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양대창 드셨습니까?
어젯밤 양대창 드셨습니까?
  • 미래한국
  • 승인 2014.09.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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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편집위원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전 한국보건의료원 국가시험원 이사장

언제부터인가 양·대창 전문점이 고급 음식점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양·대창을 즐기면서도 정작 양·대창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과 대창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풀을 먹는 소는 섬유질의 완벽한 소화를 위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이며 이를 위해 4개의 위를 갖고 있다. 생김새에 따라 첫째 위를 혹위, 둘째 위를 벌집위, 셋째 위를 겹주름위,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위를 주름위라고 부르는데 이중 첫째 위인 혹위를 ‘양’이라고 부른다. 즉 양대창 중 ‘양’은 소의 첫 번째 위를 뜻하는 것이다. 마지막 위인 주름위의 다른 이름은 막창이고 곱창은 소의 소장을, 그리고 대창은 소의 대장을 뜻한다. 따라서 양과 대창은 각각 소의 첫 번째 위와 대장을 뜻하는 것이다.

양(혹위)은 운동량이 많은 근육으로 돼 있어 기름이 없으며 담백하고 쫄깃하다. 그러나 양만 먹으면 지방질이 적기 때문에 텁텁할 수 있어 사람들은 대창을 함께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기름진 대창은 고소할 뿐 아니라 양이 주는 텁텁함을 매끄럽게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대창의 특유한 고소함 때문에 대창만을 즐겨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대창에 위험한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창을 들여다보자. 뭐가 이상한 물질이 곧 눈에 띈다. 대창 속이 물컹한 뭔가로 꽉 차 있는 것이다. 식당 직원에게 물어보면 흔히 “그건 곱이에요”라고 답한다.

 

대창 안에 낀 ‘곱’의 비밀

‘곱’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첫째 ‘부스럼이나 헌데에 끼는 고름 모양의 물질’이라고 나온다. 이건 아니다. 둘째 뜻은 ‘이질에 걸린 사람의 똥에 섞여 나오는, 희거나 피가 섞여 불그레한 점액’이라고 나온다. 이것도 아니다. 세 번째는 ‘눈곱’인데 이것도 분명 아니다.
네 번째 뜻은 ‘지방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이라고 나온다. 이것이다. 곱은 곧 ‘지방’인 것이다. 그러나 식당의 직원들은 지방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곱’이라고 말할 뿐이다. 대장의 속은 원래 비어 있다. 그렇다면 대창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지방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간단하다. 대장의 바깥을 둘러싸고 있는 내장 지방을 대장 속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대장은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다. 내장 지방에 해당하는 이 지방들은 충격이 발생할 시에 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창이 식탁에 올라오기 전에 ‘업자’들은 대창을 둘러싼 지방을 제거하지 않고 오히려 지방을 듬뿍 담아 대창을 준비한다. 그리고 긴 막대를 이용해 대창의 겉과 속을 뒤집는다. 대창의 바깥에 붙어 있던 지방들이 고스란히 대창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창을 뒤집으면 대창의 속은 지방으로 가득 찬 반면 겉모습은 매끈하게 보인다. 대창의 속을 이렇게 지방으로 가득 채우는 이유는 대창을 구울 때 지방이 고소한 맛을 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동물성 포화지방은 입에서는 고소한 맛을 내지만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관상동맥협착질환과 뇌졸중 등 각종 혈관 질환의 주원인이 돼 생명을 위협하는 독소로 작용한다.

만일 양/대창 전문식당에서 대창을 뒤집지 않은 상태에서, 그러니까 많은 내장 지방이 대창의 바깥에 덕지덕지 붙은 상태 그대로 손님 앞에 내어놓는다면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가장 먼저 끔찍한 지방의 모습과 양에 놀랄 것이다. 대창의 겉과 속을 뒤집지 않는다면 있는 그대로의 대창을 기꺼이 선택하는 이들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업자들은 알지만 소비자는 모르는 것

혹자는 담배가 그렇듯이 몸에 나빠도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창은 문제가 다르다. 맛있지만 몸에 나쁜 지방을 대창 속으로 감추고 손님들 앞에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창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심장병과 뇌졸중의 원인이 되는 지방이라는 사실을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까? 대창을 뒤집는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면 이것을 사기행위로 봐서 안 될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가 알고도 선택을 한다면 그건 소비자 자신의 책임이다. 그러나 적어도 곱의 정체를 모르면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몸에 나쁜 것을 사먹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노환규 편집위원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전 한국보건의료원 국가시험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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