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대폭 올리기로 결정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담뱃값을 대폭 올림으로써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것이고, 이에 반발하는 이들은 담뱃값 인상이 증세정책의 하나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아직 담뱃값이 오르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인상정책에 대해 흡연자들이 실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이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그 전에 담배에 대해 과연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담배 속에 들어 있는 수천여종의 화학물질 중 확실히 밝혀진 것만 60여 가지가 넘는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광우병 걱정할 것 없다. 1만 배는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담배가 암을 일으키는 능력은 얼마나 될까. 담배는 뛰어난 발암 능력을 갖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을 잠시 떠올려보자. 입으로 담배를 문 후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다. 담배는 코와 입속을 지나 폐와 식도 두 곳으로 나뉘어 들어간다. 대부분은 인두와 후두를 거쳐 폐로 흡입되지만 일부는 식도를 지나 위로 간다. 담배 연기는 위를 지나 소장과 대장을 통해 직장으로 나온다. 폐와 위장으로 들어간 담배 연기는 혈액으로 흡수돼 혈관을 통해 간과 담도로 건너가고 콩팥에서 걸러져 방광으로 나오게 된다.
담배 있는 곳에 ‘암’이 있다
이렇게 담배가 지나간 모든 길에서 담배는 암을 일으킨다. 즉, 담배는 코와 입 그리고 입술의 암을 일으키며 구강암, 식도암, 위암, 소장암, 대장암, 직장암을 일으킨다. 또 인두암, 후두암, 폐암, 간암, 담도암, 혈액암, 신장암, 방광암의 원인이 된다. 담배는 암으로 인한 사망의 약 30%의 원인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폐암의 경우 남자는 87%, 여자는 70%가 담배가 직접적 원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Cancer Facts & Figures 2014)
암뿐 아니다. 담배는 위험한 혈관 질환도 일으킨다.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이 좁아지는 것과 막히는 것을 크게 촉진함으로써 생명을 위협한다.
담배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1950년대부터 연구를 통해 조금씩 알려졌다. 그러자 일부 흡연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그러나 이길 수 없었다. 그러다가 1964년 미국 공중보건서비스의 공식기구인 Surgeon General of the United States에 의해 담배의 발암성이 공식적으로 처음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 연방정부는 1969년부터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 문구를 삽입하도록 법으로 조치했다.
1970년대 들어서 담배회사는 소송에서 번번이 이겼다. 담배회사들이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담배회사도 위험성을 몰랐다’는 주장과 ‘몸에 나쁜 것을 알고도 피운 흡연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4년 담배회사에서 근무하던 과학자들이 양심선언을 하고 내부서류가 폭로되는 일이 일어났다. 담배회사가 담배의 해로운 물질을 연구해 소비자를 보호해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를 중독시키는 것을 연구해왔다는 사실과 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반박하는 자료를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담배회사들은 이미 1950년대부터 담배가 인체에 끼치는 해악을 알고 있으면서도 수십 년 동안 감춰왔던 것이다. 특히 담배회사들이 니코틴 흡수를 촉진시키는 암모니아를 첨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흡연가를 더 빨리 중독시키는 연구를 해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증거들이 40년간 담배회사들이 교묘히 피해왔던 책임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도록 국면을 전환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미국의 담배회사들은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배상금을 지불하면서 원고와 합의하게 됐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OECD 1위다. 전체로도 흡연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지만 오랫동안 정부가 국영기업으로 담배사업을 독점했던 역사적 배경이 있다. 정부가 담배를 독점으로 제조, 판매함에 따라 담배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 흡연율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심각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무려 20년이 늦은 1989년이 돼서야 담뱃갑에 경고문이 삽입됐다. 그런데 이 경고문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지극히 약하다. 담배의 해악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이 거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담배인삼공사를 그대로 영역한 회사명 KT&G(Korea Tobacco & Ginseng)의 의미는 최근 Korea Tomorrow & Global로 슬며시 그 어원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보다 나은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상상 실현 기업”이라고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모두 속고 있는 것이다.
우루과이의 타바레 바스케스 前 대통령은 담뱃갑의 사진을 포함한 경고 문구 비율을 50%에서 80%로 늘렸다가 미국의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로부터 우루과이 국민총생산량의 5%에 달하는 20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거액의 소송을 당했다.
호주도 2011년 유사한 법을 통과시켰는데 역시 담배회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태국, 브라질 등 이런 정책을 쓰는 나라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각국의 정부가 담배회사들로부터의 소송을 불사하면서 이런 정책을 펴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결론은 이렇다. 만일 당신이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했다면 당신은 과거에는 정부에, 지금은 KT&G라는 기업에 속아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정부와 기업에 더 많은 돈까지 바쳐야 한다.
자, 어찌할 텐가?
노환규 편집위원 futurekorea@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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