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순신 시리즈’ 중국 겨냥하나
CJ ‘이순신 시리즈’ 중국 겨냥하나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4.09.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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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영화사업부문에서 중국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국내 영화관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성장 가능성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CGV는 지난 3월말 매출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35.4%까지 끌어 올렸지만 영업이익률은 2010년 13.3%에서 올 1분기 8.8%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중국 전체 극장 매출은 2000년 8억5000만 위안(약 1401억 원)에서 2012년 170억6000만 위안(약 2조8134억 원)으로 20배 넘게 증가했다. 관객 수도 2000년 1억1500만명에서 2012년 4억7000만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영화 관람횟수는 0.09회에서 0.35회로 약 4배 늘었다. 한국의 1인당 영화관람 횟수 4.1회, 미국은 3.7회와 비교해 보면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문제는 CJ그룹의 입장에서 중국 영화시장의 이익구조는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우선 극장 내 부가매출률이 국내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여기에 중국은 스크린쿼터제를 실시해서 연간 34편만의 외화 상영만을 허가한다. 그러다보니 한국 영화는 1년에 1~2편밖에 상영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들이 극장을 차지한다.

CGV의 중국 사업은 올 1분기엔 3곳을 제외한 모든 지점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신규 출점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J그룹은 어떻게 중국 영화산업에서 성공해 중국 현지법인을 2017년 상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 CJ그룹의 숨은 전략은 없는 것일까. 아마도 CJ그룹이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들을 중국 CGV에 직배(直配)할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바로 이 가능성이 CJ그룹의 ‘대박’ 영화 ‘명량’에 담겨 있다.

영화 ‘명량’은 지난 달 관람객 1600만을 넘어섰다. 국내 흥행과 매출 면에서 모두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를 능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달 22일 북미에서도 누적 118만6350달러의 흥행 매출을 달성했다. CJ E&M이 북미에 직배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보유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92만3442달러를 뛰어넘는 최고의 흥행 신기록이다. CJ 측에서 내색하지 않지만 ‘명량’은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중국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영화다.

중국 매체 시나연예는 지난달 5일 ‘명량’의 인기를 소개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평하면서 “특히 최민식의 연기력은 특출나다”라고 소개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여기에는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역사 인식이 자리한다. 게다가 드라마 ‘대장금’이 가져온 공전의 히트로 중국인들은 한국의 사극에 대해 관심도 높은 상태다.

 

문화산업에 드리워진 친중(親中)의 유혹

CJ그룹이 투자하고 배급하는 ‘명량’의 중국 진출에서 장애가 되는 부분은 소재나 주제가 아닌 중국의 스크린쿼터다. CJ그룹으로서는 앞으로 추진될 한·중 FTA에서 이 문제가 전향적으로 풀려야 한다는 ‘숙원’을 갖게 하는 문제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 대답은 이미 박근태 CJ그룹 중국본사 대표가 말했던 ‘한국과 중국은 서로를 잘 알기에 서로 도울 수 있다’라는 말 속에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CJ가 중국과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면 중국 공산당은 전략적으로 CJ의 작품을 수용하는 폭을 넓힐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영화 ‘명량’은 CJ로서는 매우 중요한 실험적 교두보가 되고도 남는다. 한-중 양국 국민이 역사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면 CJ로서는 중국 CGV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문화정치’를 통한 비즈니스가 되는 셈이다. 박근태 CJ그룹 중국본사 대표가 말한 ‘중국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나라이자 한국의 미래’임을 CJ의 콘텐츠로 증명해 낼 수 있다면 CJ의 중국 사업 또한 좀 더 탄탄하고 빠른 길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바로 이 지점에서 ‘명량’을 제작했던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한산’에 이어 ‘노량’이 제작된다면 이순신의 전사(戰死)로 끝나는 ‘노량’은 당연히 이순신 3부작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이순신의 장렬한 전사는 한국 관객들에게 엄청난 정서적 자극을 주고도 남을 것이다. 문제는 역사적 노량해전이 조-명 연합수군의 전쟁이었다는 것이고 영화로 제작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지 명나라 수군 장수 진린(陳璘)이 이순신과 함께 등장하게 된다.

CJ그룹이 ‘노량’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이순신과 진린의 관계 설정은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과제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영화는 허구이므로 사실(史實)에만 구속돼야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노량’이 제작되는 시점에서 ‘명량’과 ‘한산’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문화적 사대주의의 유혹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결코 기우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 기업, 그것도 특히 문화산업 기업들의 과도한 중국시장 의존은 어떤 형태로든 친중적이거나 적어도 중국의 세계관을 강요하는 문화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생산해 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규제는 그러한 유혹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낸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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