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백의 민족’ 벨라루스
유럽의 ‘백의 민족’ 벨라루스
  • 황성준 편집위원
  • 승인 2014.06.18 08:5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탈리아 질레비치 벨라루스 대사
 

벨라루스 하면 한국인은 ‘미인의 나라’를 떠올린다. 실제로 벨라루스에는 미인이 많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가보면 마치 바비 인형이 살아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할 정도로 비정상적(!)이고 이기적인 몸매의 아가씨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호사가들이 언급하는 ‘백러시아 미인’은 벨라루스 미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적(赤)러시아, 즉 공산 러시아를 피해 중국 하얼빈이나 상하이로 도피해 온 러시아 귀족 혹은 백군 장교들의 아내와 딸들 가운데 일부가 생계 때문에 유흥가에서 몸과 웃음을 팔아야 했는데 이들을 가리켜 부른 말이 백러시아 혹은 백계러시아 미인이었다. 즉 일제시대에 적계(공산)러시아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했던 백계러시아란 개념을 현재의 벨라루스(번역하면 백러시아)와 혼동한 것이다.

벨라루스와 백러시아 미인은 관계없어

1991년 독립한 인구 950만의 벨라루스는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 우선 벨라루스도 ‘백의민족’으로 불린다. 한국이 아시아의 백의민족이라면 벨라루스는 유럽의 백의민족이다. 또 우리가 지정학적 위치로 고통을 겪었던 것처럼 벨라루스도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무수히 많은 고초를 겪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벨라루스는 인구비율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민족이다. 독일군이 소련을 침공할 때도, 소련군이 반격에 나서 독일을 향해 진군해 갈 때도, 벨라루스는 주요 진격루트였다. 수도 민스크는 처음에는 독일군으로부터, 나중에는 소련군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아 성한 건물이란 단 한 채도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됐다.

벨라루스는 한국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벨라루스는 어떤 대외 생존전략을 취하고 있는가? 지난 5월 21일 벨라루스 대사관에서 나탈리아 질레비치 대사를 만났다.

- 벨라루스는 ‘하얀 러시아’란 뜻이라고 하는데 어디서 유래된 명칭입니까?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벨라루스 사람들이 과거에 주로 하얀 옷을 입고 다녔기 때문이란 해석입니다. 한국이 ‘백의민족’으로 불린 것처럼 벨라루스도 ‘백의민족’이었습니다. 두 번째 해석은 13세기 몽골 침입과 관련이 있습니다.

벨라루스 언어에서 ‘하얗다’는 단어에는 ‘자유롭다’는 뜻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13세기 몽골군이 키예프를 함락시키는 등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점령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벨라루스는 몽골의 지배를 받지 않았습니다. 즉 몽골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란 의미에서 벨라루스로 불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몽골지배를 받는 지역을 ‘검은’ 땅, 즉 ‘자유롭지 못한 지역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 안타깝게도 많은 한국인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차이에 대해 잘 모릅니다. 심지어 왜 독립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왜 독립했는지는 한국인이 왜 일제시대 당시 독립을 위해 싸웠는지를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13세기 몽골 침입 이후 서로 다른 문화적 발전의 길을 걸었습니다. 소련에 의해 합쳐지긴 했으나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러시아 문화와 벨라루스 문화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한국사람 대부분은 벨라루스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한국에서 어떤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어느 한국 신사가 다가와서 제 명패에 벨라루스라고 적힌 것을 보고 “벨라루스 알아요, 민스크가 수도죠”라고 했을 때 무척 기분이 좋기도 했습니다. 벨라루스에서 왔다고 하면, 많은 한국인들은 “여성들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합니다. 듣기에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두 개의 공용어를 사용 중인 벨라루스

- 제가 몇몇 벨라루스 사람들을 만나 본 적이 있는데 벨라루스어를 할 줄 모르거나 하더라도 매우 서툰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어는 유창했습니다. 지금 이 인터뷰도 러시아어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사님의 벨라루스어는 유창합니까?

물론 벨라루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벨라루스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벨라루스인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안 좋은 현상입니다. 모든 사람은 모국어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벨라루스에는 공용어가 2개입니다.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입니다. 저는 언어를 많이 할 줄 알수록 인간의 내면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제 할머니는 폴란드 출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렸을 때부터 3개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벨라루스어, 러시아어, 폴란드어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학교에서 영어와 프랑스어를 배웠습니다.

- 벨라루스와 러시아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러시아와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현재 벨라루스와 러시아와의 관계는 매우 좋습니다.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만약 통합이 경제적 통합을 의미한다면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다. 현재 관세동맹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통합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벨라루스는 벨라루스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과거 소련과 같은 정치적 통합은 반대합니다.

- 최근 전개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크라이나는 저희의 이웃입니다.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의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 외교관으로서 말을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평화를 말씀하시는 거죠? 크림반도는 어느 나라 영토입니까?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귀속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다른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들은요? 문제가 크림반도에서 끝날 것 같지 않을 것 같습니다.

