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네트워크’라 쓰고 ‘박원순 네트워크’라 읽는다
‘청년정책 네트워크’라 쓰고 ‘박원순 네트워크’라 읽는다
  • 미래한국
  • 승인 2014.09.25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떠올릴까.

“청정 비빔밥을 아십니까?”

맛있는 비빔밥으로 소문난 식당을 떠올렸다면, 아쉽지만 틀렸다.

청정(靑政) 비빔밥은 2013년 8월 16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5개월간 활동했던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 1기의 별칭이다. 함께 어울려 나눠먹는 비빔밥처럼 서로 다른 서울의 청년들이 모여 청년정책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8월 25일부터 9월 17일까지 ‘일상의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오지랖퍼들의 서울 관찰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기를 모집하고 있다.

청년정책네트워크는 표면적으로는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 청년정책을 만들고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한다. 이는 여느 지자체의 시민 정책참여 프로그램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박원순 시장의 ‘홍위병 양성소’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청년정책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은 서울시와 사회운동가들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서울시와 협업하는 사회운동가들의 면면이다.

서울시 청년정책 네트워크 발대식 -사진출처:청년정책네트워크 페이스북

‘청년’의 이름으로 ‘선수들’ 집결

청년정책네트워크 1기 운영진들을 보면 특정 정파에 경도된 이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프로젝트 총괄 진행을 맡은 조금득은 2013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이었으며 청년유니온 사무국장, 토닥토닥협동조합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청년 주거정책 분야 실무자 정남진은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을 했고, 청년 노동분야 실무자 오세연은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을 했던 사람이다.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권지웅이다. 권씨는 청년정책네트워크 1기의 청년주거정책팀장으로 연세대 47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대학생주권네트워크 대표, 민달팽이유니온 4기 위원장 등을 지냈다. 올해 7월에는 청년명예부시장으로 선정되어 청년정책네트워크 2기의 운영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이며 청년(15~39세)이라면 고용형태(실업자, 비정규직, 정규직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층의 당사자 연대로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단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청년정책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년정책아카데미의 강사들 역시 좌편향된 사람들이었다. 2013년 11월 12일부터 2주간 진행된 아카데미에는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이 강연을 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민주노총 정책부장, 심상정 의원 보좌관, 공공노조 부설 사회공공연구소 등을 거친 인물이다. 현재 1인당 평균 1만원의 국민건강보험료를 더 내 모든 병원비에 100만원 상한제를 도입하는 건강보험 하나로와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사회복지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일련의 조직에 스스로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성인들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어린이청소년참여위원회’는 초·중·고등학생으로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에는 기존의 11개 분야(어르신/전통상인/여성/외국인/청년/문화예술인/중소기업인/장애인/관광인/환경/도시안전)에 청소년 분야가 신설되어 고등학교 2학년 유지인 학생이 청소년 분야의 명예부시장으로 위촉되었다. 유지인 학생은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참여위원회’에서 교육분과위원회의 분과장을 맡아 청소년을 위한 교육정책을 제안하는 등 이미 시정 참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청년정책위원 위촉장 수여(발대식) - 사진출처:청년정책네트워크 페이스북

서울시 주도로 초·중·고생까지 포섭

청년정책네트워크의 인적 구성은 이 조직 전체가 사상적 편향성을 띠고 움직이는 상황을 우려케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이러한 체제가 우려된 바처럼 편향되게 운영될 경우 박원순 시장이 지속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좌익적 성향을 띤 정책들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자연스럽게 힘을 얻는다.

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정책 제언 외에도 박원순 시장, 혹은 관련 인사들의 의견이 반영된 제언이 현실화되리라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조직이 진정으로 청년들 전체의 의견을 대표하여 정책을 형성하고자 하는 조직이라면 인적 구성에도 다양한 의견수렴과 고민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조선시대에 세종은 집현전을 만들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뒷받침하는 지적 토대를 형성한 바 있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이들은 절대군주 세종의 정치적 독재를 정당화하는 일종의 ‘지적 호위병’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집현전은 훈민정음 창제를 비롯한 다양한 역사적 수훈을 거두었으나, 과연 청년정책네트워크가 그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지도자의 정치적 사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특정 조직의 결성이 민간 차원도 아닌 지자체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서울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면 과연 몇 명이나 그 방침에 동의할 수 있을까.

한은희 기자 snail_no1@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