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체제로 KBS 바꿀 수 있나
조대현 체제로 KBS 바꿀 수 있나
  • 정용승
  • 승인 2014.07.22 1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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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前사외이사 황근 선문대 교수가 말하는 KBS 문제의 해법
 

KBS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의 말을 왜곡 편집해 방송한 것은 차라리 하나의 ‘해프닝’이다. 선거 때마다 시점을 맞춰 파업을 일삼는 KBS 노조의 행태는 어느덧 하나의 패턴을 형성하며 고착화될 조짐을 보인다. 분노한 일부 시민들은 수신료 거부운동을 하며 KBS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새로운 KBS 사장이 지명됐다. KBS PD 출신이자 전 KBS 부사장인 조대현 사장후보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익진영에서는 ‘야당인사’라며 KBS 개혁이 불발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위시한 좌익진영은 ‘제2의 길환영’이라는 말로 조 후보를 공격한다. 좌우 양측의 공격을 받고 있는 조 후보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그가 KBS 개혁의 신호탄을 쏠 수 있을까?

대답을 얻기 위해 KBS 사외이사를 역임한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를 만났다. 그는 KBS 문제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으로서는 알기 힘든 여러 가지 포인트를 지적했다.

- 여야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조대현 신임 후보데요. 어떤 인물인가요?

조 후보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눠서 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KBS에서 근무하는 ‘방송인’으로서의 조대현 후보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인 인물’로서의 조 후보입니다.

방송인으로서 조 후보는 표현력이 강하고 인격적인 면에서도 후배들에게 신임이 두터운 분이이에요. PD 출신이고, 2000년대 중반 이후 KBS를 이끌어오고 있는 프로듀서들 중 한 명이기도 하죠. 전문성이 있고, 능력 있는 방송인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정치적 인물로서는 평가가 달라집니까?

달라진다기보다는 평가가 갈리는 거죠. 일단 조 후보는 야당과 언론노조 쪽 사람들과 친화력이 좋기 때문에 기존 사장들처럼 임기 3년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와의 이면계약’이라는 카드를 집을 수도 있어요. 시쳇말로 ‘한통속’이 될 수 있다는 우려죠. 게다가 KBS 노조 대부분이 시사·교양 PD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 쪽 사람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어요. 이런 면에서 야당 쪽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는 게 사실이고요.

반대편에서는 이런 조 후보의 친화력은 정치적 입장 때문이 아니라고 해요. 후배들에게 많은 신임과 신망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오해일 뿐이라는 거죠.

KBS의 개혁은 조대현 사장 후보의 의지에 달려

- 지금 부여된 직분은 ‘KBS 사장후보’인데요. 노조가 주장하는 ‘방송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지, 혹은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언론개혁’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 아닌가요?

섣부르게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방송의 공정성 혹은 언론개혁은 내부 구성원의 정치적 메커니즘을 조 후보가 개혁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KBS가 오랫동안 한국 방송계를 지배해왔기 때문에 여기서 기자 생활을 한 사람들은 여당 쪽이든 야당 쪽이든 관계가 만들어져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쪽 정권과 친화력이 가까운 기자들이 계속 주요직에 앉고, 결국 이런 것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돼왔다고 할 수 있죠.

또 사장직을 3년간 유임하려면 노조의 의견을 들어줘야 하고 단순히 노조가 주장하는 후생복지뿐 아니라 특정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걸 들어준다든지 해야 하죠. 길 전 사장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그 분도 이명박 정부 말기에 사장에 임명된 인물이기 때문에 사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매우 작았거든요. 자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사장직을 수행하려다 보니 노조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 좌우 양쪽에서 욕을 먹게 된 거죠.

조 후보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자기 기반으로 사장이 됐다기보다 이사회의 묘한 메커니즘과 보수 표의 분열로 임명된 인물이기 때문이죠. 결국 조 후보도 이런 메커니즘을 극복하지 못하면 방송의 공정성이나 언론개혁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겁니다.

