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백기, 야만의 시대 오나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백기, 야만의 시대 오나
  • 미래한국
  • 승인 2014.07.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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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6월 11일 문창극 씨가 2011년 4월 온누리교회 집회에서 한 강연의 일부분을 발췌해 ‘조선민족이 게으르다’고 폄하하고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발언했다고 하면서 그가 친일사관을 가져 총리 부적격자라고 왜곡 보도했다. 그 직후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은 그를 친일파로 맹비난하는 글로 뒤덮였고 선전 선동 보도에서 통상 그러하듯이 야당은 그 기회를 이용해 자진사퇴 공세를 했다. 이런 영향으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자 새누리당 김무성, 서청원 의원 같은 중진은 물론이고 김상민, 이자스민 의원 같은 초선들도 문창극 씨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지식인, 대중의 증오 열기에 휩쓸려 침묵

KBS 보도가 증폭,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 강연 동영상의 진의를 보도하는 매체도 없었고 문창극 씨에게 제대로 된 반론 기회를 주는 매체도 없었다. 이른바 ‘보도의 공정성’은 어느 기준으로 보아도 휴지조각이 됐다.

정상적인 사고와 양심을 가진 사람이 문창극 씨의 강연 동영상 전체를 봤다면 결코 그를 친일파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는 조선조 말기 고종이나 양반들의 극심한 부패, 매관매직, 무능으로 국권을 잃은 것, 백성들이 착취로 시달려 일할 의욕을 잃은 것을 가슴 절절히 안타까워했다. 1894년경 조선을 방문한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여행기를 썼는데 그 책에서 ‘국내 거주하는 백성’은 매우 게을렀으나 ‘연해주 조선족’은 근면하게 일해 부를 쌓고 있는 것을 보고 국내에 거주하는 백성들은 일을 하면 오히려 양반들에게 끌려가 곤장을 맞고 재산을 뺏기기 때문에 일을 기피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분명히 강연에서 밝힌 바 있다. 민족성을 비하한 것이 아니라 지도층인 양반의 극심한 타락을 비판한 것이다.

조선조말의 도를 넘은 부패 무능으로 국권을 잃는 시련을 겪었으나 우리 민족이 이를 이겨내고 세계 7~8위의 무역강국이 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하나님의 뜻을 언급한 것은 일본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 고난을 이겨낸 우리 민족이 더 강하게 된 것,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원하는 소명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었다.

강연의 주요 요지가 위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좌파, 우파 매체 구별할 것 없이 연일 문창극 씨를 친일파로 비난하며 인격살인을 시도했고 이런 흐름은 6월 20일 MBC가 강연 동영상을 방송하기까지 지속됐다. 기자로서 진실보도의 직업윤리나 지식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진실성(integrity)도 저버렸고 급기야 강연 동영상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마치 이를 봤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예를 들어 하종대 동아일보 기자는 6월 16일 채널A에 출연해 “비숍 여사가 연해주 조선족을 보고 조선족이 근면하다고 했는데 문창극은 이를 빼먹고 조선족이 게으르다고 비하했다”고 허위사실을 주장하는가 하면 정치평론가 유창선 씨는 6월 20일 MBC에 출연해서 같은 취지의 허위사실을 주장했다.

한국의 기자 및 지식인 중 다수가 악의적 오보로 만들어진 대중의 증오 열기에 휩쓸려버려 부화뇌동하거나 침묵했고 진실이 무엇인지, 개인의 인권이 무참히 유린되는지 여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오로지 정쟁과 투쟁만이 흘러넘쳤고, 친일파 레이블링(labeling) 공세는 언론주도형 매카시즘적 행태로까지 악화됐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 등이 강연 동영상 전체 내용은 감동적인 애국적 강연이자 극일하자는 내용이라고 반박하면서 제동을 걸었고 MBC 강연 동영상 방송을 계기로 최소한 문창극 씨에게 인사청문회의 기회는 줘야 하며 그것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라는 성명서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오마이뉴스와 같은 좌파매체에서도 인사청문회는 열어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70%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허위 조작 선동에 의한 오도된 여론에 겁먹고 자진사퇴 형식으로 문창극 씨가 물러났다. 효순, 미선 사건 보도, 광우병 보도, 아이티 재난 보도, 원유 유출사고시의 윤진숙 장관 보도 등 언론매체가 사실관계를 왜곡해 선전, 선동하는 사례가 점증해 왔지만 이번 문창극 사태가 주목받는 것은 국가가 허위사실, 조작 선전 선동에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

좌파매체 여론조사도 70%가 청문회 찬성

허위사실과 조작된 사실을 악용한 선전, 선동에 대처해야 할 대통령과 여당이 백기를 든 이상 이제 한국 사회는 야만사회로 가는 문을 열어젖힌 것이다. 정치적 선전 선동에 물든 언론매체들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인데 이러한 준동을 계속 방치한다면 올바른 여론 형성이 불가능하게 돼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질식할 것이다.

진실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 견제 받지 않은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이고, 개인의 인권, 법치주의는 설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이를 저지할 종국적인 책임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애국시민들에게 있다. 애국시민들이나 각종 시민단체는 진실에 부합하는 데이터의 유통을 늘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허위사실을 보도하는 매체 및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 고발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도 여당도 선전 선동에 백기를 든 현재로서는 그것만이 야만사회로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일반 시민이나 단체도 고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첨언해 둔다).


차기환 편집위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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