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문화는 시대의 옷을 입어야”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문화는 시대의 옷을 입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4.07.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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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성장이 이미 둔화됐던 1989년, 단 두 명으로 시작해 성인 출석교인 1만4000여명의 대교회로 성장한 오륜교회. 서울시 강동구 둔촌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오륜비전센터 10층 건물과 오륜커뮤니티센터 6층 건물을 둘러보면 이 교회가 내세우는 ‘지역 주민 누구나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구호에 그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비즈니스 빌딩 형태로 지은 오륜비전센터의 1층 카페, 6층 도서관과 커피전문점 토비아스, 10층 체육관에 일반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들기 때문이다. 오륜커뮤니티센터 역시 1층 커피전문점과 북클럽, 인터넷 중독 관련 상담소 등이 활짝 열려 있다.

그런가하면 쉴 새 없이 찬송가가 흘러나오는 오륜비전센터 1층 그레이스홀은 누구든 들러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 비전홀(대예배실)과 그레이스홀에는 일반 교회의 장의자가 아닌 푹신한 개별의자가 설치돼 있다. 애초에 어떤 공연이든 가능한 콘서트홀로 꾸며 성악이나 연극 같은 공연이 자주 열린다.

교회마다 영성과 문화를 융합해 젊은 세대를 불러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젊은이들이 현란한 세상 문화에 밀린 교회에 등을 돌린 지 오래됐다고 탄식이다. 하지만 영성과 문화가 융합해 젊은 기운을 뿜어내는 오륜교회에 가면 큰 도전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은호 목사는 문화에 대해 이렇게 피력했다.
“진리는 변하지 않지만 문화는 그 시대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문화는 진리 자체가 아니라 도구이며 선교 수단이죠. 우리 교회는 영성과 문화가 함께 갈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 젊은이들이 떠나는 건 복음과 문화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륜교회로 매년 3000명 이상의 새신자가 몰려드는데 이 가운데 47%인 1400여명이 20대와 30대이다. 김은호 목사는 ‘역동적인 예배’가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저의 스펙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궁금해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82%가 ‘예배가 좋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교회 예배는 심플하고 역동적입니다. 예배는 ‘보는 것’이 아닌 ‘드리는 것’이므로 소수가 참여하는 예배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하는 예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오륜교회 예배는 별다른 순서가 없다. 20분간의 찬양과 영상뉴스에 이어 바로 설교를 한 뒤 통성기도를 하고 마친다. 전체 예배 시간은 1시간10분 정도이고 그 가운데 45분은 설교시간이다. 매월 첫째 주만 사도신경과 콰이어(성가대)의 찬양 순서가 있다.

전통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다가 1994년 8월에 역동적인 열린 예배 형식으로 바꿨다.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 훈련과 미국 LA 근교 반야드교회의 열린 예배에서 영감을 얻어 변화를 꾀한 것이다.

“두 명으로 시작한 교회가 200명이 된 시점이었습니다. 절반인 100명이 교회를 떠나면서 원래 형식으로 예배를 드리면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었어요. 전통적인 예배가 싫다기보다 ‘드리는 예배’가 좋았기 때문이죠. 예배의 본질은 하나님 중심이어야 하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느낄 수 있는 예배가 돼야 합니다.”

1년 정도 지나자 교인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1998년 말 900석 규모의 보성고등학교 강당으로 예배 장소를 옮기면서 크게 부흥했다. 설교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스킷 드라마를 활용하는 등 문화예배를 더 활성화해 나갔다.

 

‘배려문화’와 ‘눈높이 목회’

‘예배가 좋아서’라는 82%의 답변을 세분화하면 ‘설교가 좋아서’가 42%로 가장 많다. 김은호 목사는 ‘현장감 있는 설교’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책보고 하는 설교, 현장감이 없는 설교는 죽은 설교입니다. 성도들의 삶을 알아야 현장감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심야예배를 마치면 20명의 교인이 강단 위에 올라오고 김 목사는 한 사람씩 만나 대화를 나눈다.

“18년 동안 계속 해오고 있는데 예전에는 30명씩 만나다가 20명으로 줄였습니다. 반 정도는 다른 교회 교인들이고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한 달에 두세 명 정도는 자살 직전에 찾아옵니다. 고해성사하듯 자신의 얘기를 다 털어놓는 분도 있습니다. 암 선고를 받은 분을 비롯해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이 많아 안타깝죠. 얘기 들어주고 기도하고 그러다 보면 새벽 2시가 훌쩍 넘어갑니다.”
김은호 목사는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비결에 ‘배려문화’도 한몫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을 배려하는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축복하고 세워주는 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각오를 하는 거죠. 그러지 않고는 결코 다음 세대가 세워질 수 없어요. 청년들이 일어나서 찬양하고, 엇박자 찬양을 많이 부르는 걸 기성세대가 이해해야 합니다. 배려 문화 덕택인지 불금(불타는 금요일)에도 청년들이 심야예배에 많이 옵니다.”

최신 CCM을 익히기 위해 애쓴다는 그는 청년들이 많이 참석하는 5부와 6부 예배 때면 청바지를 입고 설교한다. 예배실의 조도를 낮추고 안개를 피워 올리는 등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눈높이 목회’도 빼놓을 수 없는 젊은 목회 비결이라고 했다.

