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통일 대박’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을까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4.09.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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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인터뷰]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올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며 ‘통일은 대박’이라는 파격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통일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일에 대한 박 대통령의 남다른 관심이 담긴 통일 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계적인 통일을 준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지난 7월 15일 출범한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는 위원장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해 정식 위원만 50명에 달하며 전문위원과 자문단까지 포함하면 149명 규모가 되는 대규모 조직이다. 정부와 민간, 여당과 야당, 그리고 좌와 우를 어우르는 인사들로 인원을 구성해 다양한 시각에서 한반도 통일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통일준비를 구체화한다는 복안이다. 본지는 지난 8월 20일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문 부위원장 정종욱 前 주중대사를 만나 통준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먼저 취임 축하드립니다. 통일준비위원회의 기본 성격에 대해 궁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데요,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오래 전부터 계획한 조직입니다. 7월 15일에 공식적으로 출범했지만 사실 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힌 시점에서부터 따지면 발족이 4~5개월 연기된 셈입니다. 세월호 사고를 비롯한 국내외 정세가 복잡해 통준위를 정식으로 발족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우리 사회 담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막상 통일을 체계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준비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통일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할 시기라는 판단입니다.

통일, 선진국 문턱 넘기 위한 돌파구

- 사실 통일 얘기는 작년 11월 국회 시정 연설 중에서도 나왔습니다. 대통령은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등과 함께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4대 국정지표로 발표했지요.

맞습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대통령께서 통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통준위가 ‘갑자기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라는 방증도 될 수 있겠고요.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과거보다 작아졌다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는 세대와 좌우이념에 따라 통일에 대한 인식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통일하면 막대한 통일비용을 떠올리며 통일을 비관적인 관점에서만 보고 있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막상 통일이 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고민하셨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신년기자회견에서의 ‘통일 대박론’이죠.

통일이 절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경제적 축복이 될 수 있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물론 통일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통일 과정이 완료된 이후 하나가 된 한반도에는 새로운 경제 기회가 무한히 창출될 것입니다. 경제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대통령께서는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의 돌파구가 바로 통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적어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은 국민적인 히트를 한 것 같은데요, 이 ‘유행’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전략이 분명 필요할 것 같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이를 위해 하게 될 구체적인 업무는 무엇입니까.

통준회의 임무는 세 가지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입니다. 국민 간 활발한 토론을 통해 다양한 통일관을 하나로 녹이는 용광로 역할을 하는 것이죠. 통준위 내에는 좌와 우를 아우를 수 있는 위원들이 있습니다. 동시에 국회에서도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들이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고요. 통일준비위원회의 성격은 박근혜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여 정부의 공무원과 민간인, 그리고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함께 이념의 차이를 넘어 폭넓은 시야로 통일 문제를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통일에 대한 청사진 수립입니다. 이는 중장기적인 담론이 될 것입니다. 통준위에서 정책을 개발한 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겁니다. 통일준비에서 예상되는 정책 개발도 저희 몫이겠고요.

세 번째는 통일에 대한 국제적 여론 수렴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에 민감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 네 국가는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이기도 하죠. 그래서 국제적인 통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또한 통준위의 역할이 됩니다.

- 결국 통준위의 주된 역할은 ‘통일 공감대 형성’과 ‘구체적 통일 준비’라는 말로 요약이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여전히 좀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구체적 통일 준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건 통일에 대한 ‘미래상’을 그려보는 겁니다. 그리고 통일 방안을 마련하는 거죠. 사실 지금 통일 방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1989년 노태우 정부 초기에 ‘민족공동체방안’이라는 게 만들어졌고 김영삼 정부 들어서 이 방안이 ‘한민족공동체방안’으로 이름과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1989년에 만들어진 ‘민족공동체방안’이 현재 통준위가 갖고 있는 통일 방안의 골간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일단 이 방안을 계승하기로 했습니다만 지난 25년간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 방안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1989년은 냉전체제가 붕괴되는 시기였잖아요? 현재는 냉전 후기 시대고요.

1989년 한국과 현재 한국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북한 역시 3대 권력 승계가 진행되면서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요. 또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부상도 있었고요. 1989년 중국은 천안문 사태가 일어날 정도로 정국이 불안정했죠.

하지만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은 1989년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습니다. 당연히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른 주변정세의 역학관계 변화도 우리가 고려를 해야겠죠. 중장기적인 정책으로는 중국-북한 간의 경제적 협력관계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나가는 상황을 고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 외견상 통준위의 가장 큰 특징은 좌우이념을 모두 아우른 인사들의 결집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다양한 의견을 한 목소리로 모으는 게 상당히 어려운 과제일 것 같습니다.

