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축구팀’ 구단주가 된 사나이
‘벨기에 축구팀’ 구단주가 된 사나이
  • 정용승
  • 승인 2014.10.06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 스포티즌 심찬구 대표
 

‘황카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축구 선수가 있다. 그의 이름은 황진성(30). 전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 선수다. 빠른 발과 기술을 보유한 그는 ‘한국의 카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그는 한 차례 시련을 겪었다. 포항과의 계약이 끝났지만 부상으로 인해 다른 팀과 계약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련은 잠시 뿐이었고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활한 무대는 벨기에 2부 리그. AFC투비즈 구단과 계약을 했고 현재 1도움을 올리며 비상하고 있다.

그런 그의 스토리보다 더 주목받는 것이 있다. 그의 부활을 도왔던 스포츠 마케팅 업체 ‘스포티즌’. 스포티즌이 올해 AFC투비즈를 인수하며 황진성 선수를 벨기에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첫째는 한국 기업이 최초로 유럽 리그의 구단을 인수한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티즌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스포티즌은 왜 벨기에 구단을 인수했을까.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이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지난 22일 스포티즌 사무실에서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를 만났다.

- 스포티즌은 스포츠 마케팅 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스포티즌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스포티즌은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로 2000년에 설립이 됐어요. ‘에이전시’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라이언트를 모시고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회사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케팅의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통한 브랜드 제고와 고객 증진 등의 니즈를 충족시켜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산업 규모, 자동차 산업보다 커

- 혹자는 스포츠에 마케팅이 어떻게 접목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문화생활인 스포츠에 굳이 기업 이름을 새겨가면서 마케팅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스포츠가 갖는 이미지가 ‘산업’보다는 ‘문화’에 가깝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포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산업적인 면이 많아요.

시장 규모로서도 미국과 유럽은 스포츠 산업의 규모가 자동차 산업보다도 훨씬 큰 규모를 이루고 있을 정도죠. 올해 열렸던 브라질 월드컵도 전 세계에서 40억 명이 이상이 시청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정도 숫자의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개체는 스포츠 이외에 존재하지 않죠. 이만큼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스포츠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해요. 삼성도 1년에 6000~7000억 정도의 규모를 스포츠 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또 일반 대중매체의 노출 광고효과보다 스포츠의 스폰서십을 통한 광고효과가 높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어요. 따라서 스포츠 마케팅은 기업의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생소한 브랜드를 알리며 소비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 있어서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죠.

- 최근 스포티즌과 관련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벨기에 축구구단 ‘AFC투비즈’ 인수입니다. 왜 벨기에라는 국가를 선택했고, 그 중에서도 2부 리그 소속팀인 AFC투비즈를 인수하게 됐나요?

AFC투비즈를 인수한 가장 큰 목적은 한국 선수를 유럽시장에 진출시키는 것과 동시에 구단을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벨기에 리그가 갖고 있는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 중 하나는 유럽 이외 국가 해외선수들의 활동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입니다. 단지 벨기에 유소년클럽 출신이 전체 스쿼드 중에서 일정 숫자를 보장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을 뿐이죠. 즉, 유소년의 육성에 힘을 기울이면서도 외국 선수들에게 개방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와 밀접하기 때문에 빅 리그의 스카우트들이 오가는 데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게다가 벨기에 리그 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해외 선수들이 빅 리그 진출 이전에 유럽 무대에 적응하며 자기의 기량을 닦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어요. 따라서 한국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해 유럽의 문화를 익히고 적응할 수 있는 곳으로도 벨기에가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들이 ‘벨기에’를 선택한 이유

- 그렇다면 그 중에서도 AFC투비즈 구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먼저 1부 리그 팀을 인수하려면 단가적인 측면에서 매우 높습니다. 또한 1부 리그는 당장에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인 선수들이 진출해 활동하기에도 쉽지가 않죠.

반면 AFC투비즈는 현재 2부 리그에 소속돼 있어요. 여러모로 1부 리그 팀을 인수하는 것보다 수월하죠. 또 지리적으로도 현재 2부 리그 팀인 AFC투비즈는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에서 매우 근접한 약 15km 남짓 떨어진 도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게다가 조직이 투명하고 깨끗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팀이라는 점도 큰 몫을 했죠. 레이몬드 랑겐드리 전 구단주가 전직 국회의장과 EU 의원을 지냈고 그러면서도 벨기에 내에서 존경도가 굉장히 높은 분이라는 사실도 있었고요. 그래서 인수를 하면서도 레이몬드 랑겐드리 전 구단주의 노력과 정신, 열정을 비롯한 스토리를 팀에 간직하고 싶어서 남아주실 것을 요청했어요.

