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
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
  • 정용승
  • 승인 2014.09.1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간 소개] <세계의 역사> (앤드루 마 著 강주헌 譯 은행나무)
 

역사를 한 권으로 끝낸다는 것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러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역사 입문자(?)를 위한 책 한 권을 고르라고 한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세계의 역사’말이다.

이 책은 영국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앤드루 마가 BBC와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세계 60여 지역을 방문하고 2000여 권의 책을 탐독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모계 사회의 원시인부터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를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 이르는 세계 전체의 역사를 써내려 가면서 저자는 다큐멘터리의 현장감과 TV 화면의 생동감을 함께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 책의 장점은 방대한 역사 속에서 결정적인 사건들을 장면으로 세분하고 그 장면의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의 전환점을 재구성한 91개의 꼭지들은 TV 화면의 흡인력을 가져온 듯 저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돼 극적인 서사를 선보인다. 또한 진정한 ‘세계’의 역사를 위해 저자는 기존의 서구 중심 역사관에서 벗어나 여섯 개 대륙 모두에 알찬 관심을 돌린다. 굵직굵직한 사건들 사이를 메워 주는 아교풀과도 같은 디테일들을 살리고 또 선뜻 주목받기 어려웠던 역사의 낯선 무대들도 조명하면서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우리 모두의 역사를 직조해 나간다. 역사와 관련된 소재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뤄 이야기로 빚어내는 저자의 능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흔히 우리가 접해 온 세계사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이어지는 유럽사 중심의 전통적인 역사 기술 방식에 따른 것이었다. 교과서를 돌이켜 봐도 선사시대에서 로마 제국으로 이어져 잠시 진나라를 찍었다가 다시 유럽 대륙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이에 저자는 시야를 더 넓은 지역, 즉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까지 확장시켜 아프리카의 송가이, 베닌 왕국이나 폴란드 야기에우워 왕조처럼 이름만 들어서는 선뜻 세계사의 어느 부분인지 파악할 수 없는, 그러나 우리 세계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역사들을 아우른다. 빠짐없는 세계의 역사를 위해, 저자는 기존의 역사관을 극복한 독창적인 프레임 안에 역사들을 그러모았다. <세계의 역사>는 독자들을 마야에서 몽골로, 로마 제국에서 중국의 진나라로, 카리브 해에서 우크라이나로 이끌며 지구의 시간과 공간을 종으로 횡으로 누빈다.

또한 그 자체로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는 굵직한 사건을 한 꼭지로 간략히 풀어내려면 자칫 수박 겉핥기식이 되겠지만 인물과 사건에 관한 흥미로운 디테일들을 끈끈히 배치해 놓아 밀도를 높였다.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중심인물의 일화, 통사로만 세계사를 익힌 이들이 으레 가지는 편견을 불식시켜 줄 만한 이야기로 서사적 재미를 강화했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는 독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까.

  

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