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펀더멘털’을 강화하자
보수의 ‘펀더멘털’을 강화하자
  • 미래한국
  • 승인 2014.06.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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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는 표면적으로 보면 여권의 참패는 분명 아니다. 광역단체장은 반타작을 했고 기초단체장은 새누리가 압도적으로 우세다. 패색이 짙어보였던 경기를 지켜내고 인천은 탈환까지 했다. 세월호 참사가 급기야 ‘박근혜호 침몰’까지 불러오는 게 아닌가 했던 만큼 ‘선방’이라 할 만하겠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것은, 여야가 공히 인정하듯, 새누리당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선방일 뿐이다.

새누리당은 시종 “박근혜를 지켜달라” 읍소했을 뿐, 그 자신은 완전히 실종상태였다. 읍소작전이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었다 하겠지만 이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한 승부수였다. 패배가 명백해지면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이고 하야라도 건의할 참이었나?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나아가선 때로는 정치적 방어역도 해야 하는 게 집권당이다. 그런데 방어는커녕 법적으로 선거에서 지지를 호소할 수도 없게 돼 있는 대통령에게 시종 기대기만 했다. 그 존재가치를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은 ‘이념의 결사체’이며 당인은 그 이념의 전사이어야 한다. 선거는 그 가치의 관철을 위해 총을 들지 않고 벌이는 전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면면들은 마치 임명직 관료다. 선거를 ‘벼슬’과 ‘승진’을 위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식이니 걸핏하면 ‘선거의 여왕’ 뒤에 숨는 것 아닌가?

세월호 사건은 양식이 있는 ‘어른’이라면 누구든 가슴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을 참사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은 하나의 ‘사고’였다. 사고 하나로 국가 전체가 한 달여 이상 사실상 마비에 들어가는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사악한 목적의 정략적 선동에 대해선 단호히 맞섰어야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마치 자신들은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 기회만 생기면 정부를 물어뜯으려 혈안이 돼 있는 야당과 함께 정부의 장관과 관료들에게 호통을 쳐댔다. 그래서 면피가 되고 박수를 받았는가?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천하의 미국도 ‘카트리나 태풍’에 대한 대응에서, 그리고 안전문제에 대해선 그렇게 대단하다던 일본도 ‘원전 사고’에 대한 대응에서 우리 이상으로 우왕좌왕했었다. 만약 정부 관료들의 대응을 그토록 형편없다고 한다면 무소불위의 위세로 장관을 몰아세우고 관료들을 하인 다루듯 권세를 행사해온 국회의원들은 뭐란 말인가?

결과적으로 드러났지만 세월호 사고의 영향은 야권과 불순한 세력들의 기대만큼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의 선동이 거세어지는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도 결집했다. 야권의 선동이 한 역할이라면 어떻든 당연히 그들을 지지할 자들이 더 확실히 결집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진정 취약했던 것은 정부의 대응이 아니라 범 보수진영의 정치적 대응이었다.

새누리는 갈팡질팡했고, 조중동도 아예 ‘한겨레化’했지만, 재야 보수의 양식 있는 분들의 목소리는 힘을 발휘하기에는 세력이 약했다. 무분별한 선동 논조가 휩쓸면서 ‘이성’이 설 자리를 잃었다. 선거를 앞두고 열패감이 보수진영 전체를 휘감았다. 오히려 보수진영의 지지층 대중이 더 현명했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조용히 결집해 야권과 불순한 무리들의 기대를 빗나가게 한 애국시민 대중의 저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아래가 아니라 위였다. 보수 코스프레는 난무하지만 그 이념적 조직적 펀더멘털은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 지방선거에서 ‘읍소’에 급급해 하는 사이, 교육감 선거에선 어중이떠중이들의 난립으로 거의 전부를 좌익에 헌납하게 됐다. 이념과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완장을 위해 날뛰는 자들이 보수를 참칭했지만 ‘보수진영’은 그것을 제어할 이념적 권위도 조직적 힘도 전혀 행사하지 못했다.
좌익 운동권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의식화 학습을 했다. 그렇게 하여 자기 확신과 함께 조직적 네트워크를 형성시켰다. 그 저력이 있기에 박원순도 만들어내고 좌익 교육감 대량 배출도 해내는 것이다. 보수우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이강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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