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5천명 파병한 혈맹국 콜롬비아
6·25때 5천명 파병한 혈맹국 콜롬비아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9.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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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또 사울 삐니야 주한 콜롬비아 대사 인터뷰

콜롬비아가 1950년 6·25전쟁에 대한민국을 위해 참전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규모가 작았던 것도 아니다. 1951년 콜롬비아는 5200명의 군인을 파견했고 약 160명의 군인이 전사했다. 부상자는 500명이다. 그때부터 콜롬비아는 한국이라는 국가를 매우 친근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콜롬비아는 아시아에서 오직 한국하고만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상태다. 50년 이상 지속된 외교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 나라는 여전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한강의 기적’과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띠또 사울 삐니야(Tito Saul Pinilla) 주한 콜롬비아 대사에게 이 ‘형제의 나라’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자세히 물어봤다.

 

- 라틴아메리카 여러 국가 중 한국에 병력을 보낸 국가는 콜롬비아뿐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인가요?

그 당시 UN이 한국전쟁에 참여해 줄 나라를 찾고 있었고 콜롬비아는 이미 한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입장에서 한국은 정말로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였지만 정부는 대한민국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새로운 세대는 이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리 세대 사람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더 많은 한국인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죄송스러울 정도로 감동적인 이야기인데요. 규모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5200명이 파병됐죠. 우리는 유엔과 미국의 지휘 아래 있었습니다. 콜롬비아 군대는 북한과 중국군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160명이 전사했습니다. 사실 겨울은 콜롬비아 사람들에게 너무 큰 고난이었습니다. 콜롬비아는 눈이 안오는 매우 더운 나라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 남았고 계속해서 한국군을 도와 싸웠습니다.

언어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콜롬비아군은 당연히 한국말을 하지 못했고 몇몇은 영어를 썼지만 정확한 소통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이 싸워나갔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그렇게 자유를 지키는 국방(國防)을 매개로 수립된 양국 관계는 2013년말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드디어 경제적인 지평으로까지 확장됐습니다.

160명 전사, 500명 부상의 값진 희생

- 지금도 콜롬비아에 많은 참전용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몇 주 전 인천에서 콜롬비아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억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특히 2명을 그날 기억했습니다. 첫 번째는 발렌시아 장군입니다. 그는 한 달 전에 돌아가셨고 한국의 첫 번째 지휘관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는 매우 뛰어난 지휘관으로 활동했습니다.

두 번째는 가브리아 마르케스라는 노벨상 수상작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4개월 전에 돌아가셨고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하나였습니다. 그 분들을 비롯한 많은 참전용사들이 그 날 다시 한 번 저희 기억 속에 들어왔습니다.

- 콜롬비아는 다양성으로 아주 잘 알려진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콜롬비아는 다민족, 다문화, 다생물 국가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 세기 전, 콜롬비아는 원주민이 살던 땅이었습니다. 콜럼버스에 의해서 라틴아메리카가 발견됐고 그때부터 스페인 사람들이 이주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후 스페인 사람과 원주민이 섞여 살게 됐고 메스티소라는 혼혈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메스티소입니다. 저의 할머니는 원주민이었고, 할아버지는 스페인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들도 라틴아메리카에 일을 하러 왔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금과 같은 광물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때부터 흑인들도 우리 국가의 국민이 됐죠. 이렇게 콜롬비아는 다민족국가입니다. 지역 또한 매우 다양하고 음식과 패션 역시 가지각색입니다.

 

- 요즘 한국도 ‘다문화’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다민족, 다문화적인 측면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콜롬비아에 인종간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교육의 권리가 있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부족도 많고 흑인도 있지만 인종간의 갈등은 전혀 없습니다.

- 콜롬비아는 석유 생산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한국 기업이 석유 생산에 참여하고 있나요?

석유를 매개로 한 무역이 양국 간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한국이 석유 생산을 위해 투자하기를 원합니다. FTA를 맺은 후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더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콜롬비아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대, 포스코, SK 같은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기를 기대합니다.