- KBS 노조는 선거 때만 되면 파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외부 인사가 사장일 때는 낙하산 인사라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내부 인사가 사장일 때는 공정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합니다. 이중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인데 이렇게 나오는 이유가 있나요?

노조는 이른바 좌파정권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사측에 이런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었어요. 정연주 전 사장 때는 탄핵방송을 험악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었죠. 탄핵방송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방송 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방송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렇다면 왜 이들은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여러 명분을 대면서 투쟁을 할까요? KBS 1노조든 2노조든 이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KBS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좌파 정부는 절대로 방송을 개혁하지 않는 반면에 보수 정부는 공기업 개혁처럼 항상 공영방송의 구조개혁을 주장해요. 구조개혁이라는 것의 주 사안은 인원감축, 월급감축, 경영 투명성 재고 등이고요. 이런 방송개혁은 다른 나라 보수 정권도 마찬가지예요.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같은 경우도 굉장히 강하게 방송개혁을 시도했죠.

- KBS의 구조적 문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 KBS는 고임금 구조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가지고 있어요. 전 직원의 52%가 임원직이고 평균연봉이 1억 이상이죠. 말이 안 되는 구조예요.

문창극 사태는 모두의 ‘직무유기’

보수 정권은 항상 이런 점을 개혁하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노조는 겉으로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보수 정부가 들어와서 하려는 방송개혁을 막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항상 파업을 하고 파업에 따라 정치적으로 줄을 서는 거죠. 대표적인 게 작년 3월부터 5월까지 했던 KBS, MBC 파업이에요. 그때 KBS 노조위원장이 야당 대표들 출정식에 나와서 정권교체하자고 한 적도 있어요. 즉 기득권 유지가 그들의 목적이죠.

그리고 노조가 공정보도를 계속 주장하는데, 언론학계에서는 공정보도를 실현할 수 없는 이상향이라고 보고 있어요. 사람이 만드는 뉴스는 공정해질 수 없다는 것이 정론이죠. 공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절대 공정’이라는 건 없어요. 그래서 공정성이라는 문제는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거고요. 아주 주관적인 부분을 노조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거죠.

- 문창극 전 총리후보의 왜곡편집 방송이 방송되면서 KBS의 게이트키핑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원인이 있나요?

왜곡 편집된 방송이 나온 날은 길 사장이 해임된 다음날이죠. 사장이 공석으로 되면서 이른바 KBS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정치부장 등 게이트키핑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장이 해임된 마당에 자신들도 괜히 사원들에게 게이트키핑을 걸었다가 자신도 해임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않은 거예요.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그렇게 검증되지 않은 폭로성 뉴스 세 꼭지를 저녁종합뉴스 시간에 내보내지는 않죠.

- 언제부터 KBS의 보도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연주 전 사장 때라고 볼 수 있어요.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한 김대중 정권 때 방송국에는 자기들과 정치적 성향이 맞는 중견기자들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보수 정권이 집권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박권상 전 사장 때 시작해서 정 사장 때 만들어진 것이 ‘팀(team)제’예요.

팀제는 쉽게 말해 중간 간부를 다 없애는 사회주의적 제도입니다. 국장 밑에 팀장을 두고 팀장은 직급에 관계없이 돌아가면서 맡는 것이죠. 즉 갓 들어온 신입기자도, 15년 된 중견기자도 모두 팀원이기 때문에 이들 중 돌아가면서 팀장을 맡게 되죠.

원칙적으로는 국장, 부장, 차장, 데스크 라인이 일선 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차례대로 게이트키핑 역할을 해 최종 결정을 하면 방송에 나가는 것이죠. 팀제는 이걸 없애버린 제도예요. 그래서 팀제를 이용해서 여권 성향이 아닌 기자들을 팀장으로 발령시키기도 했고 정 전 사장 때는 차장을 부사장으로 발령시킨 적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급속 성장시킨 것이죠. 물론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팀제를 없앴지만 그 문화가 아직 남아 있어요.

