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중도로 가겠다”
“새누리당은 중도로 가겠다”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9.0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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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세월’은 멈춰버린 듯하다. 7·30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멘붕’ 상태에 빠진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갔고 국회가 중단되면서 각종 민생 법안들이 표류 중이다. 일부 세력은 이를 대정부, 반국가 투쟁의 호기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멈춰버린 ‘정치 시계’는 새누리당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의 구호로 내걸고 있는 ‘변화와 혁신’을 조용히 추진하며 여당으로서 국가의 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이에 본지는 새누리당의 정책을 이끌어가고 있는 정책위 의장 주호영 의원을 만나 당의 전략과 그가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판사 출신의 3선 주호영 의원은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소장과 초대 특임장관 등을 역임했다.

- 변화와 혁신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구호가 아닌 진정한 변화는 선거 이후인 이제부터라고 생각되는데 정책위의장으로서 생각하시는 새누리당의 변화의 방향과 비전이 무엇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새누리당의 혁신은 김무성 당 대표의 생각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혁신의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보면, 의정활동과 국회의원 개인의 생활행태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정활동과 관계해서는 비생산적이고 끊임없는 대결 구도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 협조도 있어야 합니다. 여야 모두 이런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국회의원 개인의 행태에 관한 것이 있는데 정치인들이 먼저 특권을 내려놓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말했던 것처럼 “국민이 보기에 눈꼴사나운 짓을 하지 말자”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겠지요.

- 언급하신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해결 방안이 있겠습니까.

제가 국회선진화법개정TF 팀장도 맡고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에서 아쉬운 것은 국회선진화법을 만들 때 선진화법만이라도 기존 헌법 원리에 맞는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이상으로 의결하는 것을 남겨뒀어야 해요. 그래야 국회선진화법이 남용되더라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선진화법 내용이 담긴 국회법 자체도 선진화법을 적용받게 돼 있기 때문에 2/3 이상의 찬성 없이는 개정이 안 되도록 돼 있습니다. 이런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국회선진화법이 위헌이라고 봅니다.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극히 예외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가중다수결을 허용한다는 취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에는 안건에 따라 재적의원 3/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경우와 재적의원 2/3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이런 부분들은 헌법 제49조를 비롯해 여러 헌법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 최우선 정책은 안전과 경제”

- 정책위 의장으로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에 관심을 두고 계시고,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계신지요.

현재 새누리당의 최우선 정책 방향은 ‘안전’과 ‘경제 활성화’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화두는 안전입니다. 당분간은 국가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일에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컨트롤타워에 관한 정부조직법, 각종 안전 관련 법률들을 정리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식이위천(食以爲天)이라는 말이 있지요. 서민경제의 안정과 경제 활성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책중심의 국회로 바꿔나가기 위한 제도적 측면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치를 할 때에는 정책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바른 정책을 놓고, 그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조정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무죠. 그런데 지금은 정책적인 측면이 많이 간과되고 있어요. 정책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실현되는 것이 법률과 예산인데 그 과정을 대개 소홀히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위헌법률 판결이 1년에 20건 이상 되기도 합니다. 이는 성문헌법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참 희귀한 사례죠.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가 부실하다는 소린데, 우리는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어요.

 

- 김무성 대표 체제가 본격 출범했는데 많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 대표님의 리더십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지금까지 당청관계,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지 않았습니까. 김무성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다수로 선출된 것은 당원들의 ‘정치의 복원’에 대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무성 대표는 예전에 민주화 운동을 할 때부터 소위 상도동계로서 정치가 살아 있을 때 정치를 배운 사람이에요. 그런 점에 있어서 당원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고, 저 역시 그러합니다.

- 새누리당이 지향해야 할 이념적 정체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이를테면 전략적으로 중도층 껴안기가 우선일지 아니면 보수정당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게 중요할지요. 김무성 대표는 최근 관훈토론회에서 “극우의 비판이 있겠지만 당의 정체성을 중도로 옮기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김무성 대표의 그러한 발언에 동의합니다. 이념을 따지면 ‘극우’ ‘중도’ ‘극좌’가 있겠지요. 저는 중도라는 표현을 이념적인 표현으로서 중도가 아니라 ‘다수 국민들’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굳이 말하려면 중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이념적 좌표가 극우였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158명의 국회의원들 중에는 소위 말하는 극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의 매스컴 노출도가 높아서 국민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이념 스펙트럼은 중도에 있다고 봅니다.

- 보수진영의 새누리당 비판 가운데는 ‘전투력 부재의 웰빙 정당’ 이미지가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전투력 부재’라는 표현보다는 ‘치열함 부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를 다하는 데 적극적이고 열성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맞습니다. 그것은 국회의원 개인이 치열함이 없는 이유도 있고 국회선진화법이나 야당의 ‘극한투쟁’ 때문에 힘든 문제도 있습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에는 ‘전투력’이 나와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투력으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치열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의원 충원과정에서 기인했다고 보는데 저는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김무성 대표 발언에 동의 … 中道로 갈 것”

- 여의도연구소(원) 소장을 역임하셨는데 새누리당의 방향성과 장기적 미래를 위해 여의도연구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원장의 인선이 미뤄지고 있는데 어떤 기준을 갖고 계신지요.