또 한 가지 희망은 한국에 좀 더 많은 수출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콜롬비아의 농산물이 한국으로 더 수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 농산물 중에는 커피, 꽃, 과일 등이 있습니다. 특히 과일은 한국인들 입맛에 굉장히 잘 맞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콜롬비아의 과일은 몸에 좋고 맛도 좋으니 꼭 한 번 들어보세요. (웃음) 우추바라는 과일은 오직 열대지역에서만 자라는 과일입니다. 육류와 화장품 또한 수출 희망 품목입니다.

무역 불균형 해소·농산물 수출 증대 희망

- 콜롬비아와 한국의 현재 무역 규모는 어떤가요?

불균형이 조금 심한 상황입니다. 한국은 콜롬비아에 20억달러를 수출하지만 우리는 2억5000만달러 정도 수출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균형을 맞추고 싶습니다.

- 여행 산업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한국 여행객들 입장에서 콜롬비아의 어떤 점이 매력적일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안전을 걱정하는데요. 저는 일단 콜롬비아가 안전 측면을 많이 발전시켜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두 가지 이유로 더 많은 한국인들이 콜롬비아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콜롬비아에는 좋은 대학들이 매우 높은 수준의 스페인어를 가르칩니다. 콜롬비아의 스페인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는 더 많은 학생들이 콜롬비아에서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가 여행입니다. 콜롬비아에는 다양한 지역이 존재합니다. 여행객들은 태평양과 대서양의 해안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자연 풍광 뿐 아니라 콜롬비아 사람들 또한 여행객들에게 호의적입니다. 첫날 해안의 매력을 즐긴 여행객들은 다음날에는 멋지고 높은 산에 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콜롬비아의 정글을 방문할 수도 있죠. 콜롬비아를 방문한 여행객들은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모든 한국 사람들에게 콜롬비아가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 과거에 콜롬비아는 코카인 생산지로 유명했습니다. 지금은 코카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아직 코카인 문제에는 대응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코카인은 더 이상 콜롬비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코카인은 전 세계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인류 공통의 문제가 됐습니다. 우리는 10년 이상을 매일매일 코카인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 많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코카인 생산자들이 콜롬비아에서 다른 나라로 지역을 옮기고 있습니다. 물론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 대사님 개인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 오신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에서의 삶은 만족스러우신지요?

현재까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저는 콜롬비아 공군에서 40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조종사이자 공군 대장으로 복무했죠. 작년 9월 은퇴한 후 한국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은퇴 전 한국 공군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올 기회가 있었는데요. 7일 동안 진행된 에어쇼를 보러 가족과 왔었고 그때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갔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다시 한국에 왔지만 좋은 주거 환경, 상승된 지위 등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음식이 대체로 좋지만 너무 매운 음식은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김밥, 비빔밥, 불고기 등입니다. 아, 또 한 가지 생각났는데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만 너무 어렵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제 딸도 한국에서 대학에 다니는데 대단히 만족해 합니다.

“콜롬비아는 안전한 나라”

- 한국에서 대사님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FTA의 시행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더 많은 사업을 한국과 해 나가고 더 많은 경제적 교류를 하고 싶습니다. 둘째는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 교육분야의 협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문화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책, 영상, 영화, 춤, 음악 등을 통해서 접점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방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국은 많은 군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한국의 최첨단 무기들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진해에서 군함을 인수했습니다. 그 군함의 이름은 ‘안녕’이었고 새 것처럼 보였습니다.

- 콜롬비아는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데 둘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그것은 제 관할이 아닙니다. 북한과의 교류는 중국에 있는 대사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 한국 내의 콜롬비아 커뮤니티는 어느 정도 규모로 존재하고 있나요?

대략 200개 정도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학생들이거나 중상(中上) 수준의 노동자들입니다. 학생들은 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공부하고 있죠. 제 딸도 고려대에서 공부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매우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좋은 사람들이 많고 미래가 희망적입니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통일이 될 것 같습니다. 통일된 후에도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가 될 겁니다. 저는 한국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듭니다. 심지어 교통체증도요. (웃음) 한국인들이 콜롬비아 또한 한국만큼이나 아름다운 나라임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콜롬비아는 점점 더 안전하고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콜롬비아는 정말 좋아졌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콜롬비아에 방문해 ‘형제애’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심기영 인턴기자 shimkiyoung93@gmail.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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