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에 빚진 자’
‘숨바에 빚진 자’
  • 미래한국
  • 승인 2014.08.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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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여행기] 인도네시아 숨바 섬에서 보낸 5일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도네시아 숨바 섬 와잉아푸 지역으로 의료선교를 떠났다. 어느덧 3년째. 이제 내 안에선 ‘휴가’라는 말이 ‘의료선교’라는 말과 겹쳐 지나간다. 그렇다. 나는 인도네시아 숨바 섬을 벌써 세 번째 밟았다.

혹 어떤 이들은 왜 계속 같은 곳으로만 가냐고, 지겹지도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내게는 ‘같은 곳’이 아니다. 그 땅을 밟는 바로 그 순간! 오늘 처음 그 땅을 밟은 것 마냥 늘 설렌다. 물도 없고 전기도 없고 고생만 하는데 그곳이 왜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좋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우리에게 주신 것처럼 내겐 숨바가 그런 존재다.

숨바의 ‘세 가지 기쁨’

첫 번째, 하나님을 알아가는 기쁨.사랑스러운 숨바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지만 올해엔 특히나 세 가지의 기쁨을 누렸다.

사실 이번 숨바 의료선교를 처음부터 갈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리부터 준비하지 못한 부족한 재정이 문제가 됐다. 참가비 납부 마지막 날까지 마음이 어려웠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연약하고 부족한 내가 그 숨바에 가길 원하셨던 것 같다. 마지막 날 기적적으로 정확히 딱 맞는 금액으로 채워지게 되었고 이렇게 나는 하나님께 빚지고 길을 떠났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때에 놀랍도록 채우시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보내신다는 말을 깨닫게 되면서 하나님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게 되었다. 찬양 중에 “나를 향한 주의 사랑 산과 바다에 넘치니…”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그 가사처럼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정말 넘치고 넘치는 것을 느끼고 나니 감사함과 기쁨이 내게도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기쁨.

이번 선교에서는 귀중한 체험이 한 가지 있었다. 그렇게 사모하고 사랑하는 숨바 중에서도 단 한 번도 외국인이 그 마을에 들어간 적이 없는, 산속에서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만날 수 있었던 갈보리교회를 이번에 처음 가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를 위한 환영 인사와 그토록 우리를 기다리던 그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내 눈엔 눈물이 고였다. 우리를 기다리며 몇 달 전부터 탁자를 만들고, 화장실을 짓고, 천막을 치고,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맨발로 걸어 물을 길어다 놓으셨던 갈보리교회 사람들…. 그들은 밤이 되면 추위에 떨면서도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 했다. 그들은 우리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기뻐하는 것 같았다.

의료 사역이 끝나고 30분쯤 언덕에 앉아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데 정말 하나님이 지으신 이 아름다운 세계, 그 아름다운 자연, 하나님께서 날 위해 만드시고 준비하신 이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된 사역과 힘들었던 나의 모든 상황들이 잊히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난 밤에는 다 함께 언덕 위로 올라가 그 누구도 밟지 않은 풀을 헤쳐가면서 별을 보러 갔다. 서울에서, 아니 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은하수와 수없이 쏟아지던 그 별똥별들…. 어두울수록 더욱 환하게 빛나는 별들을 보니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네 자손을 하늘의 별과 같이 번성케 하며’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하나님의 약속은 바로 이 하늘과 함께 내려진 것이었을 것 같았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내게도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을 약속해주시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고, 하나님의 사랑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또 다시 나는 빚지고 말았구나’

세 번째,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기쁨.

이번 의료 사역에서 나는 약국팀 접수를 맡게 되었다. 현지인들이 진료를 받고 나서 약국에 와서 처방전을 내면 약을 조제해서 전달하게 된다. 거기서 접수를 맡아 처방전에 있는 이름을 약 봉투에 쓰고, 약 봉투번호와 번호 명찰이 일치하도록 한 사람씩 번호표를 목에 걸어주는 게 내 역할이었다.

현지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역할을 맡은 덕분에 현지인 한 사람 한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만들어졌다.

“할로 아빠까바르!” (안녕하세요!)
“뚱굴 딜루와르.” (밖에서 기다리세요.)

그곳에서 일하면서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비록 그들이 크리스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으로 보이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조금 더 웃으면서 예수님 닮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다. 비록 할 수 있는 건 웃으면서 인사하는 것밖에 없었지만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내 마음이 숨바에 전해졌을까. 숨바 분들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해주고 고마워하며 안아줬을 때는 정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또 다시 나는 이들에게 빚지고 말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작고 연약한 나를 하나님께서는 이토록 사랑하셔서 숨바 땅으로 보내셨지만, 사랑을 보이기 위해 갔던 그곳에서 나는 더욱 빚진 자의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숨바 선교를 준비하면서 내가 붙든 말씀은 사무엘하 7장 21절 말씀이었다. 
“주의 말씀을 인하여 주의 뜻대로 이 모든 큰일을 행하사 주의 종에게 알게 하셨나이다.” 

말씀 그대로였다. 나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다시금 알게 되었고, 그 사랑에 빚진 자임을 깨달았다.


김민지 기자 futureko@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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