그렇죠. ‘용광로’ 역할을 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지난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1차 회의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3개월마다 한 번씩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모시고 준비된 상황을 보고하고 다음 단계를 기획할 텐데,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게 통일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고 최대 공약수를 뽑아내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서로가 등을 돌리고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폭발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바로 그 과정의 중심에 서려고 합니다. 위원회 내부에서 갖가지 진통이 있을지언정 통준위는 합의안을 만든 이후 국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고, 국민적인 합의에 기초해 통일을 현실화하는 기회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 할지라도 저는 이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벌써부터 인선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위원들이 의견을 합의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요? 예를 들면 통일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통일’에 대한 합의는 이뤄진 겁니까?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에는 통일에 대한 규정이 있고요. 헌법, 헌법적인 가치를 벗어나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건 우리나라 헌법 자체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기초해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중도, ‘최대 공약수’ 뽑아내는 게 숙제”

- 지금까지 위원회의 거시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부위원장님과 위원회 위원들의 아젠다와 스케줄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현재 국민들 사이에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는 측면이 큽니다. 이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비전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임기를 떠나 통일에 대한 비전을 구축하는 게 제가 추구하는 1차적 아젠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그러니까 금년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통일에 대한 안(案)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 작업을 내년 중에 진행하고 싶습니다.

내년 2015년은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라 그 의미가 더 특별할 거라고 생각해요. 2015년을 분단과 갈등의 70주년이 아니고 화해와 협력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향한 대(大) 여정을 시작하는 첫 해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부위원장님은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으로도 재직중이시죠. 통일준비위 사무국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요.

제가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지만 봉급을 받는 상근 자리는 아닙니다. 일이 있을 때 이곳 창성동 사무실로 나오고 대부분은 인천대 중국학술원에 있지요. 다른 통준위 위원들도 마찬가지이고 10여명에 달하는 사무국 직원들도 모두 각 관계 기관, 부서에서 파견돼 나와 있는 형식입니다. 당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게 아니고 아직은 회의비 등 최소 업무비 정도가 집행되고 있습니다.

- 부위원장님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주중대사 등을 역임하신 전문가이시지만 공직을 떠나신 지는 꽤 오래 되셨는데 이번에 박 대통령이 중직을 맡기신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그건 대통령을 만나면 저도 한번 물어보고 싶었던 겁니다.(웃음) 굳이 짐작을 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다양한 목소리를 아우르고 최대 공약수를 뽑아내는 일, 국민의 합의에 기초한 통일의 비전을 구축하는 일에 제가 비교적 적임자라고 생각하신 게 아닐까요. 진보 쪽에서 보면 저를 보수라고도 하는데 저는 엄밀히 말하면 중도입니다.

- 통준위 위원장이기도 한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대통령의 최근 관심사는 통일을 위해 완수해야 할 ‘작은 아젠다’들을 무수히 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들이 통일을 ‘생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일상 속에 직접 녹아들 수 있는 생활실천형 아젠다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거죠.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해 10월 평창에서 열리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북한을 초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북한을 회의에 초청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상당히 폭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환경문제는 심각하거든요. 생물다양성협약은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약이기 때문에 남북한이 함께 환경문제, 생태계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드레스덴 선언은 잘못 이해되고 있다”

- 올해 나온 통일 담론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드레스덴 선언입니다. 일각에서는 우려하는 시선도 많은데요.

올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 기간 중 한반도평화통일구상에 관한 연설을 하시면서 나온 게 드레스덴 선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레스덴 연설이 굉장히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왜 드레스덴에서 이 연설을 하셨는지 혹시 아시나요? 드레스덴이 독일 통일 이후 경제적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남북한이 통일되면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를 이 선언으로 담아내고 싶으셨던 거죠. 북한은 드레스덴 연설을 비판하고 거부했습니다.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체제통합을 주장한 것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드레스덴 연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좋은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크게 3가지 아젠다가 나오는데요. 인도주의적 아젠다,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아젠다, 그리고 통합을 위한 아젠다 등입니다. 위의 과제들을 반영해 통준위에서는 새로운 사전(辭典)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분단 이후 남북한의 언어생활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서로 의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동질화 작업이 중요합니다. 통일을 완수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아젠다는 들여다보지 않고 ‘흡수통일’이라는 단어에만 매몰돼 드레스덴 연설이 배척당하는 남북한의 상황은 매우 아쉽습니다.

- 마지막으로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각오를 들려주시죠.

다른 건 없습니다. 통일준비 하겠습니다. 대통령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축복받고 준비된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어떻게든 통일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통일이 돼야만 국민 모두가 그 통일을 반길 테니까요.

 

인터뷰/김범수 편집위원 www.kimbumsoo.net
정리/양희경 인턴기자 hkyang13@gmail.com
사진/이재현 객원기자 lgrlgh@hanmail.net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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