노조와의 타협은 금물

또 정 전 사장이 말단 기자와 PD를 경력사원으로 뽑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좌파적 성향의 언론사 출신 경력사원들을 대거 등용했어요. 대략 150명 정도 되죠. 그때 그 경력기자들이 지금 KBS내 좌파조직의 핵심인 ‘사원행동’의 주축이고요. 지금 문 전 후보의 방송을 내보낸 것도 이들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죠.

- 과거 MBC도 노조에 좌지우지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노조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고 평가받는데요. KBS도 MBC처럼 노조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MBC든 KBS든 사장 임기 3년 동안 사장이 아무리 개혁적 의지가 있더라도 1년만 있으면 노조의 강한 벽에 부딪쳐요. 결국 노조와 싸움만 하다 임기를 마치는 수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노조와 타협을 하게 되는 거죠. 즉 노조와 이면계약을 맺는 거예요. 겉으로는 임금협상을 적절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계약을 맺어 뒷돈을 주는 등의 행위들을 계속 해온 것이죠. 그런데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노조와 끝까지 타협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노조의 힘이 약해졌죠. 그때 약해진 힘이 지금도 회복이 안 되는 면이 있어요.

반면 KBS는 어떤 사장이든 노조와의 끈을 끊어본 적이 없죠. 더 심각한 건 사장이 내부인사로 임명되다 보니 내부결탁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죠. 더 공고하게 되니까 노조의 요구가 늘어나요. 강성, 극성노조가 되죠.

수신료거부운동? 위탁수신제 없애야

- 그렇다면 내부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보다 외부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게 나은 방법인가요?

그런데 외부 인사가 임명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KBS가 정규직만 5000명이고 비정규직까지 하면 만 명이 넘어가요. 1년에 1조6000억 원의 예산을 쓰는 회사죠. 즉 어설픈 외부 인사가 오면 파악도 못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겉핥기만 할 가능성이 있죠.

결국 외부 인사를 뽑으려면 자신의 철학이 있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이것은 이사회가 밑에서 받쳐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사회는 비상임 11명으로 구성돼 있어요. 2주에 한 번씩 가서 회의 자료를 보고 결정하는 건데 아무래도 내부 사정을 속속히 알 수 없죠. 또 KBS에서는 상임이사를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외부 인사가 자신들의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KBS의 개혁은 제도와 인적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해요.

- 일각에서는 이런 일련의 KBS 사태를 이유로 수신료거부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신료거부운동으로 KBS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니라면 어떤 방식의 움직임이 유효할까요.

현재 KBS의 재정구조는 세 가지 토대로 구성돼 있습니다. 광고, 수신료, 콘텐츠 수익이죠. 광고는 전체 수익의 50%가 조금 넘고 수신료가 40% 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자회사 수익이나 콘텐츠 수익이죠.

2002년 이후로 광고 수익이 매년 줄고 있고 수신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수신료거부운동은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수신료가 전기료에 합산돼 부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신료를 내지 않으려면 한국전력공사에 전화해서 TV를 안 본다고 말하고 직접 증명까지 해야 합니다. 보통은 귀찮아서 못하죠. 결국 개인이 수신료를 안 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결국 한전의 위탁수신제도를 먼저 개선해야 하죠. 일본은 직접 방송국에 지불하는 방식인데 재작년에 수신료거부운동이 있었어요. 당시 90%였던 수신료 비율이 75%까지 떨어졌습니다. 수신료거부운동보다 위탁수신제도를 먼저 없애는 게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근거가 될 수 있겠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덧붙인다면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하자는 운동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송국인 만큼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거든요. 그럼에도 지금의 KBS는 제대로 공개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이런 문제가 먼저 개선돼야 수신료거부운동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인터뷰/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사진/김영민 인턴기자 mychuns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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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이 2014-08-05 17: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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