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발목 잡는 左右 세 싸움
국정 발목 잡는 左右 세 싸움
  • 미래한국
  • 승인 2014.06.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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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 사회적으로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구조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현실 상황을 보는 일반적 견해의 차와 의식 편차(偏差)의 정도에 따라 상호 극한적으로 치우칠 수도 있고 상호 타협을 모색하며 수용적 대립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우리의 정치풍토에서 아직 민주주의가 성숙되지 못한 탓인지 양 진영 간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며 상호공생보다는 상대방 타도를 목표로 하는 극단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권 쟁탈만을 목표로 삼는 각 진영은 정책안건이나 정책을 담당하게 될 인물의 선정에서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하기보다는 상대진영에 타격을 주기 위한 집단적 반대행동을 전개하기 일쑤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를 놓고 좌우 양 진영 간 지지와 반대가 극렬하다. 보수진영은 문 후보가 믿을 수 있는 강직하고 흔들림 없는 보수주의자라는 이유를 들어 집단적 지지를 하고 나섰다.

반면 진보진영은 문 후보가 과거 교회세미나에서 일제식민지배의 역사를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말하고, 6·25전쟁 역시 우리나라를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다고 언급한 말을 꼬투리 잡아 그의 신앙관, 역사관을 문제 삼고 있다. 그리고 문 후보가 좌우 화해를 저해하는 강성극우주의자라며 국민 화해를 위한 총리로서 절대 부적격자라고 주장한다.

후보 자질과 능력 판단해야

나는 국무총리는 행정지도능력과 바른 국가관 그리고 정책 판단과 결정에서 좌로나 우로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국가 상황에 맞게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분이라면, 그리고 정직하고 공정한 분이라면 그의 주관이 보수주의 옹호론자이든 진보주의 옹호론자이든 사적 이념노선은 크게 문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보수주의자이면서 진보주의정책을 수용하고, 진보주의자이면서 보수주의정책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통 큰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직자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국익을 목표로 해서 보다 포괄적이고 폭넓은 수용력을 기초로 세워지고 아울러 좌나 우로 치우침 없이 중립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본다. 그럴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인격자라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

사실 국가의 중요한 일과 책임을 맡을 인재군(人才群)의 발굴과 양성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다듬는 길이다.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만민 평등주의사상이 가장 잘 보급돼 있는 미국의 경우 각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유년 시절에 전국적으로 발굴, 양육시키고 있다. 많은 잠재력 있는 인재들이 성장 단계별로 경쟁적으로 뽑혀 알게 모르게 사회적으로 지원받고 관리된다.

그들은 성장기를 거쳐 훌륭한 그릇과 인격자로 양육돼 사회를 이끄는 동력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것이 각 지역과 각 분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구체적으로 그 실체적 주체와 대상자들이 뚜렷하게 드러남이 없이 이뤄진다. 우리도 이제 사회가 각 분야별 인재 양성에 관심을 두고 유형무형의 사회적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지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을 보면서 사람은 평소 자기 언행이 미칠 파장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후보가 몇 년 전에 행한 강연 내용을 총괄적으로 보면 전후 문맥상으로 별로 문젯거리가 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선시대의 역사와 동족상잔의 전쟁마저 근년의 민족중흥을 위한 ‘하나님의 뜻(섭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구태여 ‘기독교의 섭리(예정) 교리’로 해석하려 했던 점은 과한 발언이었다고 본다.

 

사회가 각 분야별 인재 양성 도와야

성경은 모든 세상의 일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일본의 한국 침탈과 그 이전의 우리 민족 역사를 폄하하면서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고난의 역사로 보고 그것이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한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한 것은 너무 앞서갔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역사로 파악하려는 신앙관에 따른다면 ‘사탄(악한 자들)의 미혹과 행위도 하나님의 뜻’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점에 관한 한 보수진영의 사람들이 모든 섭리론을 무조건 감싸기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본의와 달리 뱉어진 잘못된 표현은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표하는 것이 지혜롭다.

민족적 치욕의 역사나 사탄의 역사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보는 신앙관에는 분명 잘못된 교회 가르침과 교육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우리 주변에는 기복신앙의 범람과 잘못된 영성교육으로 정상에서 벗어나는 논리에 빠진 설익은 종교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고위 관직의 물망에 오르내리는 괜찮아 보이는 인사들 중에 함부로 뱉은 언행(言行)에 꼬투리 잡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돼 회자당하는 모습을 보기가 몹시 민망하다. 결점을 찾는 사람들과 세상 여론은 구체적 실제 내용을 통전적으로 이해하려 하기 보다 부분적 문제점이나 꼬투리를 침소봉대하는 경향이 있고 그 파장은 실로 크다.

문 후보가 과거 범례로 했던 말꼬투리 때문에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이 나라 모든 국민이 좀 더 지혜롭게 되고, 언행에 신중해 서로 헐뜯지 않고 북돋우며 국가의 앞날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빈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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