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습니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4.06.25 09: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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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실종된 군인 찾아온 미국
63년 전인 1951년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폴 고든 병장의 유해가 지난 17일 켄터키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되고 있다. 

지난 17일 켄터키 국제공항에는 63년 전인 1951년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폴 고든 병장의 유해가 도착했다. 이 지역 출신인 고든 병장은 1949년 육군에 입대한 뒤 한국전에 파병됐다. 미 제2사단 38보병 연대에 배속된 고든 병장은 원주 근처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1951년 1월 실종됐다. 그는 중공군에 붙잡혀 포로수용소에 있다가 그해 6월 20세의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든 병장은 지난 6월 13일 전까지는 한국전에서 실종된 7884명의 미군 중 한명이었다. 하지만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부서(DPMO)는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부(JPAC) 등과 함께 지난 1991년과 1994년 사이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은 208개 박스에 있던 미군 유골들을 DNA 검사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고든 병장의 유골을 확인했다.

그리고 6월 13일 한국전쟁 중 실종된 고든 병장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며칠 뒤 고든 병장의 유해는 그의 고향인 켄터키로 보내졌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켄터키 북부 참전용사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미국은 전쟁 중 포로가 되거나 실종된 미군을 찾아 집으로 반드시 데려온다. 미군이 죽었으면 그 유해라도 꼭 집으로 데려온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진두진휘하는 곳이 국방부 내 전쟁포로·실종자 부서(DPMO, Defense Prisoner of War·Missing Personnel Office)다. 이 부서는 ‘약속을 지킨다’(Keeping the Promise),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 ‘그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다’(Fulfill their Trust)는 모토로 유명한데 전쟁 중 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미군을 찾아내 집으로 데려온다는 국방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부서는 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걸프전 등 미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약 8만3000명의 미군의 행방을 찾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록조사, 정보수집과 분석, 현장조사, 복구, 과학적 분석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DPMO는 실종된 미군의 신원이 확인되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DPMO 홈페이지에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1945년 1월 2일 프랑스에서 실종된 세실 해리스 일병의 신원을 지난해 5월 29일 확인했다는 공지가 나와 있다. 또 1945년 4월 16일 독일에서 실종된 로버트 하워드 병장의 신원을 지난 5월 28일 확인했다는 안내가 있다.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

이들의 신원은 국방부 내의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부서(JPAC, 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가 각 지역에서 찾아낸 미군 유해들을 분석해 확인되고 있다. 이 부서는 미군 유해가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지 가서 이들을 확보해 실종된 미군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을 하는데 모토는 ‘그들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이다.

5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합동으로 활동하는 JPAC는 북한에도 들어가 한국전쟁 중 실종된 미군 유해를 발굴했다. 1996년 7월부터 2005년 5월까지 33번 북한에 들어가 미군 유해를 발굴했고 이 유해들은 하와이에 있는 본부에서 그 신원이 확인되고 있다.

JPAC은 베트남 전쟁 후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에서도 베트남에 들어가 미군 유해를 발굴했는데 이들의 활동으로 양국 관계가 해빙되는 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JPAC은 방콕, 하노이, 라오스, 독일 등 미군이 전쟁에 참가했던 지역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이 끝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실종된 미군의 신원을 찾고 있다. 이들은 특히 미군의 유골을 발굴해 DNA 검사 등을 통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이런 특별한 노력 뒤에는 전쟁 중 포로가 됐거나 실종된 미군을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분명한 의지가 뒷받침하고 있다. 5월 메모리얼 데이가 되면 미국인들은 ‘당신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You are never forgotten)라고 쓰여 있는 검은색의 전쟁포로 깃발을 게양하고 이들을 기억한다. 각 기념식에서도 항상 빈 의자가 놓여 있는 테이블을 앞에 전시하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미군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한다.

이런 까닭에 5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포로로 붙잡혀 있던 미 육군의 보 버그달 병장은 얼마 전까지 영웅이었다. 그를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움직임과 목소리가 컸고 오바마 행정부는 3년 간의 비밀협상 끝에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됐던 5명의 거물급 탈레반 지도자를 풀어주고 버그달 병장을 빼내왔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이 결정을 옹호했다.

하지만 버그달 병장이 탈영을 해서 포로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런 자를 구출하는 데 탈레반 지도자들을 5명이나 풀어줘야 했느냐는 비판이 커지면서 그의 구출에 대한 지지의 열기는 약해졌다. 그럼에도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원칙은 미국에서 분명하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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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옥 2014-06-27 17:52:54
공산주의 나라 에서 는 상상" 할수 없는 원칙" 을 대한민국 젊은 이들 은 소중하게 기억" 해야 할것 입니다.
자기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공산주의와 싸우다가 전사한 못다한청춘 안타깝게 희생되어간,젊은 군인들 반공 으로 뭉쳐서 자유를 수호하고, 나라를 지켜준 은혜를 언제인가 갚아야할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