크림반도 이외의 지역은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 남을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가질 자유가 있으며 저는 그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관계가 매우 특별하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벨라루스와 EU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벨라루스가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관세동맹을 해도 그것이 EU와의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EU 국가들도 벨라루스의 이웃입니다. 역사를 공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의 첫 번째 무역 파트너가 러시아라면, 두 번째 무역 파트너는 EU입니다. 특히 폴란드와의 관계가 중요하며 현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벨라루스의 기초과학과 한국의 상업화 능력 결합 가능

- 한국-벨라루스 관계는 어떻습니까?

평화롭고 좋은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치적 대화가 오가고 있으며 국제기구에서 서로의 입장을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제문제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지대화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독립 직후 핵을 포기하고 핵무기 없이 20년 간 지내오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성공적이었으며 또 다른 나라들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우리 벨라루스의 경험을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교류도 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양국의 잠재력으로 비춰 볼 때 양국의 경제 교류는 아직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국의 경제 교류 확대를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한국 외교관들도 한국-벨라루스 관계는 매우 원만하다고 평가하더군요. 문제는 경제 교류 확대인데 어떤 방식으로 경제관계를 확대시킬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모두에게 관심이 되고 이익이 되는 부분을 찾는 것입니다. 벨라루스는 기초과학 부분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응용과학과 상업화 부분에서 세계적 수준입니다. 양자가 결합될 경우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 분야의 교류 확대,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 공동 연구 및 기술 교환 등 좋은 협력 모델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 한국 기업인들은 벨라루스에 투자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로 벨라루스에 항구가 없는 점을 들곤 합니다.

벨라루스는 바다를 접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벨라루스 인근 발트해에 2개의 항구가 있는데 벨라루스 철도와 잘 연결돼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철도망이 잘 돼 있는 나라입니다. 발트해 국가들과 관계도 좋습니다. 저희가 발트해 항구에 의존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들 발트해 국가들이 우리 벨라루스 물류에 의존하는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상호의존적이죠. 항구 부재는 이 같은 방식으로 해결되고 있습니다. 물론 바다를 통한 한국과 벨라루스의 물류 유통이 멀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훨씬 저렴하고 빠르고 더 편한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입니다. 벨라루스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급 노동력이 많습니다. 기초과학도 튼튼합니다. 한국의 기술력과 자본이 우리의 노동력, 그리고 기초과학과 결합해 현지 생산한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네스비즈 궁전

미르 성, 네스비즈 궁전 관광지로 추천

-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떠하신지?

살고 있는 나라가 마음에 안 들면 좋은 외교관이 될 수 없습니다. 저는 한국을 무척 사랑합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일하고 있습니다. 싫은 곳에서 일한다면 그것은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손실입니다. 한국의 모든 것을 다 좋아합니다만 특히 한국 음식을 좋아합니다. 김치에는 매료돼 있습니다. 또 한국인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 병원이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전혀 모르는 한국 여성들이 와서 병을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어를 못하고 그 한국 여성들은 한국어 이외의 다른 외국어를 할 줄 몰랐지만 우리가 서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현재 가족들도 함께 한국에 있나요?

저에게는 다 큰 아들이 한 명 있는데 가을에 저를 만나러 올 것입니다. 작년에도 왔었어요. 한국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도시가 런던이라고 생각했다더군요. 그런데 서울에 온 뒤에 생각을 바꿨다고 합니다. 서울이 가장 좋은 도시라는 것입니다. 아부성 발언이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외교관이란 직업을 왜 선택하셨는지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후회는 안 합니다.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당했습니다. 저는 원래 학계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소련 외교관 출신이 아닙니다. 외교관이 된 것은 벨라루스가 독립하면서 외교관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찾을 때였습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1990년대 민스크에 갔을 때 관광객 입장에서는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거의 파괴돼 볼 것이 적더군요. ‘전쟁 비극의 상징’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대로 구경을 못하신 것 같군요.(웃음) 12∼13세기 유적이 많이 보존돼 있습니다. 그리고 오페라와 발레를 즐기셨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스크 이외에 미르성(城)과 네스비즈 궁전을 추천합니다. 민스크로부터 미르성은 30km, 네스비즈 궁전은 4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으신 분은 벨라베즈스카야 삼림에서 ‘힐링 여행’을 해 보신다면 벨라루스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인터뷰/황성준 편집위원 hwang@futurekorea.co.kr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곡 2017-07-19 02:02:43
인터뷰 황성준 편집위원이 너무 실례의 말을 함부러 했다고 생각합니다. 벨라루스 대사에게 한 말투 중에 특히 다음 부분이 무례하다고 생각됩니다.
- 황위원이 대사에게 "외교관으로서 말을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라고 했는 데, 외교관 자질 부족하다고 오해할 소지가 짙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큰 실례죠. " 더 상세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으야합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면 1990년대 민스크에 갔을 때 관광객 입장에서는 별로 볼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고 한 점도 표현이 무례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