여의도연구원은 원장의 리더십 확보에 문제가 있어요. 현직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연구원장직을 겸직하면서 1년 정도 짧은 임기로 자주 바뀌기 때문이죠. 그래서 3~4년 정도 기간을 책임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리고 현역 의원들이 원장직을 겸하는 것에도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정당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대만의 국민당 정책연구소의 경우를 보면 국민당 집권기에 정책 연구소를 잘 만들어 놓았는데 연구소 대표가 3~4년 정도 임기의 전직 각료 출신이에요. 연구원들 또한 전직 각료나 의원 출신들이죠. 일선 현장에서 정책업무를 맡았던 사람들이 하니까 정책의 현실적합성이 높아요. 그런데 우리는 연구원들이 학자형 연구원들이니까 정책의 시의성, 현장적응도 등에서 아쉬움이 있어요.

-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결국 정권 재창출 여부에도 달려 있다고 보는데, 박원순 시장을 뛰어넘을 만한 여권 내 주자가 안보입니다.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요.

정부의 성공이 곧 국가의 성공이기에 중요한 것이지만 대통령의 성패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정권 재창출과 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권 재창출을 하지 못하면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자체가 평가절하되는 문제가 생기니까요. 야권의 대권 주자와 맞설 수 있는 경륜과 무게를 갖춘 우리 당의 지도자를 기르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노력이 소홀한 것이 아쉬워요. 당내에서도 두터운 후보군을 가지고 노력해서 후보를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세월호 문제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 당 지도부로서 세월호 정국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세월호 유가족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누리당이 양보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데 사실무근입니다. 여당은 세월호 문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특별법을 볼모로 잡아 모든 민생법안 처리를 계속 미루고 있어요. 새누리당은 민생법안들 처리가 급하고 절박한 마음에 많이 양보했던 것인데, 여야합의안이 세월호 가족대책위에게 거부당했습니다.

이미 언론에 다수 보도된 바와 같이 여야 합의안의 특검 추천방식은 상설특검법에 따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과 국회 추천 위원 4명(여야 각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되는 특검추천위가 2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선택하는 구조에요. 여당 몫 2명에 대해서는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고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특검추천위를 통하지 않고 야당이나 유족 측이 직접 특검후보를 추천해야 한다는 거예요.

“세월호 유족 중 정치적 의도 가진 이들 있어”

-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에서 애초부터 요구한 게 수사권과 기소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상설 특검은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상설특검은 결국 대통령이 임명해 성역 없는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세월호특별법 여야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유족들은 계속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하면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여당, 청와대, 국정원, 여러 언론기관을 다 자신들이 수사하겠다고 하죠. 이것이야말로 이미 정치적 계산이 들어가 있는 거죠.

- 현재의 세월호특별법으로 충분하다고 보시는 것인지요.

진실을 밝히는 데는 세월호특별법 여야합의안에 부족함이 없다고 봅니다.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대검에 의뢰해 한 달 안에 수사 결과를 통보받도록 돼 있고, 그래도 미진하다고 생각되면 특검을 두 차례나 하게 돼 있습니다. 이 진상조사위원회가 1년 6개월 흘러가면 다음 총선이 됩니다.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을 넘는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형사사법체계를 깨뜨리는 것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군 의문사 진상조사 위원회’라는 것이 있어요.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것이죠. 이것 역시 사망사고를 당한 병사 부모들이 요구해서 만든 위원회인데도 부모들 추천 인사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형사사법의 대원칙인 ‘자력구제금지’ 원칙 때문이죠. 크게 양보해서 진상조사 정도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특검이라는 강력한 공권력 행사이자 수사의 수단에는 공정한 사람이 들어가야 됩니다. 이번에 허용되면 앞으로도 피해자가 특검에 들어가는 문을 열어놓는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습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을 실제로 만나본 느낌이 어떠신가요. 유가족 대표들의 대표성에 대한 의구심도 있고 유족들 가운데 정치꾼, ‘선수’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유가족 대표자들 중에도 정의당 당원 활동을 했던 사람도 있고 이미 대통령이나 정권에 대해서 적대감을 표시했던 편향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족들을 돕겠다고 나섰던 사람들 중에서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세력, 이른바 선수들도 있다고 솔직히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 야당의 모습을 보면 세월호 사건에 총력을 다해 투쟁하고 있고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야당의 행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야당의 지도력이 괴멸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당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의원님은 불심이 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근래 종교계를 보면 불교계나 천주교계에서 좌편향된 발언들이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말하지 않는 다수’와 ‘말하는 소수’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투력이 없다는 말과도 통하겠네요. 일부에서 급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니까 크게 보이는 것뿐이지 전체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종교인들을 만나면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같이 목소리를 내줘야 여론의 균형이 성립된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한은희 기자 snail_no1@futurekorea.co.kr
사진/이재현 객원기자 lgrlgh@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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