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욕쟁이 씨'들
'막돼먹은 욕쟁이 씨'들
  • 미래한국
  • 승인 2014.09.0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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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오가 야당의 진짜 당수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돌고 있다. 이건 무얼 말하는가? 세상이 완전히 콩가루 집안이 됐다는 뜻이다. 극단적인 권위주의, 극단적인 엘리트 독재라는 게 물론 있을 수 있다. 반면에 극단적인 무정부주의, 극단적인 수평(水平)주의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이 둘은 다 이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

1987년까지 한국은 권위주의 시대였다. 군부, 관료, 대기업의 3자가 엘리트 권위주의를 하면서 산업화를 성공시킨 시대였다. 이런 체제가 너무 오래 가고 너무 숨 막힌다 싶으니까 아카데미아(대학), 일반 지식인, 제도권 안의 야당, 제도권 밖의 재야세력 등이 민주화 운동을 일으켰다. 그래서 1987년 6월의 민주화가 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한 번 민주화의 봇물이 터지니까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 같은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민주화가 무정부주의, 규범(規範) 무시, 공권력 무시, 민중 직접행동, 직접민주주의, 콤뮨(commune)주의, 윤리적 금기(禁忌) 무시, 전문성(expertise) 무시, 극단적 평등주의인 것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게 오도(誤導)된 민주주의 또는 일탈민주주의다.

일탈민주주의가 수반하는 속성들 중 하나는 천민주의다. '막가파 식' '깡패 식' '깽판' '욕쟁이 식' '무지막지' '걸레 짓'이 바로 그것이다. 청와대 앞에서 "이런 x같은 놈들이 충성하니까 저 안에 있는 x도…"라고 욕질 한 게 그 한 가지 사레다. 이런 막 가는 개인과 집단들이 나타나 "배운 x, 교양 있는 x만 해 먹기냐, 우리도 해 먹자"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게 바로 오르테가 이 가제트(Ortega Y Gasset)가 말한 대중의 반란(The Revolt of the Mass)'이었다.

그 반란의 세(勢)가 두려워 엘리트층이 꼬리를 내리면 그게 바로 '홍위병 문화혁명'이다. 지금의 한국정치가 그쯤에 와있다. 그리고 그 여울에 깊이 빠져, 갇혀 있다. 새누리당이라는 것들은 이 홍위병 폭력에 완전히 노이로제가 되다시피 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사건건 포퓰리즘으로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한다면 새민련 온건합리파인 황주홍 의원, 그리고 그와 함께 거리투쟁 반대 연판장에 서명한 다른 12~13명의 의원들의 커밍아웃은 오랜만에 보는 흔치 않은 용기였다. 이런 게 바로 천민적 일탈민주주의의 폭력에 대해 '노(No)'라고 말하는 양식 있는 엘리트의 꼿꼿한 기개요 서릿발이다.

좌, 우를 말하고 보수 진보를 말하지만 또 하나의 분계선이 양식(良識)과 교양이냐, 막가파 폭력이냐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전자(前者)가 이기지 못하면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결코 초대받을 수 없다. 지금은 후자(後者)가 훨씬 우세하다. 전자가 이기려면 양식(良識)의 세력도 전사(戰士)가 돼야 한다. 문약(文弱)에 빠지면 안 된다. '막돼먹은 욕쟁이 씨'들에 대한 투쟁, 이게 한국정치의 현재적 주제가 돼야 한다.

류근일

2014년 8월30일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cafe.daum.net/aestheticismclub/4ySw/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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