즉, 우리는 구단의 역사와 정신을 유지한 채 스포티즌의 마케팅 노하우와 감각을 입혀 조화 속의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나라와 구단을 선택한 것이죠.

- AFC투비즈의 구단주가 되셨는데 어떠한 방식으로 구단을 이끌어나갈 것인가요?

먼저 스포티즌의 임원이 AFC투비즈 단장으로 파견돼 있습니다. 프랑스의 협력사에서도 2명을 파견해 사무총장과 스포츠 디렉터를 담당하고 있고요. 반면, 행정직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기존에 근무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있게 했습니다.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혁신과 구단의 역사를 동시에 가져갈 계획입니다.

구단에 정말 고마운 점은 구단이 맡아서 해야 할 경리, 웹 사이트 관리 등 다양한 일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에요.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과 관중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카페테리아에서 매 경기 밥을 지어주는 주부와 자녀부터, 28년째 시합마다 전기 관리를 담당하는 78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구단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분들이 많습니다. 구단의 운영진부터 이러한 자원봉사자들까지 합하면 직원 규모가 총 100명 정도입니다.

- 한국 기업인 스포티즌의 벨기에 구단 인수 소식에 대한 벨기에 현지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벨기에 현지에서는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점차 한국 미디어와 스폰서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는 분위기에요. AFC투비즈의 관계자들도 한국 기업이 들어와 투자를 한다는 것에 매우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들도 정서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 중이죠.

구단 인수 이후 AFC투비즈를 방문해서 구단주와 운영진부터 선수, 자원봉사자들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이 넘는 관계자들을 모두 카페테리아에 초청해서 밤늦게까지 파티를 벌인 적이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호화로운 파티는 아니지만 구단주인 제가 직접 불을 피우고 스포티즌 직원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 서빙까지 담당했어요. 그런 저희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분들이 감동한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친밀감을 높이고 있고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러려고 합니다.

 

스포츠, 예술과 만나다

- 다시 스포티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스포티즌의 사업 중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스포티즌의 가장 주력 사업 분야는 골프입니다. 스포티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들의 골프대회, 골프미디어 및 골프용품 등 다양한 골프 산업과의 합작

 

을 통해서였죠. 2007~2008년까지 사업 비중의 70~80%가 골프였을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 프로야구를 통한 마케팅으로 네이버를 비롯한 야구 매체를 통한 프로모션, 프로야구 구단들을 이용한 기업마케팅 시장 진출도 많이 넓혀왔죠. 그 외에도 동계스포츠, 테니스, 워터스포츠 등 영역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 심 대표님이 미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술과 스포츠의 결합이라니 흥미로운데요.

제가 워낙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실제로 예술을 통해 사업에서 영감도 많이 받고 있고요. 이러한 차원에서 회사의 1,2층에 갤러리를 마련해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스포츠 마케팅에 접목시켰던 한 가지 예로는 골프대회에 예술을 더했던 적이 있어요. 골프장의 18개 홀에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컨셉을 잡고, 대회 명칭을 ‘갤러리 meets 갤러리’ 라고 정했죠.
당시 미술작품을 필드에 전시함에 따라 미디어에 예술 작품이 노출되고, 골프대회에 아름다움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문화적인 브랜드라고 이야기하지 않고도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를 신장 시킬 수 있었던 획기적인 마케팅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스포티즌의 역사를 한 번 되짚어보면 2000년 설립 당시는 마케팅이라는 분야 자체도 생소했고 스포츠 마케팅 시장은 국내에 전무할 정도로 불모지의 환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설립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스포티즌 창업 당시에는 거시적인 측면만을 생각하고 설립을 했어요. 당시에 고려했던 것은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포화된 시장보다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로는 내가 가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양질의 아이템과 좋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고려했더니 ‘스포츠’라는 결론이 나왔고 스포티즌을 만들게 된 것이죠.

결과적으로 제가 내린 결정들이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일이 정말 힘들었죠. 분야 자체도 생소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어요. 따라서 2005~2006년까지는 참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사진/정용승 기자 jeongys@futurekorea.co.kr
정리/이성은 기자 nomadworker@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