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재난을 막는다
과학기술이 재난을 막는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6.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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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국민의 당혹감과 자괴감은 심각한 수준이며 우리 사회가 무척 아파하고 있다. 애당초 이런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사건 이후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의 적절한 시스템 미비는 우리에게 무력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를 빨리 극복하고 이를 교훈삼아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이다. 과학기술자들도 한몫을 담당해야 한다.

과학기술자들은 국가적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국내외의 현재와 미래의 과학기술을 조사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이러한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난·재해의 주요 형태는 자연재해(홍수, 태풍, 가뭄, 해일, 기후변화 영향 등), 교통재난(지하철, 배, 비행기 등의 사고), 인재로 인한 기타 재난(화재, 건물붕괴, 산불 등) 등 다양하다. 재난·재해를 경고하고 예방하는 미래 재난관리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하고 사고가 난 이후에는 이를 조속히 극복하는 과학기술의 힘이 필요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과학기술은 국부 창출, 성장동력 발굴 등에 매진하면서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 국가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동안 과학기술이 소홀히 했던 문제들 예를 들면,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안전을 도모하고 고령인구, 장애인 등을 보듬는 과학기술 등에 등한히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과학기술인들도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따뜻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안전 관련 과학기술 투자 필요

정부의 2014년 R&D 예산 17조7358억원 중에서 재난·안전 분야 R&D 예산은 2785억 원으로 그 비중은 1.57%에 불과하다. 이 예산도 국토교통부,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에만 있고 정부 R&D 예산을 많이 사용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산자원부에는 미미하다. 아직 정부가 재난·재해·안전 등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별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1:29:300 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이는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에 근무하던 H.W. 하인리히의 분석으로 밝혀진 법칙으로 ‘1건의 대형사고 이전에 29건의 소규모 사고가 발생하고, 300건의 징후가 있다’라는 법칙이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IT를 비롯한 과학기술을 동원해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소규모 사건들과 징후들로부터 미리 대형 사고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대비한다면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재난·재해는 사건이 난 후 이를 극복하고 수습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이 징후가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보고하는 인간센서 역할을 하고 이런 데이터를 순발력 있게 분석해 대응조치를 내리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배가 운항하는 동안 카카오톡이나 문자 등에서 위험과 관련한 키워드를 수집해 위치와 함께 재난·재해 컨트롤타워에 전송됐더라면 사건의 조기 대응이 가능했을 것이다.

재난·재해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재난·안전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국가 혁신정책의 주요 기둥으로 삼고 재난·안전 관련 정부 R&D 예산을 선진국 수준인 5% 내외로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둘째, 국가 재난 시 효율적인 대응을 위한 장비의 개량과 개발에 과학기술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해저 탐사 로봇 크랩스터

재난·재해 예방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

예를 들면 첨단 재난 방재 로봇의 연구개발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무인로봇 크랩스터(게 모양의 탐사로봇, 6개 다리와 30개의 관절을 가졌음)가 사용됐으나 강한 조류에 취약하고 무선 조종을 위한 수중 전파송수신 기능이 미약했다. 해양구조를 위한 소형화, 안개탐지 기술, 조류에 강한 로봇, 심해를 이겨낼 수 있는 기술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로봇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기 위한 인공지능기술의 개발도 필요하다.

셋째, 국가적 재난·안전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향후 국가안전처가 될 전망)를 만들고 이 부처에서 주관하는 재난·안전 정보 시스템을 개발해 모든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되며 이를 통해 예측되는 과학적 관리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재난·안전 관련 정보 공유의 실패는 재난·안전 사고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상 예측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과 처리를 필요로 한다. 기상재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집중호우 및 도시 침수를 예측하고 경보를 주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 재난·안전에 관한 리스크 관리와 위기 대응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국가는 국방, 치안,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중차대한 임무이므로 이번 기회에 안전을 전담하는 연구기관을 만들어 체계적인 조사 및 연구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첨단 방재기술의 연구개발 및 실용화가 필요하다. 국가시설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IT 기술을 활용한 설계, 시공, 진단, 보강, 제어, 유지관리 기술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다.

다섯째, 재난·안전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 전문가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동안 중앙 집중적인 인사, 잦은 순환근무, 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 등은 잘못된 관행이다. 재난·재해 시에 안전 전문가가 현장에서 책임을 가지고 지휘해야 하며 이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한다.

재난 안전 국가는 재난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충분한 투자와 관심, 그리고 효율적인 재난관리 시스템과 무엇보다도 현장을 숙지하고 군대훈련처럼 반복된 현장 훈련으로 자동반사적 재난대응능력을 갖춘 현장 전문가들의 육성으로 보장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난·안전 관리는 하드웨어만으로는 성공적인 관리가 어렵다. 즉, 소프트웨어가 함께 맞물려 돌아갈 때 그 기능이 제대로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역할은 하드웨어적인 부문에서 최첨단 장비와 기술이 도입될 수 있으나 이러한 하드웨어를 성공적으로 가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급박한 상황 판단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의 육성과 교육훈련이 중요하며 국민의 잘 훈련된 안전 의식과 법질서 준수, 매뉴얼 존중 등의 안전 문화가 그 바탕을 이뤄야 한다.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대형 재난사고가 나지 않도록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현 편집위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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