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멘붕과 한국정치
보수 멘붕과 한국정치
  • 미래한국
  • 승인 2014.07.08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창극 씨의 총리 후보 사퇴를 둘러싼 정치적 희극은 집권 2년차의 박근혜 정부를 곤혹케 하고 있다. 한국의 과거 역사와 그 역사를 딛고 일어서서 오늘의 자랑스러운 경제성장과 발전을 이룩하도록 하나님이 섭리하셨다는 문창극 씨는 그의 교회 강연 내용에 관해 국회청문회에서 그 함축된 의미를 해명할 수 있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고 후보 자진 사퇴를 하게 됨으로써, 박근혜 집권을 뒷받침했던 친여 보수진영이 심각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져 분열하고 있다.

먹잇감을 얻기라도 한 듯, 성숙되지 못한 한국 언론과 여론참새들은 “보수 멘붕(mentality collapse)”을 지적하면서 신명이 나 있다. 이를 보고 있는 자칭 보수 정치세력들은 벌어지고 있는 현실 상황 앞에서 말로는 보수붕괴를 논하며 걱정하고 탄식하는 듯하지만 실제는 보수로서의 철학이나 정체성이 확고하지 못한 이들은 내부 붕괴의 파장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란 무엇이며 그들의 철학은 무엇인가를 개념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기가 실제로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보수라고 하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유경쟁을 토대로 하는 시장경제체제, 이념적으로는 반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내부 붕괴의 파장 심각하다고 인식 못해

반대로, 진보(進步)란 정치 경제적으로 친(親)사회주의 노선, 분배의 정의, 개혁을 통한 부단한 발전을 꾀하며 전통, 관습, 현재의 특권, 가치, 이익과 혜택을 유지하려는 반동적 보수세력에 대치하려는 이데올로기로 정의된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보수는 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중요시하며 가능한 작은 정부를 목표로 하는 반면 진보는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과 역할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 정의를 대략 위와 같이 분별시킬 수 있다고는 하나 오늘날 현실적으로는 양 이념이 상호 혼합돼 있어 엄격히 그 실체를 딱 부러지게 구분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시장친화적이며 점진적 정책 조율과 변화를 추진하느냐 아니면 정부의 임의적 개입을 중시하면서 급진적 혁신적 정치 사회 개혁을 주장하느냐에 따라 전자를 보수적이라 하고 후자를 진보적이라고 느슨하게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경제적 기득권 세력을 보수로, 그런 체제에 반대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을 진보라고 일반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집권 여당이나, 정권 탈취를 궁극적 목적으로 투쟁하는 야당이나, 실제 정책 이념측면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여당이나 야당 공히 경제정의를 정책목표로 삼고 복지정책을 중시하며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정당의 정책강령보다는 특정 친분이나 관계를 더 중요시하며, 선거철에는 무의식중에도 지역감정이 발동하고, 대통령과 대통령 소속정당을 지지하느냐, 반대 야당을 선호하느냐로 갈라설 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지 정당이 자유시장 경쟁에 무게를 두느냐, 정부개입정책에 무게를 두느냐, 그리고 친북성향을 나타내고 있느냐, 반공산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을 따져서 자기 지지 정치인과 정당을 선택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문창극 씨의 총리 후보 낙마는 보수진영을 분열시키는 데 일조했다. 예컨대 총리 후보가 뚜렷한 보수주의자라고 믿고 그를 지지했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 후보를 여론에 밀려 낙마시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 보수 총리가 나와서 사회에 뻗어 있는 친북좌파 진보세력들을 발본색원하기를 기대했던 극우세력들이 그의 청문회를 국회에 요청함도 없이 중도 하차시킨 대통령에 대해 깊은 실망과 배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보수진영이 내부 분파적 이해관계로 분열돼 진보진영의 단합된 압박에 굴복당했다는 집단 좌절에 휩싸이게 됐다.

진보 성향 아니면 운신 폭 좁아

보수진영은 태생적으로 진보진영에 비해 내부 구성원간의 응집력이 약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개 현상유지적이고 안정지향적이고 개인주의 중심적이어서 서로 단합하거나 뭉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전통과 관습을 중시하고, 6·25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 만행을 경험한 보수층의 인구구성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 역사 진행을 상향적 발전으로 인식하며 기존의 낡고 부패한 사회를 보다 새롭고 정의로운 사회에로의 변화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젊은 진보주의자들은 숫적으로 다수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지식의 축적이 많아지고 삶의 질과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진보에 대해 호의적인 선입관을 갖게 된다. 이는 바꿔 말하면, 진보주의적 성향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뜻이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앞으로 보수주의 정당이나 보수주의자가 통치지배력을 획득하게 될 확률은 점점 엷어지게 된다. 언론도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갇혀 역사의 흐름과 세태의 진전 방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부단히 개혁을 통해 발전을 꾀하지 않으면 독자를 잃게 된다. 세태 발전에 따라 보수가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도 ‘보수적으로’ 변화를 필요로 하게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최근 총리 후보 검증 중도단계에서 분열 와해된 보수진영을 놓고 “보수멘붕”으로 자조(自嘲)하기보다, 시대의 변화를 바로 읽으며 편협한 자기중심주장보다는 객관적 진실을 제시하고 관철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내가 보수라고 해서 나의 편인 보수주의자의 과오를 무조건 감싸고 덮고 가려 하거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진보주의 견해나 입장마저 맹목적으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정치와 사회 발전은 우리 모두가 우리의 의식 내에 고착된 기존 판단체계를 새로운 상황과 진실에 순응하며 계속 진보시켜나갈 때 이룩된다. 지금 보수진영내의 분열과 멘붕현상(mental disorder)을 경과적 교훈으로 삼되 그 확산을 막아야 한다. 보수의 건전한 변화의 필요성과 결집 방향을 강조하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상호견제와 협력을 통한 상생(相生)을 도모할 때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황의각 편집고문
고려대 명예교수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