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일본과 우리의 선택
아베의 일본과 우리의 선택
  • 미래한국
  • 승인 2014.07.2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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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잃어버린 지난 20년의 답답했던 세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는 국방과 경제의 새 활력을 모색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후 미국의 도움과 자체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1960년대 이후 줄곧 세계 G2 경제대국을 자부해오던 일본 국민이 1990년대 들어서면서 내수경기가 바닥권에 머물기 시작했고, 젊은이들은 현실 안주 추세로 기백이 풀어져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계속되는 지진, 해일 등 천재지변으로 일본 국민들 사이에 사회적 불안과 불확실 심리가 팽배해져 왔다.

불안, 그리고 불확실 심리

대내적으로 생활에 부족함 없이 자족하며 도전 없는 삶에 젖은 국민을 추스르고 진취적 동인(動因)을 불어넣기 위해 아베 정부는 인근 지역 국가들-중국과 한국-과의 영유권 문제에 따르는 분쟁, 충돌과 마찰을 격화시키는 길을 선택했다. 군사적 긴장정책은 경제정책보다 더 극적(radical)인 경기부양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아베 정부는 군비 강화를 포함한 재정지출확대를 양적완화(돈 풀기), 구조개혁 등 경제성장정책과 혼합해 잠자던 일본을 깨우려 시도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위한 군비강화정책과 연계해서 국내투자와 소비를 확대하려는 그들 나름대로 절묘한 정책을 고안한 셈이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일본 정부는 2014년 7월 1일 패전 69년만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즉,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아베는 최근 G2국으로 부상해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속셈을 읽고 일본 재무장을 위해 도박을 해볼 셈이다. 무엇보다 아베 정부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한 채 대외적으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일본의 과거 잘못된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적 삶의 풍요로 느슨해진 일본 국민을 흔들어 깨워 일본 혼(魂)을 재충전시키고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내수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인근 국가와 긴장감, 전쟁위험을 고취시키면서 군비 강화 등 재정지출확대정책을 쓰는 것이 적극적인 효과(radical effects)를 기할 수 있는 방책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아베신조의 국제정치적 계산은 분명하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일본의 재무장 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 왔다. 중국은 예외로 하고 한미일 동맹관계 차원에서 볼 때 한국이 일본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반발로 동맹국 간에 금이 생길 것을 다소 우려는 하면서도 일본의 재무장을 반대하지 못하리라는 계산을 일본은 하고 있다. 앞으로 동아시아와 태평양지역에서 위협이 될 중국의 세력 확장과 영향력 확대를 미국은 일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없는 처지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보다 일본의 전략적 협조가 더 중요하다.

한국 역시 남북 군사 대결에서 한미방위조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제1의 태평양 방위동맹국인 일본을 배척하고 완전히 중국편에 서지 못한다는 계산을 일본은 읽고 있다. 동시에 한중(韓中) 관계의 밀착화를 막기 위해 조일(朝日)관계 개선 제스처를 지렛대로 활용할 속셈이다.

7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서울 정상회담을 몹시 불편하게 본 일본이 느닷없이 일본의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각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일본 정부가 9월경 아베 총리의 방북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아베 총리가 방북해 과거 평양으로 납치됐거나 자진 입북했던 소수의 일본(조총련계 포함) 여성들을 일본으로 데려오는 협상에 성공한다면 아베 총리는 알바트로스(albatross. 信天翁)처럼 힘차게 일본열도를 휩쓸며 당분간 비상할 것이고 북한은 먹을거리를 상당히 챙기게 될 것이다.

남북한 통일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 자국들의 이해관계와 상호 견제와 대립관계를 버리지 못하는 한 대단히 어려운 퍼즐로 남게 될 전망이다.

바른 인식 가진 일본인 많아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도 우호적일 때와 경쟁적일 때, 그리고 친화적일 때와 적대적일 때로 변하게 마련이다. 국가 차원의 문제 앞에서 모든 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그러나 민간인들 사이에서는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서 각자의 사적 세계관과 생의 철학, 윤리, 도덕 등을 바탕으로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지금 한일관계가 국가적 차원에서는 일제시대의 만행, 독도문제를 둘러싼 엇갈린 주장 등으로 아베 정권과 우리 정부 간에 해방후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지만 일본에도 우리 국민에게 우호적이고 바른 의식과 양식을 가진 개인들이 많다. 우리 국민도 일본 정부의 현 행위를 보고 일본 국민 전체를 싸잡아 적대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가 갖는 역사관과 개개인이 갖는 역사관을 차별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북한 권력자들의 만행이 밉다고 북한 동포를 다 싸잡아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와 같다. 아베가 의도적으로 행하고 있는 우리를 향한 도발적 발언이나 정책의 잘못은 반드시 국내외의 양심과 지성이 밝혀내게 될 것이다.

남북한 통일 해법을 위해, 그리고 통일이 되기까지의 한반도 안보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의 경제협력을 위해, 한중관계와 한미일관계에서 어느 쪽도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우리나라의 처신은 신중하면서도 비편차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모두에게 우호적으로 임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이 중국, 미국, 일본 등 관계국간의 국제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면에서 화해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평화로운 관계를 세우는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쉽게 풀 수 있는 한일2차방정식이나 한중2차방정식의 해(解)가 어느 하나라도 잘 안 풀리면, 통일 문제가 담긴 고차방정식의 해(解)는 영원히 풀기가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명심하자.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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