 우리는 60년 만에 하려고 하고 있죠. 그러니 이번 선거처럼 우스운 선거가 되는 겁니다. 저도 그랬지만 한 두 사람만 알고 나머지는 당(黨)기준으로 뽑죠. 자기가 선출하는 사람들을 모르고 찍는다는 것은 위험해요.

민주주의가 우리 국민 수준보다 앞서나가는 바람에 우리가 큰 비용을 감당하고 있어요. 서양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시간적, 역사적 배경을 생략하고 좋은 것을 바로 받아들이면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현실이 왜곡되든지 제도가 왜곡돼요. 한국은 잘 적응하고 있긴 하지만 항상 이런 문제를 안고가면서 시정해야 하죠.

-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첫째는 선동적 언론을 개혁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언론의 수단은 신문, 라디오, 방송, SNS로 다변화 되고 사람들이 언론에 접촉하게 되는 시간 많아질수록 언론의 영향력은 늘어가지만 질은 문제가 있어요. 언론은 저널리즘 원칙을 지켜야 해요. 두번째는 현재 한국 사람들의 언어생활이 많이 왜곡돼 있어요. 한자와 한글을 같이 써야 정확한 문장을 쓸 수 있고 사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의할 수 있어요. 근 30년 동안 한글만 사용하다보니 한자가 말살되고 한국 사람들의 어휘력과 지각능력이 후퇴됐어요.


인터뷰/강시영 기자 ksiyeong@futurekorea.co.kr
정리/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윤현규 객원기자 hyun@yotta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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