“우리 학교 중고등부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지하철 역 밖에서 30분 정도 서서 새벽예배를 드립니다. 4군데에서 실시하고 있어요. 통성기도를 하고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래야 야성이 길러지거든요. 새벽기도에 ‘500명 이상 나오면 염색하겠다’고 했더니 평소 안 나오던 애들까지 올림픽공원역에 500명이 집결한 적이 있었어요. 애들과 약속 지키기 위해 노랗게 염색하고 강단에 섰더니 아이들이 ‘파란색! 파란색!’이라고 외치는 겁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색깔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다시 파란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아이들 앞에 섰지요. 약속을 지키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려고 노력한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도 젊은 세대를 붙드는 매력이다. 영어와 기독교 교육을 함께 실시하는 비키키(Vision King's Kids)와 레인보우 어린이집,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의 캐치 프레이즈 아래 펼쳐지는 실질적인 프로그램들이 젊은 부부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65세에 은퇴 계획”

합리적인 시스템과 투명한 교회 운영도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륜교회는 10여년 전에 교회 내규를 만들어 그에 따라 움직인다. 김은호 목사는 해외 집회를 비롯한 외부 집회를 갈 때 대기업처럼 출장비를 받고 사례비는 교회에 입금한다. 4시간 이상 거리는 비즈니스석, 그 이하는 이코노미석을 타고 간다. 심지어 KTX 타는 것까지 내규에 다 정해져 있다.

“삼성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의 내규를 참고해 우리 교회 실정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교인이 3000명 이상 되면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야 합니다. 내규가 있으니 후임자가 와도 걱정 없습니다.”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를 뽑는 과정도 독특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여러 규정을 적용해 후보를 뽑은 뒤 본인들의 동의서를 받아 입후보 자격을 준다. 입후보자들의 상세한 교회 생활 내역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투표권은 권사, 장로, 교역자, 교회 각 분야 평신도 리더들로 구성된 대의원들에게 주어진다. 대의원들이 체육관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해 거기서 당선되면 전교인이 모인 공동의회 자리에서 통과를 확정한다.

“체육관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마련해 대의원들이 한 표씩 행사합니다. 저도 딱 한 표의 권리밖에 없어요. 저는 65세에 은퇴할 계획인데 우리 교회 시무장로님들의 근무연한도 65세입니다. 시무장로는 3년마다 6명씩 뽑는데 임기가 6년이에요. 3년마다 6명이 들어오고 6명이 나갑니다. 그러니 회전이 빠르죠.”

3년은 배우고 3년은 일하는 시무장로는 항상 12명이고 시무장로 연한이 끝나면 사역장로로 교회 여러 분야에서 봉사한다. 현재 협동장로까지 포함해 60여명의 장로가 출석한다. 교회 재정은 매년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다.

“젊은이들은 투명한 걸 좋아합니다. 우리 교회는 빚이 많아요. 일을 많이 저지르니까요. 교회는 재정을 모아두는 곳이 아닙니다. 재정이 많으면 썩기 때문에 합당한 일에 써야 합니다. 작년 한 해 다른 교회 수양관을 빌려 쓴 횟수가 259회나 돼 올해 수양관을 구입했어요. 자꾸 일을 벌이니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죠.”

‘자꾸만 벌이는 일’에는 초교파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들도 포함된다. 매년 전국의 목회자 사모 700여명을 초청해 3일간 사회적, 정서적, 영적 회복을 돕는 사모 리조이스 프로그램과 사별한 홀사모들의 해외여행을 돕는 ‘아름다운 여행 FOR YOU’ 행사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족과 새터민, 장애우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NGO 프렌즈를 비롯한 여러 채널을 통해 선교를 하고 있다.

개척 20주년에 열린 사역박람회 때 오륜교회의 독특한 교회 운영방법을 공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은호 목사는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찾는 교회로 만들기 위해 문화사역자를 계속 양성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이 교회에 출석하는 연예인은 아나운서 김경란, 가수 현진영, 탤런트 송재호와 송재희,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 등 모두 68명에 이른다.

본질에 충실하면 성장한다

김은호 목사는 65세가 되는 8년 후 은퇴를 하면 다음 세대를 위해 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일학교가 사라진 교회가 많습니다. 조기 은퇴하면 연구소를 개설해 태아교육부터 시작해 주일학교 교육 등 다음세대를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확실한 대안을 만들어 한국교회에 제시하고 싶습니다.”

오륜교회는 이미 지난해부터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1만4000여명의 출석 인원 외에 3000여명이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예배드리고 있다.

“더 이상 건물을 지을 공간도 없지만 예배당을 더 짓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부목사님들이 교회를 분립해 나가도록 도와야죠. 올해 첫 번째 목사님이 독립하게 됩니다. 앞으로 100개의 지교회를 세울 계획입니다. 큰 교회를 만들기보다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당면과제는 2014 라이즈업 코리아 청소년 페스티벌에 젊은이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힘쓰는 일입니다.”

김은호 목사는 8월 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이 대회의 대회장을 맡고 있다. 교회 성장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한 가지 팁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김은호 목사는 본질에 충실하라고 말했다.

“본질에 충실하려면 정리가 돼야 합니다. 목회가 뭔지, 은사가 뭔지, 평신도 목회가 뭔지, 목사 자신이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죠. 세미나마다 다르게 얘기하거든요. 목회는 균형입니다. 성령역사와 오직말씀 가운데 한 가지만 강조하면 안 됩니다. 내가 정리돼야 균형이 생기는데 그 정리가 쉽지 않아요. 저도 목회 시작하고 6~7년 후에 정리가 됐습니다. 목회 현장에서 부대끼면서 정리가 되면 확신이 생깁니다. 그걸 스스로 깨달아야겠죠. 하나님은 확신 있는 목회자에게 일을 맡깁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지 않기 위해, 권위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쓴다는 김은호 목사는 교회 식당에서 평신도들과 똑같이 줄을 선다. 모든 걸 젊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행동하는 그는 영적 권위가 중요할 뿐 외적 권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글 / 이근미 선임기자 www.rootlee.com
사진/윤현규 객원기자 hyun@yotta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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