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싸움은 국민들의 몫이다
이제 싸움은 국민들의 몫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8.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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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케이 대표

이석기 사건 2심 재판 결과에 대한 희비가 엇갈린다. 내란음모와 RO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흡한 결론’이라는 의견이 대두된 가운데 통합진보당 측은 “내란선동도 무죄”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매우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는 이석기 사건이 대두됐을 초기부터 “내란죄를 성립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다”라고 얘기해 왔다. 흐름이 어떻든 본질과 실체가 바뀌는 것은 없고 국민들이 이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재판 결과 역시 유동적일 거라고 봤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른바 ‘지하조직 사건’을 밝혀내고 기소하고 응당한 판결까지 얻어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하조직 사건에서 검찰 측이 충분히 승소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엄격한 ‘증거주의’에 따라 이른바 공안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증거에 입각한 판결을 하는 것 또한 민주화의 산물이다. 소위 ‘잡으려는 사람’이 확실한 증거를 대지 못하면 아무리 심증이 가도 재판부는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내 지하조직은 철저한 보안수칙에 따라 활동하기 때문에 그 수칙을 엄격히 지킨다고 했을 때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고사하고 존재를 밝혀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규명 쉽지 않은 공안사건

지난 역사 동안 밝혀진 조직사건도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당시 광범위하게 활동했던 주사파 활동의 현황을 보면 결국 공안기관에 의해 드러나지 않은 채 지나쳐버린 지하조직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사실 이번에도 내부 제보자가 아니었다면 이 조직을 밝혀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니 알았더라도 드러내고 기소하고 판결까지 받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내부적으로 갈등하는 구성원이 결단을 하고 협조를 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사건이 드러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많은 증거들은 이석기 조직의 ‘보안사고’에 의한 바 크다.

이번 재판 결과가 다소 실망스럽다고 하여 국민들이 흔들릴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매우 심각한 체제부정 세력이 존재하고 있고 이 세력이 매우 강력한 조직적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특수하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은 그저 한 단면을 봤을 뿐이다.

통진당 해산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재판이 모종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이번 재판을 논외로 하더라도 통진당 해산 건은 애당초 쉬운 게 아니었다.

재판부가 이 사안에 대해 법리적으로 엄격한 접근을 하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할 수는 없다. 주사파 세력이 스스로를 매우 잘 엄폐하며 활동해 왔다는 것을 재판부가 얼마나 고려할지가 관건일 따름이다.

한국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사파는 어떻게든 자신의 실체를 잘 숨기면서 활동을 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을 중심으로 한 자주민주 통일과제를 더욱 대담하게, 전면화해 나가고 심지어 합법공간에까지 적극 진출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사파는 혁명의 완숙기나 결정적 시기가 아니라면 철저히 자신의 본 모습을 수면 아래 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빌미가 될 것은 최대한 완곡하게 우회하면서 최소한의 것을 점진적으로 취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들’의 세 가지 전략

우리 사회는 민주화되었고, ‘그들’에 대해서도 일반 선진국 수준에서 되도록 포용하고 인정하며 우리 사회 한 부분으로 용인하고자 한다. 한편으론 안일한 대처일 수 있지만 사회의 더 큰 건강성을 믿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반체제 세력을 가려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있다.

최근 나는 통진당 해산과 관련, 직접 헌법재판소 정당해산 심판 11차 변론의 증인으로 나가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더욱 더 이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반대 측 신문을 살펴보면 결국 통진당 측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첫째,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편협한 사람들에 의해 몰아세워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거대한 역사 속 진보 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자신들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것을 호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셋째, 통진당 안에서 종북 문제는 서로 다른 정파 간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한다.

특히 세 번째 전략은 통진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통진당 측은 노회찬을 필두로 권영길 前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레프트21 편집장, 한겨레신문 기자 같은 사람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은 PD(민중민주)계열이거나 적어도 NL(민족해방) 주사파 계열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지만 진보 정당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잘 협력해 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노회찬만 하더라도 자신이 당을 깨고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종북 논쟁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증인으로 나와서는 “당시 본질은 종북 문제가 아니었다”는 식의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 당내 종북 문제는 없다는 식의 변호를 하는 것이다. 통진당 측의 이런 전략은 나름 최선이면서 지혜로운(?) 전략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인정할 여지가 점점 커지는 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들이 경각심을 확실히 갖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종북 문제는 북한의 독재정권이 붕괴하기 전까지는 결코 궁극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나는 누차 강조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붕괴 역시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나마 고대하는 게 한 가지 있긴 하다. 종북세력이 조금이나마 그 ‘혁명적 양심’을 회복하고 스스로 생각을 바꿔먹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북녘의 동포들에게 무어라 답할 셈인가?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고 억압한 독재정권을 따르고 옹호한 사람들입니까?”라고 동포들이 물어올 때 말이다.


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케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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